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집에서는 언제쯤 귀국할 수 있냐고 하여, 빨라야 일주일에서 늦으면 열흘 이상도 걸릴 것이라고 하였다.

 

하산길(2-3일) - 포카라 (2일) - 카트만두(2-3일) - 방콕(1일) - 서울

 

 

랄에게 포카라의 소속여행사에 연락하여 포카라-카트만두간 비행기를 예약해 놓으라고 하였다.

랄이 전화통화 후 얼굴이 어두워진다. 포카라-카트만두 국내선은 문제가 없는데 네팔 항공사인

로얄 네팔 비행기가 고장나서 네팔을 떠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로얄 네팔은 비행기 3대로 전세계를 나름대로 누비는데 그중 한대가 고장이 났으니 카트만두에서

출국하는 것이 아주 오래 걸릴 수도 있다고 덧붙인다. 이래저래 걱정이 앞선다.

우선 산에서 잘 내려가는게 중요하다. 다른 것들은 하산 후 생각하면 된다.

 

수첩에 써놓은 글귀를 읽으면서 조급한 마음을 가라 앉혔다.

Life is a multi-dimensional reality. Enjoy your trip every moment.

(삶이란 씨줄과 날줄로 층층히 얽혀있는 현실이다. 모든 순간 순간을 즐겨라...)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라는 격언처럼...

 

랄과 상의하여 아침 6시 기상하여 식사를 생략하고 무조건 달리기로 하였다.

6시에 일어나 대충 씻고 발을 점검한다. 오른쪽 발을 보니 물집이 여러개 생겼는데, 특히 새끼발가락

전체에 물집이 심하다. 별 수 없이 통증을 줄이기 위하여 두꺼운 양말 3개를 덧신어서 신발과의 마찰을 줄였다.

왼쪽 발목은 어제 걷다가 또 삐끗하여 상태가 안좋고...

오늘 목표는 따또바니(Tatopani)인데, 지도를 보니 마파에서 43Km 정도 떨어져있다. 지도상에서 만도 엄청난 거리다.

그러나 목표를 정해놓으니 훨씬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오늘은 오늘의 분량만 생각하면 되니까...

밖으로 나가니 날은 아직 어둡고엄청 추우며 강풍이 불어온다. 마을 한편의 사과가게 문을 두들겨 사과 2Kg을 샀다.

바람은 쉴새없이 불어대는데 다시 강가로 내려간다. 강가의 길을 1시간 이상 걸어갔다.

툭체(Tukuche, 2590m)에 도착하였다.

해는 서서히 떠오고 마을 뒤로 툭체 피크(6920m)로 부터 뻗어나온 능선이 보인다.

 

 

툭체를 지나 다시 강으로 내려간다. 원래 툭체에서 우측으로 난 원래의 길이 있지만,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도는 길이기 때문에 바쁜 우리는 강 속으로 열린 지름길을 선택하였다.

빠르게 흐르는 강물 위의 나무다리를 건너면서 구름에 싸인 설산이 서서히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다울라기리가 구름속에서 수줍게 일부를 보여준다. 일부이긴 하지만 워낙 대단하다. 다울라기리의 동빙하의

Icefall이 지금이라도 바로 흘러내려 칼리간다키강을 휩쓸어버릴 것 같이 느껴진다.

 


 

그러나 구름은 아쉽게도 정상부를 감싸면서 잘 보여주지 않는다.

구름이 있을 때 산은 더욱 높아보인다. 내가 서있는 곳의 고도가 2500미터고 다울라기리의 고도가

8167미터이니 5000미터고도차의 직벽이 강바닥에 있는 내 앞에 서있는 것이다. 정말 압도당하는 느낌이다.

 

 

한편 칼리간다키강은 어디에서 부터 시작되는가? 무스탕도 아니고, 다울라기리도 아니다.

"그래, 다울라기리는 어떻게 생겼던가? 그 북벽의 계곡물은 어디로 흘러가던가?

그 물은 달속으로 흘러가더군..." - 책 "최초의 8000미터 안나푸르나"

 

이미 몇번에 걸쳐 소개하였듯이...

1950년 프랑스 원정대는 이 칼리간다키강을 거슬러 올라와 툭체에 거점을 확보하고, 다울라기리를 정찰한다.

그들은 툭체피크와 다울라기리 사이의 계곡을 탐사하기도 하고, 다울라기리 동빙하 쪽으로도 정찰대를 보내

루트를 확보하려고 하였다. 결국 그들의 표현대로 "괴물같은 피라밋"으로 보이는 다울라기리에 질린 원정대는

라마승의 점괘에 따라 다울라기리 대신 안나푸르나를 선택하였던 것이다.

