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증 예방을 위해선 몸을 덥게 하여야 한다고 주어들은 말도 있고, 게다가 트레킹 첫날 밤.
거의 백두산 높이에서 잔다고 지레 겁먹고, 옷을 껴입고 오리털 침낭에 자다보니 온 몸이 다 젖었다. 깨서 옷벗고 자니 반대로 춥다. 그래도 잠은 잘 잤다. 아침 5시30분 기상.
나가서 랏지 뒤 먼 산에 해가 떠오르며 물드는 것을 감동적으로 보았다. 내가 2600m 쯤 있으니 저 산은 3000m넘겠지?... 처음보는 3000m의 산이다...라고 중얼거리며 햇빛을 받아 구름이 상하로 왔다갔다 걸려 있는 산을 본다.
< 랏지 뒤로 보이는 산 >
아침을 오무라이스로 대충 때우고, 짐을 챙겨 내려오다 대형사고가 일어났다. 들뜬 마음로 계단을 내려오다 일전에 계속 삔 왼쪽 발목이 다시 접질린 것이다. 처음엔 걷지 못할 정도로 아파서 살펴보니 퉁퉁 부어올라 있다.
이제 트레킹 시작인데 혹시 못가는 거 아닌가라는 불안감이 엄습하면서 20여분을 주물렀다. 일어나서 걸어보니 걷는 데는 지장이 없는 것 같고 또 삘것 같아서 연고를 바르고 주인아줌마가 준 붕대로 칭칭 동여맨 후 신발을 최대로 묶어서 발을 고정하였다. 다행히 트레킹 내내 조심하여 큰 문제는 없었지만, 안나푸르나 트레킹 때 또 한번 삐면서 고생을 하게 된다. 하여간 서두르지 말고 침착하자...
< 첫날밤을 보낸 나마스떼 랏지 >
나마스떼(Namaste)란 인도/네팔에서 하는 인사말로 "내 안의 신이 당신 안의 신께 인사를 드린다"는 멋진 말이다.
맘씨 좋은 아줌마가 있는 랏지를 뒤로 하고 힘차게 출발을 한다.
날씨는 그야말로 쾌청하고,옥색으로 빛나는 계곡물 위로 길게 걸린 쇠다리를 몇번 건넌다. 처음에는 끊어지지 않을까하며 조심스레 걷다가 몇백 KG의 야크가 떼지어 건너는 것을 보면서 안심한다...ㅎㅎ
< 쇠로 엮어 만든 다리 - 길이가 100미터가 넘는다 >
조그만 집들 사이로 난 아기자기한 길이 휘파람을 불면서 걷게한다.
짐은 무거워도 마음은 가볍다.
< 마을 사이로 난 트레킹 길 >
마을에 아이들이 뛰어나와 놀고 있다. 반갑게 웃으면서 사탕이나 쵸코렛을 달라고 한다. 그러나 절대 안주지...
트레킹 지침서등에서 봐도 그렇고성인 네팔인들도 주지 말라고 한다. 당연히 이빨도 안좋아지고 거지 근성도 키우게 되니 좋을게 없겠지...
안 준다고 화도 안내고 오히려 빨빠이도 잘하고... 어릴적의 때묻은 옷과 얼굴을 한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 천진난만한 마을 어린이들 >
한 2시간 걸었을까 드디어 멀리 설산이 보인다. 비행기에서나 보던 흰 설산이 첫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가이드가 없는 관계로 지도를 뒤져서 찾아보니 참세르쿠(Thamserku, 6618M)의 위용이다.
처음보는 그 설봉에 압도됨을 느끼면서 마냥 기뻐하였다.
<참세르쿠의 장대한 모습>
설봉은 보일듯 말듯을 계속하며 걷다보니 어느덧 앞산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다.
점심식사 할 시간. 점심으로는 달밧을 먹었는데, 달밧 맛이 가는 곳 마다 다르다.
