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잔의 설탕물을 얻으려면 설탕이 녹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 앙리 베르그송
길을 되돌아 나왔다.
길은 길이되 길이아니다.
고원에 바퀴자국 있는 곳이길이 아니면 바퀴자국 없는 곳이 길이다.
라룽라 패스(5050m)를 넘어선다.
라룽라 패스위로 시사팡마의 남벽이 펼쳐져 있지만 구름은 교묘하게 그 진실을 덮고 있다.
길없는 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있다.
니알람의 경계에 들어서면 설산은 사라져가고 길은 넓어져간다.
니알람(3700m)에 이르니 네팔과의 국경인 장무는 어느덧 한시간 거리로 근접해 있다.
니알람은 과거의 니알람이 아니다.
니알람에서 고도차 1500미터 아래는 산속의 도시인 장무가 있다.
가는 길은 우측으로 깎아지른 벼랑이며 건너편의 산에서는 낙차 이천미터의 물길인 실폭포들이 흘러내리고 있다.
이 길은 아름답지만 위험하다.현존을 느끼게 해준다.
산비탈에 세워져 원형 경기장처럼 생긴도시인 장무에 도착하였다.
객잔에서 바라본 장무의 전역은 비바람이 휩쓸고 있다.
지나가는 비바람이려니 생각해 본다.
밤새 올 것같은 비바람이 뚝 그친다.탁트인 옥상에서 푸른 일몰을 맞이한다.
3년전과는 또 다르게 티벳은 많이 바뀌었다.
칭짱철도를 타고 북경에서 출발한지 열흘만에 네팔국경에 서있다.
아마도 곧장 왔으면 채 일주일도 걸리지 않는거리이리라.
하늘길 만큼이나 아랫 공간인 육로도 압축되어 있는 것이다.
중국화, 현대화... 티베트에 대한 여러 화두들.
화두는 아직 풀리지 않았고, 2주의 여행이 머릿속에서 정리되는데 1년 6개월이 걸렸다.
그나마 소량의 설탕이 녹는데도 꽤 오랜시간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티벳 독립문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것이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아니 그 자체가 의미없을 정도로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일지도 모르겠지만...
달라이라마께서는 그걸 정확히 아실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본다.
그의 진심어린 설법을 들여다 보면 말이다.
저산 너머 노을이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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