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체(Namche) = 남체바자(Namche Bazaar) = 남체시장
바자회 - 많이 듣던 한국말이듯이 바자(Bazaar)란 말은 시장이란 뜻이다.
3450미터의 고도에 왠 시장? 그것도 루클라에서 넘어 오면서 건너온 50여미터 고공에 아스라이 걸려있는 다리가 없었을 때는 과연 어떻게?
남체의 옛 이름은 Nakmuche 였다고 한다. 원 뜻은 "big dark forrest" - "크게 우거진 울창한 숲" - 이란다. 사실 남체에 마을이 형성되면서 의미가 없어졌지만... 가이드북에 의하면 처음 주말 시장이 열린 때가 1965년 부터란다. 그 전에는 그냥 조그만 마을이었을 거다. 그러나 우습게 보면 안될 마을이다.
에베레스트가 초모랑마로 불리던 아득한 옛시절부터 남체는 교통의 요지였다. 티벳으로 통하는 유일한 길인 낭파라(Nangpa La)를 가는 길목이 바로 남체이고, 고쿄를 통하여 초오유를 가거나, 에베레스트를 가거나 로체를 갈 때도 반드시 들러야하는 곳이 바로 남체니까...
물이 모여서 강이 되듯이 길이 모인 곳이 바로 남체다. 오죽하면 Namche bowl(남체 접시)로 불리겠는가... 물이 접시에 모여 담기듯 길이 모여서 남체가 되었다...(내 생각이다...ㅎㅎ)
왜 남체 접시인지는 아래 사진을 보도록 하자.
< 남체의 정경 >
마치 스탠드 반을 갈라놓은 것처럼, 접시를 반으로 쪼개놓은 것 처럼 보인다.
아래에서 본 남체의 모습은 안개에 쌓인 신비한 성채 같지만, 위에서 본 남체는 로마의 콜로세움과 비슷하다고 할까...
남체는 1주일마다 장이 열려서 부자이기도 하지만, 트레커들이 고소적응을 위하여 반드시 하루 이상을 머물러야 하므로 부자일 수 밖에 없는 정다운 곳이다. 남체에서 트레커들은 올라갈땐 고소적응을 위해서 여러 날을 설레임에 보내기도 하지만, 내려올때는 스스로 해냈다는 성취감에 기분좋게 머물기도 한다.또한 내려올 때쯤의 남체는 10여일간 고된 수행을 거친 트레커들의 속세가 되고, 고향이 되어 버린다.우습게도 올라갈 때는 그 가치를 모른다...
< 남체에서 이틀밤을 보낸 칼라파타르 랏지 입구 >
그 남체에서 고단한 잠을 청한 다음 날, 고소적응을 위하여 하루를 머물면서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등장인물에 해당하는 시멀(Shimul)과 그 가이드겸 포터인람1(Ram 1). 한명의 영국인과 가이드를 더 만났다. 가렛(Gareth)과 그 가이드 겸 포터인 람2(Ram 2)가 그들이다. 이름이 똑 같아 Ram 1과 Ram 2로 붙였다.
< 좌측부터 R씨, 가렛, 람2, 시멀>
가렛은 장애인이다. 선천적으로 말을 못 듣는다.사람들이 말을 하면 입술을 보고 그 의미를 안다.그도 영어를 하지만 나 같이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사람과는 의사소통이 어렵다. 웅웅어어..하고 발음을 한다. 그도 내가 영어를 하면 내 입술이 그네들의 입술 모양과 다르기 때문에 못 알아 본다. 그래서 우리는 필담을 주로 하였다. 지금도 가렛과는 MSN으로 가끔 대화를 한다. 직접 만나서 얘기하는 것보다 당연히 효율이 높다.
R씨, 시멀과 그 가이드 람1, 가렛과 그 가이드 람2, 나 - 이렇게 여섯명이 그룹이다. 국경을 초월하여 10여일을 같이 움직인 산행 동지가 된 곳이 바로 남체의 한 랏지였다.
