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1. 1. 20:28

람림체모(lam-rim chen-mo, 깨달음에 이르는 길)는 15세기초 티베트의 승려인 총카파가 저술한 책의 이름이다.

총카파(1357-1419)는 티베트동부 암도(Amdo)의 총카에서 태어났으며 타락한 티베트 불교를 바로 일으켜 세워 중흥시켰다. “람림체모 깨달음에 이르는 길” 이외에 "응악림체모 秘密道次第論"등 210여 편의 글들을 저술하였다.

람림체모의 내용에 대해 소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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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불교에 람림이 소개되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은 1042년에 티베트에 온 인도 스님인 아티샤에 의해서다. 아티샤는 당시 티베트불교에 많은 영향을 미쳤으며 티베트불교의 한 종파인 까담파를 세우기도 하였다.


아티샤는 "보리도등론菩提道燈論"이라는 책을 저술하여 람림의 체계를 세웠다. "보리도등론"에서 아티샤는 중생을 근기에 따라 3가지 단계인 삼사도로 나누는 기준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람림의 내용 또한 아티샤 스님이 창조한 것이 아니라,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을 포함하고 있는 수행법으로 전해져 내려온 것이며, 소승과 대승의 모든 수행을 함께 수행할 수 있도록 정리한 것이다. 또한 람림은 수행법인 동시에 법맥이기도 하다.


총카파는 아티샤 이후의 법맥을 이어받아 "보리도등론"의 세 가지 주석서를 저술하였으며, 그의 나이 46세인 1402년 "람림체모(lam-rim chen-mo), 깨달음에 이르는 길"을 완성하였다.

총카파에 의해 쓰여진 "깨달음에 이르는 길"은 티베트에서 기록된 붓다의 사상과 수행에 대한 가장 유명한 책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알려진 불후의 명작 중 하나이다. 또한 부처님의 가르침과 인간의 본성을 놀랄만할 정도로 자세히 분석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인간 삶의 무한하고 영속적인 흐름과 끝없는 윤회 속에서, 진리추구에 대한 놀라운 비전을 제시하며 오늘날과 같이 아주 혼탁하고 피폐해져가는 사회 속에서 근원적인 인간성 회복의 방법과 그 길을 자세히 알려준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근원적인 사고의 틀을 전환시키는 설득력을 가지게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선 진리 그 자체를 신의 계시처럼 토해내기도 한다.


영적 발전의 일환으로 자기의 인식과 자각의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이 책은 아주 자세하고 특화된 단계적 수행을 제시함으로써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수행은 세속적인 삶의 성공에만 사로잡힌 사람들에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다. 각 단계를 통해 법과 영적스승에 귀의함으로써 누구에게나 필연적인 죽음, 인과법칙과 수많은 고통을 뛰어 넘어 사랑과 열정을 바탕에 둔 이타의 보리심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더 나아가 궁극적 진리인 자기도 없고 남도 없는 공의 지혜를 깨달을 수 있게 해준다. 결국 모든 인간에게 소중하게 부여된 궁극적 깨달음을 향한 자유의 길을 이 책은 제시해준다. 이 책에는 좀 더 높은 차원의 티베트불교의 독특한 밀교수행을 준비하는 수행단계를 소개하기도 하지만 누구에게나 필요한 대중적인 가르침이 주된 내용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진리와 그를 달성하기위한 단계적 수행은 인위적으로 총카파가 창조해낸 것이 아니라 이천년 동안 붓다와 그 제자들이 스스로 실천해 온 방식이기도 하다. 수행자들은 그들의 삶을 뒤흔드는 놀라운 변화를 경험했을 때 압도당하면서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난다. 그로써 그들은 수백 번, 수천 번 엎드려 절을 하며 자기들의 영혼을 정화할 필요를 느끼게 된다. 성지순례, 금욕고행, 정교하면서도 상징적인 종교의식, 만트라를 수백만 번 독경하는 등 이러한 것들은 아주 강력한 수행법들이다.


마침내 총카파는 그 목적을 달성했으며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이 책을 내게 되었다. 당시 티베트의 상황은 전통관습과 불법 구도정신이 변질되어 아주 혼탁한 시대상황이었으며, 총카파는 이를 타개하기 위하여 부처님의 지혜로운 가르침을 다시 고양시키고, 그 본원적 진실을 아주 강력한 방식으로 설파함으로써 티베트와 티베트불교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으면서 티베트불교의 전통을 확립하였다.


총카파는 람림체모를 펴내기 위하여 불교수행법을 담은 수많은 경전의 정수를 광범위하게 뽑아내고 그것을 밀교수행(탄트라)과 통합함으로써, 불교수행의 궁극적 본질을 파고든다.

또한 깨달음의 길을 설명하기 위하여 불교의 여러 영적, 철학적 전통을 통합하여 선보인다. 그를 위해 각종 불경과 그 해석서로부터 수많은 인용을 하고 있다. 중관학파의 많은 저서들과 세친世親(Vasubandhu, 320∼420)의 아비달마(Abhidharma, 俱舍學)와 설일체유부設一切有部(The Vaibhasika School)와 경량행經量行 중관파(Sautrantika)의 여러 해석서와 무착(아상가, Asanga)의 성문계(Sravaka-bhumi) 등으로부터 인용을 하고 있다. 특히 수행에서 하급단계인 중사도와 하사도 단계, 보살과 대승의 경지인 상사도 단계에 대한 내용들을 성문승聲聞乘과 관련된 많은 저서들에서 인용하였다.

람림체모는 단지 이러한 경전과 해석서에 대한 인용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불교의 윤리적, 종교적 철학적 사상과 그 수행방법을 집대성한 독창적인 저서이기도 하다. 그 문체와 표현방식이 현학적인 다른 주요 저서와 달리, 해탈사상과 인식형이상학에 대한 탁월한 이론적 배경을 바탕으로 저술하였다. 총카파는 이 책에서 불교 수행의 단계를 누구나 쉽게 따라갈 수 있는 길이라고만 강조하지 않고 있다. 수행의 길은 단지 쉽기만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총카파는 반대되는 주장에 대한 논점을 명확히 한다. 특히 지와 관에 대한 논쟁, 즉 8세기 말 중국 선사 마하연과 티베트의 삼예사원에서 행해진 유명한 논쟁을 예로 들며 그 이론과 수행방식에 대한 차이점을 명백하게 언급하고 있다.


이외에도 람림의 곳곳에 여러 다른 논점들이 다소간 자세히 검토되고 비판되어지고 있다. 예로써, 불호, 월칭 계통의 귀류논증파歸謬論證派와 청변 계통의 자립논증파自立論證派의 논쟁을 다루기도 한다. 총카파는 귀류논증파의 입장이 철학적 입장과 논의를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깨달음의 본질을 가리키는 3가지의 단계인 해탈하고, 보리심과 자비심을 얻고, 모든 것이 공하다는 지혜를 얻는 것. 이것이 불법의 궁극적 가르침이며 람림체모에서 말하는 총카파의 결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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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들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