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틴 쿡(Mt Cook)은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위치한 뉴질랜드 최고봉이다.
높이는 해발 3754m로 그리 높지 않으나 등반의 난이도는 무척 높다고 한다.
뉴질랜드로 이민가서도 열심히 산행을 하고 있는후배 '버섯동자'의 Mt.Cook 등반기를
몇번에 걸쳐 올려본다.
아래 산행기는 2010년 2월 1일부터 2월 11일 까지 비오, 버섯동자, 나뭇잎 세사람이 뉴질랜드 최고봉인 Mt Cook 등반을 다녀와서 올린 산행 후기입니다.
< 등반 루트 >
2010년 2월1일 맑음 Auckland -> Christchurch -> Mt Cook Village
드디어 대망의 출발이다. 처음 이민을 왔을 때, 뉴질랜드 최고봉이니 언젠가는 꼭 올라보아야지 마음으로만 막연히 생각하고 있던 일이 이제 현실로 다가왔다. 지난 몇 개월 동안 훈련도 하고 많은 자료도 수집하였으나 여전히 채울 수 없는 것들은 운명에 맡긴다. 아직도 턱없이 부족한 것이 많지만 이제 떠날 시간이 되었고, 주사위는 이미 던져진 것이다. 그 동안 찾아본 타 등반팀의 자료나 Youtube의 동영상, Google Earth 등을 참조해 보면, Mt Cook의 높이는 비록 3754미터 밖에 안되, 히말라야의 고봉들에 비해 턱없이 낮은 곳이지만, 지형의 특성상 기후 변화가 아주 심하고, 경사도 급해 히말라야의 웬만한 봉 이상으로 어려운 난이도를 자랑하는 악명 높은 산이라서 해마다 조난사고가 신문에 나기도 한다. 험난한 산을 향해 떠나는 비장한 마음으로 3명의 대원들이 Auckland 공항에 모였다. 짐 무게를 줄이기 위해 무거운 등산화를 신고 배낭을 메고 모이니, 벌써 등반이 시작된 느낌이다. 염려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가족들의 배웅을 받으며, Gate를 통과할 때는 ‘정말 건강한 모습으로 살아서 돌아와야 할 텐데!’ 라고 마음으로 기도를 해 본다.
Christchurch에 도착해서는 차량을 무료로 대여해 주신 고마우신 분의 도움 덕분에 편하게 차량을 몰고 추가적으로 필요한 식료품과 연료를 구입한 후 약 4시간을 달려 저녁 8시 15분 Mt Cook Village에 도착했다. 해발 760미터에 위치해 있는 Cook Village에서 바라 보는 3,754미터 높이의 Mt Cook 정상은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어 정말 우리를 압도하는 경외의 대상이었다.
< Unwin Hut >
미리 예약해둔 Unwin Hut에 여장을 풀고 준비해 온 스테이크로 고생길에 앞서 영양을 보충한다. Unwin Hut은 뉴질랜드 Alpine Club에서 운영하는 숙박시설인데, Mt Cook을 등반하려는 많은 산악인들이 이용하는 곳이라, 등반에 관한 각종 정보를 수집하는 좋은 장소로 알려져 있다. 시설은 비록 Backpacker 수준이지만, 꼭 필요한 시설은 모두 갖추고 있어 편안히 머무를 수 있었다.
