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
이런 날엔 반드시 무뚝뚝한 추억이 있다.
낙숫물이었다.
그 아무렇지도 않은 낙하에, 건조하지 않게 패여가는 진동에 세상이 떨려왔다.
솜 같은 바닥이 차마 버티지 못하고 무뎌져 저문 소리로 돌아왔다.
차창 밖 몇 줄기 물방울로도 흘러내렸다.
흐르고 흘러 이리저리 튕겨진 삶은 이미 하나의 흔적이며 자취였다.
뿌옇게 뿌려져 온 세상의 모든 것을 잠시나마 덮을지라도
설령 진실을 감출지라도
그나마 하얀 눈으로 펄럭이다 그만큼의 긴긴 삶을 누렸을지니.
그래 집착한다. 집착할지어다.
내려감이 전부이기에
그게 다이기에
나비처럼 훨훨 예쁜 자취로 떨어져내려
하여 또다시
강물로 흘러갈지라도
증발해 버릴지라도
채집되어 다시 봉인될지라도
빙하에서 영생을 기약 받을지라도
나의 타액으로
그대의 아픔으로
삼자의 눈물로
하여 또다시
그렇게 흘러내려갈 지라도
진정 그 몫을 다했을지어니.
흘러내리다 마른 겨울 몸져누운 낙엽과 첫키스를 하며
그 아쉬움에 흘러 내리지도 못했을 터이니
그러다 어울려 흐르지도 못해 잔인한 겨울로 남겨졌던,
그래서 그대보다 더 기약하는
아 봄이여.
그러나 몇몇 빗줄기에 바로 사그라져가는 참 별 볼일 없는 징한 놈들.
아 첫눈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