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라마바드에서 버스를 대절하여 출발한 시간이 오전 10시반, 카라코람 하이웨이의 기점인 아보타바드(Abbottabad)로 향하였다.
오후 2시반 레스토랑에 들러 간단히 요기를 하고 끝나지 않을것 같은 먼길을 다시 나선다.
< 파키스탄 북부 지도 >
이슬라마바드에서 스카르두까지는 700Km 정도의 거리이며 보통 25시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하니, 중간에서 하룻밤 자고 가면 35시간 이상이 걸리는 먼 길이다.
하루의 길이는 어떻게 정해지는가.
먹은 끼니수? 잠잔 시간? 이동한 거리? 일어난 사건의 양과 경험의 질?
오후 6시30분경 마침내 인더스 강과 카라코람 하이웨이가 만나는 타콧(Thakot) 브리지에 도착하였다.
날은 저물어 가는데 인더스강이 나타났다. 한강보다 폭이 좁아보이며 물 빛깔은 뿌옇게 보인다.
약 2시간 정도를 북쪽으로 향하자 산사태로 공사하는 구간이 나타났다. 카라코람 하이웨이는 몇 일전의 폭우로 인하여
구간구간 끊어져 있었고, 우리가 밤에 통과하려는 구간에서는 복구공사가 한참이었다.
우리가 탄 차량은 하염없이 기다리다 서행하다를 반복한다.
오늘 머물 곳은 낭가파르밧을 멀리서 볼 수 있는칠라스(Chilas)이다.
아침에 비행기를 기다리다가 출발시간이 3시간이상 늦어진데다가 몇시간 동안 산사태 구간을 통과하느라 일행 모두
저녁 먹을 시간도 없다. 버스안에서 졸다 깨다를 반복하는데 새벽 2시30분 칠라스에 도착하였다.
다시 조금씩 비가 내리고 있다.
동승한 러시아부부의 가이드가 여관주인을 깨워서 급한대로 저녁(?)을 준비시켰다. 우리 일행은 워낙 늦은시간이라 별도로
방을 잡지 않고 식당에서 대충 잠을 해결하기로 하였다.
하루 종일 운전한 기사를 쉬게 하는게 중요한지라 출발시간을 늦춰서라도 잠을 푹자고 천천히 출발하기를 권유하였다.
비가 거세지더니 폭우가 되었다. 3시쯤 자러 들어간 기사가 갑자기 4시에 일어나 나오더니 비가 많이오기 때문에
빨리 출발해야한다고 서둔다. 우리는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우리야 차 안에서 잠을 자면 되지만 기사는 1시간도 못잤는데
가자는 것이다.
결국 폭우가 내리는 가운데 새벽 4시에칠라스를 떠났다.
동이 트면서 비는 조금씩 그쳐간다. 앞쪽에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또 산사태가 나서 도로가 유실된 것이다.
도로의 한쪽은 붕괴되었고 산사태와 더불어 산에서 내려오는 급류로 인해 통행이 불가능하다.
비는 이미 그쳤고 약 30분정도 기다리니 급류의 양이 점점 줄어든다.
어제 인더스강을 만난 후 지금 지나고 있는 곳의고도는 그리 높지 않다. 그런데도 나무와 풀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항시 물을 공급받을 수 있는 강변을 따라 근근히 푸른 색이 보일 뿐이다. 이 지역은 건조하기 때문에 식물이 자랄 수 없는 것이다.
그나마 지금이 우기라서 가끔씩 비가 온다고 한다. 사시사철 건조한 땅은 부석부석하여 소량의 비에도 대형 산사태가 날 수 밖에 없다.
기다렸다는듯이 용감한 사륜구동이 먼저 건넌다.
잇달아다른 차량들도 줄줄이 빠져나간다.
뒤를 이어 우리 미니버스가 건너다가 바퀴가 빠져서 한참 동안 작업한 후 겨우 벗어날 수 있었다.
여기가끝이 아니었다.
5분정도더 진행하니 또다른 유실구간이 나온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많은 파키스탄 사나이들이 차량에서 내려 차량이 통과될 수 있게끔 산사태 난 곳을 정리하고 있다.
이들의 사나이다움이 마음에 든다. 인도와 같은 민족이긴 하지만 뭔가 다른 느낌이 든다.
이들은 서둘지 않는다. 묵묵하게 일한다. 불평하지 않고 순간을 헤쳐나가는 어떤 강인함이 있다.
이슬람 특유의'인샬라! (신의 뜻대로)'라서 그럴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피치못할 상황을 통해 파키스탄의 또 다른 면을 보게된다.
한번 이뻐보이기 시작하면다른 것도 이뻐보이듯 자신들의 트럭을 아름답게 꾸미려는 심미안도 엿보게 된다.
너 나 할 것 없이 차량을 통행시키기 위하여 안간힘을 쓰다가 차량이 소통되자 모두들 박수를 치면서 좋아하고 있다.
이렇게 산사태 지역을 복구하며 통과하는 데만 약 3시간이 걸렸다. 결국 이슬라마바드에서 출발한지 하루가 꼬박 지났지만 ,
얼마나 더 가야할지 우리 앞 길에 또 어떤 것이 펼쳐져 있을런지 알 수 없다.
과연 오늘 중으로 스카르두에 도착할 수는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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