2월 2일 맑음 Mt Cook Village -> Plateau Hut
아침 식사를 마치고 DOC Visitor Centre에 들러 입산 신고(명단, 일정, 비상연락처 등)를 하고, 날씨에 관한 정보와 등반 코스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수집하였다. 우리가 오르려 하는 Linda Glacier쪽 코스는 눈이 많아 녹아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등반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고 한다. DOC 직원은 2월 달에 접어들면 날씨는 비교적 좋은 편이나, 눈이 많이 녹아 크레바스가 더 커지고, 눈사태의 위험도 높아지는 단점도 있다고 알려준다. Mt Cook은 여름시즌에 보통 15-20명 정도가 오르는데, 대부분 전문 Guide 회사의 가이드와 함께 오른다고 한다. 전문 Guide회사는 3-4군데가 있는데, 1:1 Guide를 원칙으로 하며 1인당 비용은 약 $5000정도 소요된다. DOC Visitor Centre는 기본 행정 업무 이외에도 초창기 Mt Cook 등반에 관한 역사자료와 자연지리 정보를 잘 전시해 놓아 좋은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1894년 최초의 Mt Cook 등정이 이루어진 후 많은 사람들이 뉴질랜드의 최고봉을 오르고 있는데, 초창기 양복과 치마를 입은 사람들이 피켈을 들고 등반하는 사진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 당시 사용했던 나무 손잡이로 된 피켈은 비오님이 가져오신 것과 같은 것이라 한편으로 걱정이 되기도 했다.
Cook Village에서 등반 기간 동안 우리가 머무를 Plateau Hut까지는 빨리 가는 사람들이 보통 12시간 이상, 어떤 경우는 1박2일, 길게는 2박3일이 걸리는 험난한 길이다. 우리는 일주일치의 식량과 등반 장비를 지고 오르기에는 너무 시간적, 체력적으로 무리라는 판단에 따라 미리 헬리콥터를 예약해 두었다. 실제로 많은 등반팀에서 이런 이점 때문에 헬기를 이용하고 있다. 우리가 타고 갈 헬기는 오후 3시로 예약되어 있어, 하산 시 걸어 내려 오는 Tasman Valley쪽에 있는 Celmisia Flat으로 차량을 이동해 놓고 현지 차량서비스를 이용해 공항으로 이동했다. 헬기와 경비행기가 공항에 있었는데, 주로 관광객들을 위한 비행과 스키시즌 스키어들을 실어 나는 것이 주 업무인데, 간혹 우리 같은 등반객도 실어 나른다고 한다. 헬기는 예정보다 이른 PM 2:20분 출발하였다. 헬기에 실은 짐의 무게가 거의 100Kg에 달한다.
<Plateau Hut까지 타고가는 헬기>
헬기의 비행 시간은 약 10여분! 비오님이 특별히 요청하여 우리가 오르려는 Linda Glacier 상공을 지나 Hut 쪽으로 갔다. 상공에서 바라보는 등반루트는 온통 거대한 크래바스와 송곳 같은 바위와 빙벽의 연속이었다. 그 모습을 보는 우리 3명은 온몸이전율하며 과연 우리가 저 곳을 잘 오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Plateau Hut은 3000미터가 넘는 기라성 같은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는 해발 2000미터의 설원에 있는 바위 위에 있는데, 2005년에 새로 지어진 곳이라 시설(가스 Cooking, 태양열 조명, 33개의 Bunk, 화장실)도 아주 좋은 편이다. 다른 Hut과 달리 이곳은 바람이 불 때는 엄청나게 강풍이라서 Hut 출입문과 화장실 문이 엄청나게 두껍고 무겁다. 마치 거대한 냉동고의 문 같다. 또 Hut에서 화장실로 가는 길도 로프로 연결해 놓았는데, 화장실로 가는 도중 강풍에 날라가지 않도록 설치해 놓은 것이다. 도대체 바람이 얼마나 샌 것인지 상상이 잘 가지 않는다.
Hut에는 체코에서 왔다는 남자 1명만이 있었다. 그는 어제 아침 9시에 Ball Shelter를 출발, 혼자 12시간을 걸어 Plateau Hut 200미터 전까지 왔다가 해가 지면서 크레바스의 위험 때문에 비박을 하고 아침에 이곳 Hut에 도착했다고 한다. 혼자서 오를 수 있는 용기가 정말 대단하다. 뉴질랜드에 온지 2달 정도 되었는데, 그 동안 Cherry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여기 저기 여행을 하다가 Mt Cook을 오르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한다. 그냥 Hut에서 쉬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고 빨리 만년설 위를 걸어보고 싶은 마음에 가볍게 준비를 하여 정찰에 나서기로 했다.(3:30pm) 오랜만에 아이젠을 신고, 피켈을 눈에 찍으면서 걸어가는 느낌이 너무 좋다. 중간 중간에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크레바스들을 통과해 Linda Glacier로 접어들었다.
