사원의 대탑을 돌기로 했다.
저멀리 문득 하나의 실루엣이 들어온다.
노승이 조용히 서있다.
한참을 걸려 한바퀴 돌고 다시 그자리로 왔다.
노스님은 꿈쩍도 않고 그냥 그대로 똑같이 서있다.
스님의 발밑에는이렇게 적혀있었다.
I do not use money...!!!Please do not donate.Video & photograping is allowed.Please do not talk with me.
눈을 바라 보았다.
그가 응시하고 있는것은 수평선 너머도, 검은 하늘도 아니다.
그렇다고 자기 앞에 서있는 이 초라한 ‘나’를 보고 있지도 않다.
그의 응시는 가슴을 철렁 가라앉힌다.
사진을 찍는 것조차 부끄러웠다.
이 멀리까지 와서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
그가 응시하는 것이 곧나에겐 숙제다.
그래서 묻는다.
수행이란 네모다.그렇다면 그 네모에 과연 무얼 채워야하나.
어렵사리 남겨두었던 숙제...
갑자기 숙제가 생각난 이유는 무얼까.
그런데 중요한 건 수행은 숙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숙제처럼 남겨둬야 할 것이 아니기에, 지금 여기에 머물러야 할 당위이어야만 하기에 마음이 더욱 무거워진다.
... 이런 수다스러움조차 부끄럽다.
- 루완웰리세야 대탑(Ruwanweli Seya dagoba)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