한국에서 온 20대 여성을 만나서 한참 얘기를 했다. 이곳 저곳 둘러다니다 이제 내려간다고... 인연이 되면 네팔 제2의 도시인 포카라에서 만나기로 하면서 라면과 차 등을 챙겨주었다.
대부분 같이 출발한 트레커들은 이미 우리를 앞서간다. 우리는 짐을 직접 지고 가니까, 걸음이 늦을 수 밖에... 나중에 남체에 도착해서 보니 우리에 대한 소식이 쫙 퍼져있었다. 한국인 2명이 포터나 가이드도 안쓰고 짐지고 온다나... 한국인을 좋아하는 네팔인들은 도착하는 우리를 보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기도 하였다.
점심 식사 후 걷다보니 Check point 가 나온다. 즉 국립공원 매표소라고 보면된다. 여기에서 국적과 이름등을 등록하고 올라가는 것이다.
< Sagarmatha National Park Entry >
여기를 통과하니, 국립공원에 온것을 환영한다는 듯이 엄청난 높이의 실 폭포가 떨어지고 있다. 물줄기는 굵지 않지만 길이가 대략 200-300미터 정도 되는 것 같다.
< 엄청난 높이의 실폭포 >
트레킹 내내 느낀 것이지만, 대자연의 천변만화한 모습에 압도되면서 감동하였다. 이런 광경을 볼 기회를 얻은 것에 감사를 드리며...
배낭의 무게에 천천히 지쳐가는데, 절벽에 아스라히 걸린 다리가 나타난다. 다리 저편 안보일 정도로 까마득한 절벽 위에 남체(Namche)가 있다고 한다. 이 다리가 없었다면 옛날에는 어떻게 여길 다녔을까라고 생각하였다.
<남체 가는 길 - 절벽 위에 아스라이 걸린 다리>
위에 빨래줄처럼 보이는 것이 다리. 남체는 절벽 위로 급경사를 2시간여 올라가야 있다.
< 남체가는 다리를 건너는 트레커들 >
< 남체가는 다리위에서 찍은 절벽과 쪽빛의 급류 >
다리 위에 서니 바람이 세게 불어 다리 전체가 날아갈 듯 하며, 아래를 보니 쪽빛의 급류에 금새 휘말릴 것처럼 고도감이 대단하다. 아주 인상적인 다리였다.
다리를 건넌 후 급경사가 나온다. 고도는 어느덧 3100 미터를 넘어서 있다. 짐의 무게도 무게지만, 머리가 조금씩 아파오고호흡이 가빠온다. 영 평상시 같지가 않다. 너무 힘이 든데다, 고소 적응을 한답시고 거의 10분가고 10분 쉬었다. 트레킹 이틀째는 너무 힘이 든다. 고도를 거의 800 미터이상 높혀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
날씨는 점점 흐려오고, 가스가 차 올라 잘 보이지 않는다.
몸과 마음이 노골노골 바닥까지 지쳐갈 때 드디어 남체가 눈 앞에 나타났다.
안개에 쌓인 중세의 성처럼...
< 안개에 휩싸인 남체의 신비로운 모습 >
'히말라야 여행기(네팔,티벳)'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는 오는데 저산 너머 협곡은 하얀 띠처럼 흘러내린다... 9월30일 남체(Namche, 3450M) - 돌레(Dole, 4040M) (2) | 2004.11.24 |
---|---|
남체의 하루는 길다... - 9월 29일 남체(Namche, 3450m) (3) | 2004.11.22 |
등장인물들은 속속들이 나타나고... 9월27일 루클라(Lukla, 2850m) - 팍딩(Phakding, 2640m) (1) | 2004.11.19 |
히말라야 연봉은 하늘끝 너머로 빛나고 있다. 9월27일 루클라(Lukla, 2850M) (1) | 2004.11.17 |
지도 (0) | 2004.1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