눈 사면을 올라갈수록 크레바스들이 더 불규칙적이고 위험해 보인다. 어떤 것은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뛰어 넘거나 걸어서 넘을 수 없는 크레바스는 옆으로 100미터 이상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훨씬 시간이 많이 걸린다. 1시간 정도만 걷고 오자는 비오님의 말도 잊어버린 채 조금이라도 더 올라가 보고픈 마음에 계속 오르다가 6시 15분경 2500미터 지점까지 올랐는데. 더 오르기에는 무리라는 판단에, 다시 Hut으로 하산한다. 하산 도중 나뭇잎이 작은 크레바스에 빠졌는데 눈이 녹아 뭉쳐지면서 늪에 빠졌을 때와 흡사해 빠져 나오느라 한참을 애먹었다.
무사히 Hut으로 돌아와 고추장 찌개로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저녁 7시 DOC 오피스와의 정기 교신이 있었다. Mt Cook DOC 본부에서는 Mt Cook 주변의 각 Hut과 매일 저녁 7시 정기 교신을 하는데, 향후 이틀간의 일기예보를 알려주고, 각 Hut의 안전 상황을 점검하는 교신이다. 워낙 험한 산이기에 생긴 절차이겠지만, 등반객에게는 아주 유익한 교신이었다. 이후 이틀간의 날씨는 아주 좋다고 한다. 오늘 정찰도 다녀왔고 하여, 우리의 일정을 변경하여 날씨 좋을 때 먼저 Mt Cook에 오르기로 했다. 내일 하루 쉬고, 모래 새벽에 출발하기로 한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여유로운 시간! 간혹 들리는 눈사태 소리만이 정적을 깨우는 고립무원의 Plateau Hut은 벼랑 끝 쪽에 위치해 있어, 위로는 Mt Cook의 영봉들이 한 눈에 보이고 아래로는 거대한 용트림의 빙하가 흘러 내리는 Tasman 빙하가 길게 굽이져 흐르는 것이 한 눈에 보이는 너무나 멋진 곳이다.
2월 3일 맑음 휴식
아침 6시 저절로 눈이 떠진다. 오리털 침낭이긴 하지만, 생각보다 기온이 포근해 따뜻하게 잠을 잤다. 오늘의 아침 메뉴는 미역국에 베이컨 구이와 밑반찬이다. 요리는 전적으로 나뭇잎이 담당하고, 비오님과 나는 설거지와 보조 역할을 맡는다. 나뭇잎의 꼼꼼한 식량 계획과 훌륭한 요리 솜씨로 인해 크게 부족하지 않고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오늘 정상을 다녀오겠다던 체코 친구는 하산을 하기로 한다. 아무래도 혼자 정상을 간다는 것은 심적인 부담이 많이 되었던 것 같다. Blenheim으로 가서 다시 체리를 딸 예정이라고 한다. 어쨌든 혼자 이렇게 올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대단히 용기 있는 일이다. 오전에는 우리 3명만이 넓은 Hut에서 여유 있는 망중한의 시간을 보낸다. 이렇게 우리끼리만 있을 줄 알았으면 된장, 청국장도 가져올 걸 하는 나뭇잎! 점심은 Hut 앞의 천연 냉장고인 눈에 묻어두었던 스테이크 고기를 가져와 야채와 같이 볶아서 먹는다. 정말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식사 후에는 내일 정상 공격 시 가져갈 주먹밥을 준비하느라 시간을 다 보낸다. 큰 냄비 2개에 밥을 하고, 갖은 양념(당근채, 참기름, 소금, 검은깨, 보크라이스, 잣, 햄, 김 가루)을 다 넣어 맛있는 주먹밥을 만든다.