아침 일찍 일어났지만, 어제 오후에 이어 3500미터의 고지에는 안개가 가득하다. 평소의 남체는 설산으로 가득 둘러싸여있는 곳이다. 어차피 고소적응차 쉬는 날이므로 근처의 에베레스트가 보이는 봉우리에 올라 고소적응을 하고자 했지만, 올라보았자 아무 것도 볼 수 없으므로 근처 군 부대 내의 박물관을 구경하기로 하였다.
<군 부대 내의 조그만박물관 내부 >
박물관은 허접하기 그지 없었지만 그래도 나오면서 방명록에 멋지게 싸인까지 하였다.
안개가 자욱한 남체 주변의 설산에 가끔 바람 한줄기 지나가며 희끗희끗 그 웅장한 자태를 보일듯 말듯하여 애를 태운다.
< 남체에서 보는 설산에 대한아쉬움 >
박물관에서 돌아오는 길에 티벳불교의 승려들을 만나간단하게 보시를 하면서 한컷을 찍었다.
역시 해맑은 미소에 가슴이 시원하다.
< 티벳불교 비구니들과 가렛, 람1 >
스님에게 한 보시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위에서 말한 그룹에 섞이다 보니, 우리가 직접 가이드도 안쓰고 가이드 2명을 고용한 셈이 되었다. 덕분에, 우리는 그들과 함께 가기 위하여 코스를 바꾸게 되었다.
앞 글에서 말한 것 처럼 아주 멋있는 고쿄(Gokyo) 방향으로 가게 된 것이다.
박물관 구경하고 나서 랏지로 돌아와 2일간 땀에 젖은 빨래를 하였다. 오래지 않아 마르는 쿨맥스 계열 옷의 장점을 최대로 활용하면서... 샤워도 하고, 카메라 공부(주로 파노라마 찍는법)도 하였다.
점심으로는 근처 빵집에서 피자도 먹어보고, 콜라도 시켜먹고, 최대한 당분간 못먹게 될 것을 즐겼다. 점심을 해결하고 일주일 마다 열리는 정식 장터는 때가 아니어서 못봤지만, 약식 장터가 열렸다고 해서 구경하였다. 주로 현지인 들이 입는 싸구려 옷 종류가 대부분이었다.
< 약식으로 만든 장터 >
루클라에서 포터를 고용할까 말까 망설이면서, 남체에서 결정하기로 하였었다.
막상 남체에 오니 포터의 고용비가 장난이 아니게 비싸다. 아울러, 2일동안 짐을 지고 다녀 보니 허리 통증도 없어서 직접 짐을 가져 가기로 하였다. 대신 불필요한 짐 2Kg정도를 다시 랏지에 맡기면서 배낭을 가볍게 하였다.
한국에서 가져간 고가 옷 대신, 걸을 때 막 입을 웃도리(폴라폴로즈 티)를 9000원 정도에 구입하였다.
짜가로 만든 Mountain Hardware 로고가 붙어있어서 사면서 한참 웃었다. 사실 마운틴 하드웨어를 제외한 모든 제품의 상표는 짜가 North Face다. ㅎㅎ
< 남체의상점들 - 아주 많은 상점이 있고 아주 많은 짝퉁 상품들이 있다 >
저녁을 만두에 해당하는 모모로 해결하였는데, 맛이 별로다. 이름은 버팔로 모모였지만, 버팔로라는 것이 야크 고기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야크고기는 맛이 없고 질기고 냄새가 난다. 카메라 충전을 할 마지막 곳이라고 들었기에 밧데리를 충전하였다. 물론 밧데리 충전에는 돈을 내야한다.
- 또 다시 밤이 깊어간다. 고소증인지 모르지만 머리가 띵하다.
해보지 않고, 가보지 않은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느껴진다. 고소증도 그 일부겠지만...
그리고 영어공부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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