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 여행 2일째...

정말 춥다.

8시넘어까지 자다가 억지로 나와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한다.

출발을 못하고 있다. 어제 permit 없이 니알람까지 왔으므로, 티벳인 가이드들이 다시 장무로 갔다온다고 했다.

민폐가 엄청나다.

< 잠을 잔 호텔과타고 다니는 버스 >

아침을 먹으며,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티벳 아가씨들과 인사를 하였다. 웃는게 귀엽고, 카메라를 향하여 쑥쓰럽게 포즈를 취해준다. 기다리는 것도 지겨워서 나가서 이리저리 구경하다, 아이들과 놀기도 하고, 사진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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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쓰러워 하는 레스토랑의 아가씨들 >< 그래도 당당한 티벳의 어린 총각들 >

티벳인들은 네팔인과 다르다. 티벳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과 많이 닮아있다. 아마도 몽골리안일거다. 인도와 네팔, 중국인들이 게으르고 지저분한데 비하여 티벳인들은 깨끗하고 성실한 편이다. 티벳 어린이들은 학교에서 티벳어를 못배운다고 한다. 마치 일제시대 우리처럼... 또한 살생을 금지하는 불교의 교리를 지키려고 노력하는데, 학교에서 생물시간에 일부러 해부를 시킨다고 한다. 곤충채집등도 시키고...

지리한 기다림 끝에 오후 2시 넘어서야 차는 출발할 수 있었다.

다리앞의 검문소에 permit을 제출한 끝에, 다리를 건너 마을을 빠져나와서 오른쪽으로 조그만 강을 끼고 고도를 높히기 시작하였다. 지루함과 더불어 티벳의 현실을 생각하며반중감정이 극에 달할 때, 티벳의 산하는 그런거 다 잊으라는 듯이 광활하게 펼쳐지고 있다.


< 구릉과 실개천이 펼쳐져 있는 티벳의 고원 >

역시 네팔과 티벳은 확연히 다르다. 왜 티벳을세계의 지붕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된다. 네팔은 말 그대로 속초쪽 설악산 같이 깊은 협곡과 하늘을 찌르는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지만, 티벳은 그게 아니었다. 고도는 4000미터를 넘었는데 마치 영서쪽의 구릉지대 처럼 둥글둥글하기만 하다. 더구나 사막같기도 하고, 평원같기도 한 풍경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고도가 높은데다10월 중순이 넘었기 때문에 풀이 자취를 감추어서 흙색만 보인다. 4월-9월까지는 아름다운 푸른풀빛도 보인다고 한다.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다들 바뀌는 황량하면서 광활한 풍경에 어안이 벙벙할때 지금까지 온 길뒤로 설산이보이기 시작했다.


가는 길은 조금씩 오르막길이 끝없이 펼쳐지면서5050미터의 라룽라패스를 향한다.

먼지를 휘날리면서 오는 차뒤로 설산이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드디어 라룽라 패스의 정상에 도착하였다. 여기서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시샤팡마(Xixapangma, 8013M)가 보인다. 시샤팡마는 지구상에 14개 밖에 없는 8000미터 넘는 봉우리 중에 하나이다.


< 라룽라 패스의 룽다와 히말라야 설산 >

5000미터가 넘는 고도라서 그런지, 바람이 세차고 공기는 건조하다. 가슴시리게 바람의 소리가 들려온다.

몇몇사람은 두통을 호소하고 있다. 어제부터 3500미터를 넘게 올라왔으니 고소증이 생긴 것 같다.

라룽라 패스를 넘으면서 더욱 광활한 광야가 펼쳐지며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가슴이 답답하면 티벳으로...

지루할 듯한 길과 풍경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만큼 스케일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저 멀리 검은 색으로 뱀처럼 구불구불 한 것은 물이다. 길은 물보다 약간 흰색을 띄고 있다. 멀리서 보면 길과 물이 어우러진 것이 마치 춤사위를 보는 듯 하다.
티벳 내륙으로 진입하면서, 티벳 히말라야의 중심부가 가까이 보인다.

마칼루(Makalu, 8463M), 에베레스트(Everest, 8848M), 초오유(Choyu, 8201M)가 지평선 너머에 넓게 펼쳐져 있다. 마칼루는 특히 너무도 당당해서 눈길을 끈다.


< 티벳 고원에 우뚝 솟은 마칼루 - 에베레스트 - 초오유 >

길은 끝없이 설산을 향하기도 하고, 옆으로 끼고 가기도 하면서, 지평선 위를 새롭게 연출하면서 팅그리로 향한다. 이런 평원에선 마을과 건물들은 소리없이 나타났다 다시 사라진다. 곳곳에 오래된 요새같은 건물들이 허물어지듯 서있기도 하다.

원래 일정상 라체(Latse)까지 가야하는데 permit 받느라 거의 하루가 지체되어 팅그리에 머무는 것이다.

팅그리의 고도는 4300M.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4130M)보다 더 높다.

팅그리는 마을의 끝에서 끝까지가 200미터도 안되는마을이다. 명성보다 작은 마을의 규모 때문에 대부분의 티벳 도시에 대하여선입견이 생겼다.재밌게도, 티벳의 제2도시인 시가체와 수도인 라사를 가보기 전에 큰 착각을 하였던 것이다.

마당넓은민박집처럼 생긴, 아주 허름한 ㄷ자형 호텔(?)에 여장을 푼후 레스토랑(?)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있는데, 밖이 황금색으로 변하고 있다. 카메라를 들고 뛰쳐나간다. 조금 늦었다. 10여분을 언덕길로 뛰어가면서 사진을 몇장 찍는다.

손이얼 정도로 추운 날씨에 손을 불어가며 몇장 더 찍었다.


< 석양에 빛나는 초오유의 모습 >


< 석양 끝에 걸린 마칼루의 모습 >

좀 늦게 오는 바람에 마칼루 쪽이더 어두워졌다. 그럼에도 초오유의 서면은 은은하게 붉은 빛으로 아름답다. 초오유의 원어 뜻은"'터키보석의 여신" 이라고 한다. 마침 노을이 초오유의 굴곡을 따라 바람처럼 흘러가는 것이 더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일몰을 보면서 터벅터벅 걸어되돌아왔다.

레스토랑에서 좀 쉬면서 차한잔 하고 9시경 취침을 한다. 한기가 가슴을 찌른다.

새벽 2시경 볼일 보러 나온 넓은 마당에는 별들의 잔치가 펼쳐져있다. Cosmos 속에 은하수도보인다.

아마도 세석평전 이후 가장 많은 별들을 본 날이 될꺼다.

Posted by 들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