1인당 6개씩 총 18개의 주먹밥을 다 만들고 나니 오후 5시가 넘었다. 내일 아침 00시에 일어나 출발 예정이기에 잠시 눈을 붙이다가 저녁7시 DOC와의 교신, 내일과 모래 날씨도 좋다고 한다. 남은 주먹밥으로 저녁을 먹고 다시 눈을 붙여 보지만 좀체 잠이 들지 않아 자는 둥 마는 둥 뒤척이다가 밤 11시 30분 일어나 출발 준비를 한다.
2월4일 맑음 Plateau Hut <-> Mt Cook
00시 40분 드디어 출발이다. 장비들로 중무장을 하고 헬멧에 헤드랜턴을 끼워서 어둠을 뚫고 Hut을 나선다. 출발에 앞서 안전산행을 기원하는 비오님의 기도! 심야의 시간이지만, 달빛이 설원을 비춰, 랜턴이 없어도 걸을 만하다.
하지만, 크래바스의 위험 때문에 랜턴은 켜고 걸었다. 헤드랜턴 불빛에 비친 설사면은 은가루를 뿌려놓은 것처럼 반짝이고, 아이젠을 신고 걸어가는 세 사람의 발자국소리, 거친 호흡소리, 그리고 간혹 들리는 낙석소리와 눈사태 소리들이 정적을 깨운다. 그저께 우리가 정찰로 다녀온 2500미터 지점을 넘어서니, 크레바스는 더 크고 위험하게 벌어져 있어 서로 안자일렌(로프를 일정간격으로 몸에 묶고 가면서 서로의 확보를 봐주는 것)으로 연결하고 간다. 크레바스가 넓지 않은 것은 점프로 뛰어 넘어 가고, 조금 넓은 곳은 옆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깊이도 알 수 없는 크레바스를 뛰어 넘을 때는 정말 짜릿한 느낌이 들었다. 약 2600미터 지점을 통과할 때는 바로 옆 산에서 돌 사태가 일어나면서 흙먼지와 눈 가루가 날려 잠시 시야가 전혀 보이지 않기도 했다. 주변 산들의 경사가 급하고, 밤 낮의 기온차이가 크다 보니, 수시로 눈 사태가 일어나고, 불안하게 쌓여 있는 바위와 돌들이 떨어지기 때문에 잠시도 방심을 할 수 없고 긴장을 해야 한다. 새벽 3시경 정상에서 불빛이 반짝이는 것이 보인다. 처음에는 별빛이 겹쳐서 보이는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몇 개의 불빛이 움직이는 것이다. 누군가 벌써 정상을 오른 모양이다. 이 시간에 정상에 올랐다면 도대체 몇 시에 출발 한 것일까? 내가 앞서서 가고 뒤로 나뭇잎과 비오님이 자일로 묵고 따라 오고 있는데, 뒤쪽에 묶인 자일이 자주 멈칫거리는 것이 느껴진다. 오르막에서 비오님이 많이 힘들어 하신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 보니 이번에는 비오님의 아이젠이 벗겨졌다. 나와 나뭇잎의 아이젠은 원터치로 착용할 수 있는 것인데 비해 비오님의 아이젠은 옛날 식으로 끈으로 묶는 타입이라 다시 착용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하는 수 없이 비오님이 더 오르기를 포기하시고, 여기서 우리가 내려 올 때까지 기다리거나, 다른 팀이 내려오면 같이 하산 하시겠다고 한다.(AM 5:00) 혼자 두고 가는 것이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정상을 올라야 하는 목표가 있기에 나뭇잎과 나는 서둘러 다시 올랐다. Gun Barrel(포신 또 총신 이라는 뜻) 하단 부분을 통과한다. 이름 그대로 언제 눈사태가 솟아져 내릴 지 예상할 수 없는 가장 위험한 구간이라 최대한 빨리 통과한다. 