그들은 칼리간다키강의 서쪽편에 있는 미리스티 계곡(Miristi Khola)을 거슬러 올라가 안나푸르나 정상부를

공략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블로그 글 : 틸리초와 밀라레빠 at 마낭

이별, 만남, 출발 : 11월 7일 포카라(Pokhara, 884M) - 베시사하르(Besisahar, 820m) )

 

칼리간타키강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양떼들이 지나가고, 강바닥위로 인적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도 한다.

 


 

또한 경치는 더 이상 어제같은 황량한 강바닥과 삭막한 주변의 산이 아니다.

침엽수의 푸른 빛과 파란 하늘과 하얀 설산과 옥색 강물과 사람의 흔적이 있는 한폭의 그림이 된다.

어느덧 출발한지 3시간여 쉬지 않는 강행군을 잠시 멈춘다.


 


 

다울라기리를 감싸고 있는 구름 덩어리 밑에 있는, 멀리서도 잘 보이는 나무로 된 집이 궁금해졌다.

게다가 너무나도 평화롭지 않은가?

찻집이었다. 20대 초반의 아름다운 주인이 배시시 웃으며 차를 끓여준다.

우리나라 사람과 너무 닮아 물어보니 타갈리족이라고 한다. 네팔에는 70여개의 다른 종족이 있는데, 타갈리족,

라이족,구릉족이 몽골리안 계통이라서 우리랑 많이 닮았다고 한다.

 


 

강바닥에 있는 나무집이기 때문에 우기 때는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았더니, 분해해서 높은 곳으로

이동시킨다고 한다.

다시 길을 나서는데 뒤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온다.

일단의 티벳사람들이 걷거나 말에 매달려 오고 있다. 무스탕에서 살다가 겨울이 다가오면 아랫마을로

내려갔다 다시 봄에 올라간다고 한다. 전부가 한가족이라고한다. 꼬마애가 내사진기를 보더니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모두들 모여들더니 가족단체사진의 모델이 되어 주었다.

 



 

이들과 헤어진 직후 앞의 길이 폭 10여미터의 강으로 막혀있다. 이들은 말을 타고 차례로 건너더니 우리

쪽을 힐끗보더니만 웃으면서 사라진다.

 


 

랄과 나는 신발을 벗고 바지를 허벅지 이상으로 걷은 후, 예전에 본 CF에서 처럼 신발끈을 연결시켜

목에 걸고, 뼈속까지 시린 강물을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해서 건넌다. 깊은 곳은 허벅지를 넘었다.

랄이 웃으면서 이래서 이 길로는 트레커들이 다니지 않는다고 한다.

발이 아주 시려 한참을 주무르며 살펴보니 왼쪽 새끼발가락이 아주 심하게 부르터 있다. 조심 조심 양말로

감싸 신발을 조인다. 아직 1/4도 못왔는데...

 


< 맨발로 건넌강 >

 

칼리간다키강 바닥으로 열려진 기나긴 길은 이렇게 아름답게 끝나고 있다.

언덕으로 오르며 다시 강 전체를 조망한다. 역시 강은 녹색과 어우러져야 제격이라는 생각을 해보며...

 


 

10시30분 코게탄티(Kokethanti)에서 아침 겸 점심을 먹는다. 랄도 힘든지 달밧을 엄청나게 먹고 있다.

지친 몸을 추스리는데는 음식이 최고니까...

좀 더 쉬려는데 오히려 랄이 서두른다. 빨리 가야지만 오늘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고 하면서...

다시 길을 재촉하니 좌측으로 설산이 잘보이고 예쁜 마을이 나타난다. 쉬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다음 기회에...

 


< 예쁘고 아담한 마을 칼로파니 >

 

칼로파니(Kalopani)에서는 안나푸르나 1봉(8091m)과 닐기리봉을 볼 수가 있는데, 안나푸르나 1봉은

구름속에서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결국 트레킹내내 안나푸르나 1봉을 볼 수 없었다.

닐기리 사우스의 일부만 모습을 잠깐 드러내었을 뿐이다.

 


< 닐기리 사우스(Nilgiri South, 6839m)>

 

체크포스트가 있는 레떼(Lete)를 지나니 급격히 고도가 낮아지며 산사태 지역을 보여준다.

