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005-12-02 18:10:19] |
톈진 최꺕. 그가 인도 히말라야로 떠난 지 18년 만에 ‘티베트불교 최고의 고전’을 고국에 전하러 왔다. ‘(불)법을 지킨다’는 뜻의 톈진 최꺕은 달라이 라마가 청전스님(52)에게 준 법명이다.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 머물고 있는 청전 스님은 2일 티베트 수행의 결정판인 람림을 1천 쪽의 한국어판으로 완역해 ‘깨달음에 이르는 길’(지영사 펴냄)이란 이름으로 내놓았다. 람림은 16세기 인물로, 달라이라마가 속한 겔룩파의 시조인 총카파가 쓴 저서다. 문수보살의 화현으로 일컬어지는 총카파는 앉은 채로 열반에 들어 좌선 자세의 등신불이 중국 문화혁명으로 파괴될 때까지 티베트에서 보존되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달라이 라마는 이 책에 쓴 ‘추천의 글’에서 “한국 비구 텐진 최꺕이 박식한 티베트 승려들의 도움을 받아 낸 이 책이 우리의 삶을 자유롭게 만들고 우리를 가치 있고 복 받은 사람들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고 밝혔다. 이 책의 강점은 초발심에서부터 완전한 깨달음을 중득해 보살의 서원을 완성해 가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분명하게 제시했다는 점이다. 청전 스님은 달라이 라마에게 3차례에 걸쳐 람림 설법을 듣고 난 뒤 이 책이야말로 한국 불교에 가장 필요한 책이라고 여기고 번역을 결심해 5년 만에 결실을 보았다. 애초 신부가 되려고 가톨릭대학교에 재학하던 청전 스님은 전남 순천 송광사를 찾았다가 방장 구산 스님(1901~1983)으로부터 “넌 전생에 천축국(인도) 고행승이었다”는 말을 듣고 그 전생이 화두가 돼 77년에 출가했다. 10년 동안 전국의 선방을 돌며 수행 정진했으나 ‘생사의 의심’을 끊지 못한 그는 진정한 스승을 찾아 동남아시아를 거쳐 인도를 순례하던 중 달라이 라마를 만나 준비한 15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 중엔 “저는 간혹 여자에 대한 유혹을 견디기 어려워 잠 못 이루는 때가 있는데, 존자님(달라이 라마)께서도 그런 유혹에 힘든 때가 있습니까”하고 물었다. 그러자 달라이 라마는 “나 또한 그렇습니다. 당신과 같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을 따르는 비구이기 때문에 부처님에게 빌고, 그의 말씀을 따르며 그런 유혹을 이겨나가는 것입니다”고 답했다. 청전 스님은 진솔한 달라이 라마의 답을 듣는 순간 그가 ‘포장되거나 가공된 스승이 아님’을 확신하고, 그를 스승으로 받아들여 지금껏 정진해왔다. 히말라야의 다람살라에서 컴퓨터도 전화도 없이 ‘가난’하게 사는 그는 매년 약을 싸들고 히말라야 오지의 노인들에게 치료제와 영양제, 안경 등을 나눠주러 자비의 여행을 다닌다. 그는 몇 년 만에 한 번씩 나올 때마다 세속화하는 종교인들의 모습에 “(건물이) 더 커지고, (재산이) 더 많아지면 힘은 더 세질지 모르지만, 진리와 평화는 나올 수 없다”며 “자기 안의 분노를 다스리지 않고선 어떤 재물도 그 사람을 평화롭게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지인들이 챙겨준 약봉지들을 들고 6일 다시 히말라야 오지로 향한다. 글·사진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출처 : 한겨레(http://www.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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