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거짓을 말 못하지만, 물은 거짓말을 한다.

청계천이 그랬고 지금 남산이 그러며 앞으로 사대강이 그럴 것이다.


어느 날부터 남산 산책로를 따라 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얼핏 본 남산은 그야말로 무릉도원이다..

물길을 인공으로조성하고 그 속에는 조약돌을 깔았으며,실개천 옆으로 화단을만들어 놓았다

자연의 계곡물이 아니다.

흘러가는 물소리를 따라 오르면 물이 유출되는 곳을 만나게 된다. 수돗물이 펌프를 통해 쏟아져 나온다.

흐르는 물이 썩어가는지 물속의 조약돌들에 이끼가 파랗게 꼈다.

몇일 후 다시 보니 조약돌들이 깨끗하다. 아마 돌들을 일일이 닦았나보다.

모든 것은 인위적이다.

인위적으로 만들고 인위적으로 관리한다. 자연은 이끼처럼 불편한 관리대상으로 변질된다.

억지로 만든 것을 유지하기 위하여 갖은 애를 다 쓴다.

그럴수록 엔트로피는 점점 높아진다.

거짓말을 들통나지 않으려고 또 다른 거짓말을 한다. 그리하여 거짓은 모든 것이 된다.

그래서 남산의 실개천은 천박하다.

21세기 현 국가의 현주소는 겉치레다.

삶의질, 내용과는 아무런 관계가없다. 모든 것은 뒤에서 이루어진다.

욕을 하면서도, 나쁜 짓거리를 하면서도 표정만 웃음 지으면 된다.

다른 이의 아픔은 철저히 격리된다.

강물의 깊은 소리보다 개천의 졸졸거리는 소리에 열광한다. 아니 그럴 것이라고 여긴다.

내면의 울림과 외침은 사라져간다. 아니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속이 썩어 문들어져가면서도,

그저 아름답게만 치장된 것을 보고 좋아할 줄 아는 어리석은 민초들로만 보이는게다.

철학도 없고 문화도 없다.

욕망만 충족되고 돈벌이만 되면 된다.

역사와 문화는 사장(死藏)되고 자연은 파괴된다.

남산과 청계의 밑바닥은 썩어가고, 4대강줄기는 파괴되며 그 안의 생명들은 학살당한다.


산은 아파도 소리를 내지 못한다. 더더욱 거짓말은 못한다.

그러나 물은 소리를 낸다. 물이 흐르지 않는 곳에 물을 흘릴 수도 막을 수도 있다.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자연에는 격식이 있다.

깊은 물은 소리없이 흐른다. 댐으로 막아도 물길을 돌려도 물은 흘러내려간다.


그리하여 물이 거짓이 아닌 진실을 말할 때,

이 위선으로 찌든 겉치레와 그를 종용하는 무리들은 폭류처럼 사라져 갈 것이다.

모든 것에는 품격이 있다.

국가에도

그리고 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흘러가는 물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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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들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