대략 400미터 정도의 절벽이 무너지면서 흙이 드러나있고, 계곡으로 불어오는 강풍은 흙과 모래를

절벽위로 불어올리고 있다. 자연은 이유없이 경이로울 따름이다.

 


 

오후가 되면서 체력이 바닥을 치고 있다.

멀리 계곡에 걸린 아스라한 다리가 보이고 양 수백마리가 다리를 점거하고 있다.

이때다 싶어 쉬고있는데, 에베레스트에서 일행이 된 가이드 Ram2가 갑자기 나타났다. 너무 반가워하며

악수와 포옹을 하였다. 이들 일행은 거꾸로 올라가는 중이라고...

 


 

양들이 다리를 건너는 시간은 꽤나 오래 걸린다.

이 지역은 양들이 아주 많아서 길옆의 절벽에도 양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풀을 뜯고 있다.

 


 

몸은 더욱 더 지쳐가고, 랄과 나는 더이상 말이 없다.

사진 찍을 힘도 별로 없지만, 머리는 아주 맑아진다. 오로지 정신력으로 버티는 듯하다.

앞에 멋진 폭포가 모습을 드러내지만, 내눈은 앞의 4,50킬로그램의 통나무판을 지고 가는 마을사람의

고단함에 같이 동참하고 있다.

 


 

목적지 따또바니에서 1시간 반 못미친 거리에 다나(Dana)라는 마을이 있다. 날은 어둑어둑하고 허기가

져서 오렌지를 사먹는데, 한국인이 나타나 반갑게 인사하였다. 비행기로 좀솜에 왔다가하산하는 중간에

묵고 있다고 한다.

5시가 넘으면서 야간산행이 시작된다.

안나푸르나에서의 야간산행은 아주 위험하다. 그 이유는 반정부군인 마오이스트들과 정부군과의 대치가

아주 심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군은 밤에 마을간을 이동하면 무조건 총을 쏘았다고 한다.

랄은 조심해야 한다고 얘기하면서 일부러 나보다 100미터 이상을 먼저 앞서간다.

캄캄한 밤에 마을과 마을을 지나면서 랄은 수시로 마을 사람들에게 앞에 군인들이 있는지 묻고 있다.

어느 마을에서는 갑자기 산 속에서부터 던져진 돌이 내 앞을 스쳐지나가 간담이 서늘하기도 하였다.

랜턴 하나로 의지하며 가다 절벽에서 길을 잘못들기도 하고, 멀리 사람 인기척 소리를 겁내하고

혹 총에 맞을까두려워 했던 그 2시간여의 밤길을 잊을 수 없다.

또한 그런 상황을 알면서도 묵묵히 리드한 랄의 헌신성과 희생 정신에 진한 감동을 느낀다.

 

7시가 넘어 목적지인 따또바니에 도착하였다.

거의 뛰다시피한 13시간의 산행. 43Km의 길.

절뚝거림과 탈진직전의 허기짐과 안도감...

서구적인 따또바니의 한 랏지에서 다시 한번 랄과 함께 맥주를 시켜놓고 자축파티를 한다.

내일 오후엔 포카라에 도착할 수 있고 오늘은 트레킹의 마지막 밤이다.

점점 여행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과연 트레킹은 무엇을 남겼는가?

1950년 6월3일 프랑스 원정대의 대장 에르족과 대원 라슈날은 제5캠프를 출발하여 정상으로 향하다가

발이 급격히 얼어오는 것을 느끼며 동상에 대한 공포에 휩싸인다.

라슈날은 에르족에게 포기하고 내려가자고 권유한다. 그 때 에르족은 혼자라도 계속 가겠다고 주장한다.

라슈날은 에르족의 단호함에 자기도 따르겠다는 결심을 얘기한다.

그 순간 에르족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라슈날과 나눈 이 짧은 몇마디가 순식간에 심리상태를 돌변시켰다.... 나는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그 무슨

새로운 세계에 돌입하는 느낌이었다.... 나를 둘러싼 주위가 마치 꿈속같이 느껴진다. 고난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 순수하고 투명한 산의 경관은 내가 꿈속에 그려온 산이었다. 태양에 빛나는 흰 눈가루를

뒤집어 쓴 바위모습은 그 찬란한 아름다움으로 나를 완전히 사로잡았다....

나와 인간 세상과의 상당한 거리감을 느낀다....

어쩌면 인간의 존재를 원하지도 않는 환상적인 세계인 것이다. 우리는 이 금단의 장벽에 도전하여 돌진하고 있다."

