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변조선족 자치주의 주도에 해당하는 연길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에 백두산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날씨는 맑으며 강한 태양빛이 뜨겁다.

나뿐아니라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에게있어서 백두산은 아주 특별히 상징적일 것이다.

같이 백두산을 향하는 일행들의 얼굴에도 들뜸과 기대가 서려있다.

한자로 장백산이라고 써있는 입구를 보면서 잠깐 이런저런 생각에 빠진다.

산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과거에스스로 다짐한 적이 있었다.

중국쪽보다는 북한쪽으로 걸어 오르리라.

사륜찝차를 타고 중국쪽으로 오르는 것은 백두산과 천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꼭 백두대간의 등줄기를 따라오르지 못하더라도, 개마고원을 지나, 압록강을 따라가보리라.

그때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서도...



< 중국쪽 백두산 입구 >

입구에는 한국에서 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대학생들을 포함해서...

표를 끊고 셔틀버스를 타고 찝차가 대기하는 곳까지 이동하였다. 이곳부터는 경사가 급해서 사륜구동의 찝차만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 찝차 매표소 >

오르는 길은 아주 가파르고 구절양장처럼 굽이굽이 뚫려있다. 수십대의 찝차가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는 길이다.



< 찝차에서 바라본오르는 길 >



약 15분 달렸을까 드디어 분화구 밑의 작은 구릉에 있는 찝차의 종점에 도착하였다.

앞쪽으로 분화구의 외벽이 나즈막하게 보인다.

천지가 보이는 곳까지는 몇백미터에 불과하다.

가슴이 뛰기 시작하였다.



< 찝차의 종점 >



< 천지를 보고 내려가는 하산객들 >

약 5-6분 거리를한달음에 올라간다. 숨은 턱까지 차고, 마음은 왠지 급하기만 하다.

달리면서 카메라를 꺼내드는데, 핑하고 어지러움증이 느껴진다. 이건 고소증도 아니고 무어란 말인가?

애인보다도 더한 이런 묘한존재감은무얼까?

또한 이렇게 쉽게볼 수 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

천문봉의 옆능선에 오르는 순간 천지가 쪽빛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구름은 천지를 한번 훑고 지나듯이 장군봉에서 우리쪽으로 몰려오고 있고, 멀리 아래 천지수면과 맞닿은 곳은

급사면의 경사를 이루고 있다. 고도감이 너무도 대단하여 짜릿한 느낌이 든다.

절벽에서 바다를 보는 기분이 들며500미터 아래의 천지는 기이한 감동을 준다.

스케일로 보아 에베레스트의 장대한 모습과 비하지는 못하겠지만묘한신비로움을 무엇에 견주랴?

강풍이 불어오며 운무가 천지를 뒤덮는다. 천지를 본지 불과 일분도 못되어 수줍게 모습을 감추어버린다.

이런 사진도 제대로 못찍었는데... 이럴수가.

포기하고 내려가려는데 구름의 가장자리에 구멍이 뚫리더니 검푸른 수면이 뻥하고 터지듯 나타난다.

태고적 정적에 감춰진 천지의 비밀을 엿본 기분이다. 사람들의 환호성과 더불어...

구름은 또 다시 다가와서 그 비밀을 더욱 짙게 가린다.








< 천지의 여러 모습 >

아래의 청명한 날씨에 비하여 천지의 날씨는 그야말로 예측불허다. 여러번온 끝에 오늘 처음 보았다는 가이드도 있다.

다시 찝차로 하산한 후 찝차를 탄 장소로 돌아가서 셔틀 버스를 타고 장백폭포로 향하였다.

천지의 물은 어디로 흐르는가? 두만강과 압록강의 발원이기도 하지만 또한 높이 67m의 장백폭포(長白瀑布)가 되어

얼다오바이강[二道白河]으로 떨어져 쑹화강[松花江]으로 흐르기도 한다.

천지에 대하여 더 알아보기로 하자.

천지는 천지 창조의 신비함을 간직한 천상의 호수라는 뜻으로 대택, 대지, 용왕담, 달문담, 신분, 용궁지, 천상수, 달문지 등으로 다양하게 불렀다. 북한의 '지리상식백과'(1986년)에 의하면 천지는 넓이 9,165 제곱킬로미터, 둘레 14,4 킬로미터, 최대수심 384미터, 최대 넓이 3.55 킬로미터, 평균너비 1.975킬로미터, 수체적 19만5,500만 세제곱미터, 수면표고 2190.15미터 (1981년 7월 관측)로 되어있다. 세계 최고로 알려져 있는 '티티카카호'(최고수심 304미터)와 2위인 소련의 레닌그라드 근처에있는 '라도가호'(225 미터) 보다도 더 깊어 세계 최심의 산상 호수로 밝혀졌다.

깎아지른 듯한 양쪽의 절벽사이로 장백폭포는 힘차게 떨어지고 있다. 그 옆으로 천지로 향하는 가파른 계단이 흉칙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 장백폭포 >

< 장백폭포 옆의 천지오르는 계단 길 >



< 동굴처럼 만든 천지오르는 길 >

장백폭포에서 30분을 힘겹게 오르면 평지가 나타난다. 우측으로는 깎아지른 듯한 백두의 봉우리들이 운무속에 군신들처럼 서있다.





저기 풀밭길 지나 바로 지척에 천지가 있다.

왼쪽으로 장백폭포의 상류이자 폭이 30여미터 정도의 아름다운 계곡 '승사하'가 보이고 저멀리 달문이 보인다. 달문은 천지에서 유일하게 물이 나가는 곳이다.




< 달문 - 천지의 유일한 물의 배출구 >

작은 구릉을 넘어서니 드디어 천지가 나타났다. 천지의 물이 안개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천지 수면위로 깔린 구름으로 인하여 앞쪽의 봉우리들은 잘 보이지 않아 망망대해처럼 거대한 바다를 보는 것 같다.

또한 낮게 깔린 구름은 천지의 신비로움을 더욱 증폭시킨다. 호수중간으로 마치 공룡이라도 나타날 듯한 분위기다.



우리민족의 모든 것을 투사한 백두산 천지.

처음보는 순간 어떤이는 울부짖고, 어떤이는 입을 맞추고, 어떤이는 물속으로 뛰어든다.

어떤이는 통일을 생각하고, 어떤이는 분단과 이산의 아픔을 생각하고, 어떤이는 우리의 잃어버린 땅을 생각하기도 하겠지...

나는 처음보는 순간 한달음에 달려가 운무가 혹 더끼어네 모습이 사라질까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댄 후, 깨끗이 손을 씻고,

가져간 수통에천지물을 담아 몇모금 마시고, 돌을 몇개 줍은 후, 수통에물을 가득담았지.

그리고 복잡해진 머리와 짠한 가슴을 가지고 터벅터벅 먼길을 돌아섰지.

그래 처음 만나마냥 즐거워 할수만은 없었나보다.

다음은 반대편에서 다시 만나자고..........

간밤의 꿈만은 아닐지니...

< 천지 파노라마 >

Posted by 들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