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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05.03 운문화상의 설법

 

  불가능한 줄 알면서도 내가 자꾸만 시도하는 것은 순전히 의무감 때문이다. 자신을 곧바로 들여다 보고 다른 일에 관심을 갖지 말라고 내가 당부하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것이 이미 진실을 수다스런 말로 가리는 짓거리일 뿐이다. 만일 그대들이 여기서 더 나아가 언어와 문자를 따지면서 논리적으로 이해하려 애쓰고, 머리로는 천차만별의 복잡한 분별을 지어내며, 끝없는 논란을 일삼는다면 거기서 얻는 것은 수다떠는 일 뿐이다. 그리고 정작 ‘도’에선 더욱 멀어져 엉뚱한 곳에서 헤매이게 될 것이다. 만일 진정한 깨달음과 진리가 언어 속에 있다면 이미 숱한 경전이 나왔는데 그 속에 다 들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구태여 교외별전(敎外別傳)이 무슨 필요 있겠는가?

  그리고 만약 경전 용어에 대한 여러 설명과 주석 연구를 통해 그것을 얻을 수 있다면, 구름이 일듯 비가 몰아치듯 거침없이 불법을 강의할 수 있었던 여러 보살들이 마치 간유리를 통해서 보듯 그저 막연하게 자신의 참본성을 보았을 뿐이라는 비난이 왜 나오겠는가? 자신의 사념이나 변덕스런 마음을 따르는 것은 마치 구름이 하늘에서 분리되는 것만큼이나 자신의 참본성에서 멀어지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그대들이 진실로 ‘참나를 보았다면 불속을 지나면서도 불에 타지 않을 것이고, 하루종일 떠들더라도 입술 하나 움직이지 않을 수 있으며, 진실로 한 톨의 쌀, 한 오라기의 실을 건드리지 않고도 매일같이 옷입고 밥먹을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는 것조차 하나의 장식품에 지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대들 자신이 직접 이러한 경지를 체험하는 일이다.

 

- "선(禪)의 황금시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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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들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