 

인류 최초의 안나푸르나 정상은 이렇게 그들을 맞았고, 이들은 금단의 장벽을 넘은 댓가를 톡톡히 치룬다.

손가락과 발가락 대부분을 동상으로 인하여 절단하게 된 것이다.

 

나의 소박한 트레킹은 이들처럼 엄청나고, 대단한 도전이 아니다.

다만 목표로했던 나의 작은 고개만을 넘었을 뿐이다.

그러나 이런 경험은나에게 자신을 볼 수 있는 기회와 새로운 가능성,또 다른 열린 세상을 깊이 맛보게 하였다.

그리고 그것은 현재 진행형이다.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산이 있고, 또한 그 어느 자락엔 자신이 좇는 무지개가 걸려있을 것이다.

아주 큰 댓가를 치룬 안나푸르나 등정을 통해 그들이 경험한 것은 아마도 그들이 간절히 꿈 꿔왔던 '무지개 너머의 세상'이었을 것이다. 그것을 아예 가지고 내려와 통째로 소유할 수는 없었겠지만서도 말이다.

그렇듯이...

혹 우리가 내려온 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트레커들 역시 아마도 무스탕을 향해, 쏘롱라를 향해, 안나푸르나의 정상부를 향해, 아니면 얼마전 떠나온 그들이 살던 곳을 가리키며, '무지개 너머의 세상'이 거기 있노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결국 세상 사람들은 소박한 그들 각자의 작은 꿈들이 실현되길 간절히 원할테고 그를 통해 각자 꿈 꿔온 무지개 저 너머 그 세상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 믿고 있을테니까...

지금도 어디에선가 하염없이 걷고 있을 그들에게 너무나도 유명한 이 노래를 바친다...

 

Somewhere Over The Rainbow / What A Wonderful World

Somewhere over the rainbow 무지개 저 너머
Way up high, 저 멀리
And the dreams that you dream of 그런 꿈이 있어요
Once in a lullaby. 한때 자장가를 들으며 꿈꿔왔던



Somewhere over the rainbow 무지개 저 너머
Bluebirds fly. 파랑새들이 날고
And the dreams that you dream of, 당신이 꿈꾸던 것이
Dreams really do come true. 현실이 되는 그런 곳이 있어요


Someday I’ll wish upon a star 언젠가 별을 두고 빌면
And wake up where the clouds are far behind me. 구름들이 둘러 쌓인 곳에서
Where troubles melt like lemon drops 모든 근심들이 다 사라지는 곳
High above the chimney tops 지붕 꼭대기 위에서
That’s where you’ll find me. 날 찾을 수 있을 거에요

Somewhere over the rainbow 무지개 저 너머
Bluebirds fly. 파랑새들이 날고
And the dreams that you dare to, 그 곳은 상상하는 꿈들이
oh why, oh why can’t I? 이루어 지겠죠


well, I see trees of green and red roses too 신록의 나무들이 보이고
I watch them bloom for me and you 우리를 위해 피어난 장미도 보여요
And I think to myself what a wonderful world. 정말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생각하죠

I see skies of blue and I see clouds of white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을 바라보며
And the bright blessed days I like the dark 축복받은 환한 새날이 밝고
And I think to myself what a wonderful world. 정말 아름다운 세상이라고생각하죠

The colors of a rainbow so pretty in the sky 하늘을 수놓은무지개의 색깔은
Are also on the faces of people passing by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에서도 볼 수가 있어요
I see friends shaking hands sayin’ how do you do 친구들이 "안녕"이라 말하며 악수를 청하지만
They’re really sayin’ I, I love you. 실제로 그들은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는거에요

I hear babies cry and I watch them grow 아이들이 칭얼대다 자라나는 것을 볼 수가 있어요
They’ll learn much more than we’ll know 그들은 우리 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울 테죠
And I think to myself what a wonderful world 세상은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하죠


Someday I’ll wish upon a star 언젠가 별을 두고 빌면
Wake up where the clouds are far behind me. 구름들이 둘러 쌓인 곳에서
Where troubles melt like lemon drops 모든 근심들이 다 사라지는 곳
High above the chimney tops 지붕 꼭대기 위에서
That’s where you’ll find me. 날 찾을 수 있을 거에요


Somewhere over the rainbow 무지개 저 너머
Way up high. 저 멀리
And the dreams that you dare to,그 곳은 상상하는 꿈들이
why, oh why can’t I? 이루어지겠죠

Posted by 들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