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증세가 이제 시작되나보다.
밤새 가렵고, 고소증세인지 모르지만 잠을 내내 설쳤다.
어차피 고소적응을 위하여 하루 쉬어 간 것이니, 오늘은 떠나야 한다. 그래도 6시30분경 기상하여 부산하게 출발 준비를 끝냈다. 시멀과 가렛의 가이드인 람1과 람2와 의논하여 오늘은 4000미터의 고도 넘어 있는 돌레(Dole, 4040M)까지 가기로 하였다.
우리가 짐 때문에 늦을지도 모른다고 했더니, 돌레에 있는 초오유 랏지로 오라고 한다.
밖을 보니 많은 비는 아니지만, 어제에 이어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다.
남체에서 보는 설산의 장관을 못보게되니 아쉽다.
몬순이 끝났는데도 계속 비가 내려서 걱정이 된다. 저 위에 올라서도 비가 오면 어쩔까하면서...
자켓을 뒤집어 쓰고, 산행에 나선다. 이미 많은 팀이 떠나고 있다.
< 남체를 지나서....>
계곡은 가는 길 오른쪽에 100여미터 이상 아래에 깊이 있다.
비와 구름이 오락가락하여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저 멀리 협곡에서 하얀 띠처럼 수많은 물줄기들이 내려오고 있다.
< 트레킹 길 >
1시간 여를 걷고나니 Sangnasa의 한 랏지에 들러 레몬차를 한잔 마셨다. 조금 더 가면 에베레스트 가는 길과 고쿄가는 길이 나뉘는 곳이다.우리는 고쿄 방향으로 해서 돌아서 에베레스트 쪽으로 가기로 했다. 돌기때문에 이 코스를 Everest round trekking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돌아가기 때문에 3-4일 더 걸린다고 보면 된다.
<계곡 너머 협류는 길기도 하다 >
산이 크다 보니 가깝게 보이는 길도 아주 멀다. 짐과 고소로 인한 압박때문에 아주 힘들게 걷는다. 결국 점심식사를 하려고 했던 Mong 에는 2시넘어 도착하여 달밧을 먹는다. Mong도 고개인데 올라가는 길이 아주 힘들었다.
<Mong 가는 길 - 비탈이 장난이 아니다...>
북한산이나 설악산과 비교하여 가는 길 자체는 경사가 훨씬 덜하다. 그래서 현지 포터나 가이드들은 거의 날라 다닌다. 그에 비하여 트레커들은 짐을 메지 않아도 고소증세인 두통에 시달리거나,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다. 그래서 힘들다.
점심식사를 하고 오후 3시50분에 출발하였다.
< 구름에 쌓인 협곡 >
한 두시간 걸었을까... 너무 지친 R씨와 나는 Dole 가는 길이 너무 멀어서 포르체탕가(Phortse Drenka)에서 자려고 했으나 다른 트레커들이 거기를 피하라고 한다. 가다가 중간에 아무데서나 자려고 하는데 가도 가도 마을이 없다.
본의 아니게 히말라야에서 첫 야간산행을 하게 되었다.
날이 흐려 별빛도 보이지 않고, 오로지 랜턴에 의지하여 걷는다. 처음 가는 길이라 길을 잃을까 걱정도 되고, 혹시 맹수(?)가 습격하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며 가는데, 앞에 가던 R씨가 갑자기 멈춘다. 앞에 동물이 있다고...
보니까 야크 두 세 마리가 길을 점유하고 있다. 야크는 순하긴 하지만, 놈이 성을 내서 사람을 들이받기라도 하면 기본이 중상이라고 한다. 불빛에 놈들이 날뛰기라도 할까봐 조심조심 지나갔다.
스틱을 쥔 손에 땀이 축축하다...ㅎㅎ
1시간여에 걸친 힘든 야간산행을 하다 보니, 저 멀리 마을의 불빛이 보인다. 긴장했던 맘이 풀리면서 아늑한 느낌마저 든다. Dole 이다.
초오유 랏지를 물어물어 가니 가렛,쉬멀,람1,람2 모두 환호성을 지르며 엄청 반긴다. 우리가 못 올줄 알았다나...
난로앞에 오순도순 모여 얘기하면서, 하루종일 비에 젖은 옷을말린다. 한국에서 가져간 김치 비빔밥을 저녁으로 먹고, 방으로 들어간다. 4000미터가 넘어선지 방은 엄청 춥다.
너무 지치고, 추위에 시달리다 보니 침낭속으로 파묻히듯 뛰어 들어간다.
머리가 아프면서 귀에서 맥박뛰는 소리가 난다. 본격적인 고소증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잠은 절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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