수도 없이 솟아져 내린 눈사태로 눈덩이들이 어지럽게 놓여져 있는 길이다. Linda Shelf를 통과할 때쯤 어렴풋이 아침 해가 밝아오더니, Summit Rock 하단 부분에 이르렀을 때는 완전히 해가 밝아졌다. 아침 7시, 이곳까지는 예상시간에 도착한 것이다. 새벽 3시에 정상을 올랐던 팀을 여기서 만났다. 전문 가이드 2명을 포함해 4명이었는데, Hooker Valley쪽에 있는 Hut에서 출발하여 중간에 비박을 하고 정상을 오른 다음 내려오는 길이라고 한다. 전문가이드를 동반한 젊은 팀이라 운행 속도가 상당히 빨랐는데도 정상에서 Summit Rock 하단까지 내려오는데 4시간이나 걸렸으니, 우리 2명은 훨씬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Summit Rock 초입 설사면 2피치를 올라 휴식을 취하며, 간단히 아침을 먹었다. 준비해간 주먹밥은 긴장감과 갈증으로 인해 전혀 먹히지가 않았다. 발아래 펼쳐진 파노라마의 장관이 너무나 환상적이다. 수많은 만년설의 흰 봉들이 즐비하게 보이고 그 사이로 흘러내리는 여러 개의 빙하들! 마치 선계(仙界)에 온 듯한 착각마저 드는 풍광이다. 바로 이 맛이 산 꾼들을 흰 산으로 이끄는 마약 같은 매력일 것이다. Mt Cook 주변의 봉들은 하나 같이 칼로 깎아 놓은 듯이 가파르고 날카롭다. 어느 봉 하나 만만히 오를 수 있는 봉이 없어 보인다. Summit Rock 구간은 고산 특유의 푸석한 바위들로 이루어져 있어, 조금만 살짝 건드려도 금방 무너져 내리는 아주 불안한 지형이라 최대한 안전을 유지하면 오르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
더구나 통나무를 신고 가는 듯한 느낌의 동계용 등산화를 신고 바위를 오르는 것도 상당히 어려운 일이며, 3000미터를 넘어서면서 호흡도 많이 가빠지고, 암벽등반 장비 사용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나뭇잎을 확보해 가면서 오르다 보니 예상시간 보다 훨씬 넘어선 오후 1시에 Ice Cap 하단부 능선에 오를 수 있었다. 예정대로라면 이미 정상에 올랐어야 하는 시간이다.
< 3500미터 지점에서 본 파노라마 >
하산 역시 암벽 구간에서는 계속 하강 자일을 설치해 가면서 가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하강지점마다 필요한 슬링들은 많이 걸려 있다. 최근에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 와이어도 있어 믿고 하강할 수 있었다. 낙석이 심한 지역이라 하강 시 낙석으로 인해 아래 쪽에 있는 사람이 다치거나, 자일이 끊어질 수 있으므로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 하강을 했다. Summit Rock 구간을 다 내려왔을 때 가져간 1리터의 물을 모두 마셔버려 갈증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한 낮 햇볕에 정상 부위의 눈이 녹아 내리는 물을 발견하고 받아 마셨는데, 정말 시원하게 갈증을 해 주어 좋았다. Linda Glacier 하단부로 내려온 시간이 오후 8시가 넘었다 점점 체력은 소진되어 가는데, 올라올 때보다 크레바스가 더 크게 벌어져 있어서 통과하는데 한참 애를 먹었다.
