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바람
아침나절 지나가던 몇 마디의 안부가 저녁엔 바람으로 불어온다.
마른 바위산 너머 새소리로 들려올 때면
숨죽여 있던 세상이 때늦은 푸른빛으로 깨어난다.
서슬퍼런 향연에 밀려 소리도 없이 사라져가는 빛 그림자 사이로
이끼 낀 녹슨 화석의 붉은 나이테가 어른거린다.
세상을 약속했던 그 진한 사연은 소리없이 증발했지만
온몸의 세포는 저 모르게 부풀어 올라 풍경이 되어간다.
수 많았던 과거는 가슴시린 억념의 자취로 젖어들어 미래가 되고
순간의 순간은 영겁처럼 늘어나 때를 기다린다.
저녁바람이 불어오면 점점 넓어져 아프도록 푸르게 모든 것을 감싼다.
저녁바람 = L`air du so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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