어렵게 크레바스 구간도 통과하고 내리막 길을 다 내려와 이제 남은 것은 2-3Km의 설원 지대를 통과에 Hut으로 가면 되는데, 평소 같으면 30분이면 갈 거리이지만, 둘 다 체력이 다 소진되어 1시간이 넘게 걸려 밤 10시에 Hut에 도착했다. 장장 21시간 20분만에 귀환인 것이다. 비오님이 김치찌개로 식사 준비를 다 해 놓고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따뜻한 아랫목이 있는 고향집으로 돌아온 듯이 푸근한 안도감에 젖는다. 비록 정상은 밟지 못했지만, 우리는 최선을 다했고 무엇보다 안전하게 귀환 한 것에 만족을 하며 준비해온 위스키로 축배의 잔을 높이 들어 오늘의 기쁨을 만끽한다. 한 모금의 위스키가 빈 속을 짠하게 타고 들어가는 느낌이 짜릿하다. 지쳐서 입맛이 없을 줄 알았는데, 얼큰한 김치찌개와 밥을 끓여 만든 죽을 먹으니 입맛이 절로 살아난다. 오늘의 산행 과정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마치고 11시경 꿀맛 같은 잠자리에 든다. 비오님은 혼자 하산 하시다가 크레바스가 무너진 곳에서 2시간 이상 기다라시다가 하산 하는 가이드 등반팀과 같이 하산하신 다음, 망원경으로 우리의 등반과정을 지켜보며 노심초사 하셨다고 한다. 하산한 가이드 등반팀은 바로 헬기를 타고 하산했다고 한다.
2월 5일 맑음 휴식
피곤해서 늦게까지 자게 될 줄 알았는데, 6시 반에 저절로 눈이 떠진다. 물을 조금 끓여 수건으로 땀에 절은 몸을 닦고 차 한잔을 마시며 어제의 산행 기록을 정리했다. 8시가 넘어 아침식사(어제 저녁에 남은 김치찌개와 감자볶음)를 하는데 나뭇잎은 피곤한지 일어나지 않는다. 11시 반경 DOC 직원 몇 명이 헬기를 타고 들어와 바쁘게 움직인다. Hut을 관리하기 위해 왔다고 한다. 다 사용한 GAS통을 새것으로 교체하고, 화장실의 오물을 퍼서 헬기로 운반한다. 이곳에서는 자연 발효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2년에 한번씩 화장실 오물을 회수하는 작업을 한다고 한다. Hut내의 쓰레기와 사람들이 두고 간 오래된 음식물도 회수해 가는 등 몇 시간에 걸쳐서, 헬기가 몇 번씩 날라 다니며 작업을 했다. 하산 시 가지고 가기 위해 우리가 모아 놓은 쓰레기까지 회수해 가 주니 너무 고마웠다. 이렇게 잘 관리되고 있는 Hut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고맙게 느껴졌다. 늘 뉴질랜드의 산들을 다니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세계적인 청정 나라라는 이름에 걸맞게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이들의 노력은 정말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또 한편으로 내가 이런 나라에 살고 있는다 것이 자랑스럽기도 하다. 오후 3시경 우리만 있던 Hut에 2명(호주인 Tom과 캐나다인 Tyler)의 식구가 새로 생겼다. Ball Shelter에서 출발 Boys Glacier를 거쳐 2박3일만에 올라왔다고 한다. 우리 팀이 내려갈 코스와 동일한 곳이다. 이들은 눈 위에 텐트를 치고 캠핑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금은 날씨가 좋아 캠핑을 해도 지낼 만할 것이다. 저녁식사는 부대찌개에 계란 오믈렛과 밑반찬으로 풍성한 식탁이다. 헬기를 타고 들어왔기에 가능한 식단이다. 반면 텐트까지 지고 걸어서 올라온 Tom 일행은 짐을 줄이기 위해 100% 인스턴트 식품을 준비해 왔다. 푸짐하게 요리해서 먹는 우리 일행이 많이 부러울 것이다. 내일은 원래 Mt Cook 등반 전에 오르기로 했던 Mt Dixon을 오르기로 했다. 낮 시간 동안 비오님이 망원경으로 등반 루트를 잘 확인해 두셨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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