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문제는 삶을 그것이 갇혀있는 곳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다.
- 들뢰즈
불교 수행에서 핵심이 되는 것은 알아차림이다.
우리는 대부분 흘러가는 생각 속에 있기 때문에 별다른 반성 없이 모든 것을 흘려보낸다. 그리고 자신만의 생각과 확신 속에서 자신이 만든 가상의 삶을 살게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자신의 생각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알아차림을 통해 우리는 사건이나 상황을 우리자신과 동일시하는데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막상 알아차리더라도 그런 생각의 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우리는 혼란 자체를 두려워한다. 엄마 품에서 강제로 떼어내진 어린아이처럼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과 혼란스러움,원치않게 부닥친 사람들에 대한 미움이나 분노 등등. 내 의지와 관계없이 닥친 이 모든 카오스를 넘어서는 것은 쉽지않다.
그러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끊임없이 현재에 머무는 것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현재에 머물기 위해서 숨에 집중하는 것이다. 현재의 모호함과 문제로 보이던 것들이 새롭게 해석된다. 그를 통해 문제는, 문제라는 관념과 생각의 틀에서 빠져나와 진정한 제모습을 드러낸다. 따라서 문제는 문제가 됨을 통해서 온갖 상황에 매몰되어 갇혀있는 우리의 삶을 그곳에서 해방시켜 새로운 삶이 열리게 한다.
(본문)
우리가 사는 세상은 단호함, 강함, 대담함, 무엇을 할지 아는 것에 대한 대단한 가치를 부여한다. 그래서 우리는 혼란스러울 때 하나 아니면 다른 하나를 선택하고 싶어 하고 불편함에서 벗어나려 한다. 우리의 수행은 혼란과 함께 머무는 것이며, 혼란의 에너지가 정말로 어떤 것인지 바라보는 것이다. 혼란을 분명하고도 깊이 바라보는 것은 참된 분명함과 단호함으로 가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해마다 가을이면 4학년 학생들이 나를 찾아와서는 다음해에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취업, 대학원 진학, 직업학교에 가는 것, 당분간 여행을 하는 것등 온갖 있을 법한 선택들에 둘러싸인 채 말이다. 그들의 부모도 자식의 일 때문에 걱정에 싸여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매우 팽팽한 긴장의 상황이었다.
당시 나는 명상수행을 시작했었고, 내가 배운 것들을 학생들에게 조금씩 적용해보곤 했었다. 그저 “잘봐라. 너는 지금 혼란스럽다. 그리고 그건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다.”라고 말하는 식으로 말이다. 학생들은 거짓된 명료함을 억지로 만들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혼란을 그냥 내버려두라고 권했다. 왜냐하면 그것이야말로 그 순간의 진실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을 어떤 중대한 실패가 아니라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왔다가 가는 하나의 정신적인 상태로 바라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 해가 저물 무렵 학생들 가운데 90%정도가 마음을 굳혔다. 그들은 내게 와서 치과학, 법학, 사회사업등 자신이 내린 결정을 단호하게 발표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아주 확신이 없어보였다. 그들은 불안을 견딜 수 없었고, 무엇이라도 선택해야만 했던 것이다. 나는 항상 자신의 혼란을 당당히 인정할 줄 알았던, 결정을 내리지 않은 채 학교를 떠난 극소수의 학생들을 칭찬했다.
당신이 혼란을 느낄 때, 그것을 수행의 걸림돌로 여기지 말라. 그것은 당신의 수행이다. 그 순간의 당신의 삶이다. 그 혼란과 함께 머물며 그것을 철저히 탐구하라. 혼란이 당신을 분명함으로 이끌고 가도록 맡겨두어라. 그 끝에 떠오른 결정은 훨씬 더 믿을 만한 것일 확률이 높다. 불편하게 느껴지는 상황에 반응하는 것은 놀란 자아가 아니다. 그것은 서서히 펼쳐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어느 선사는 의심에 빠진 제자에게 이렇게 충고하고 있다. “결정할 수 없다고요? 아, 대단한 결정이군요. 만약 혼란스럽다면 그냥 혼란스럽도록 내버려두십시오. 혼란 때문에 혼란스러워하지는 마십시오. 그 혼란을 철저히 겪으세요. 그러면 장담하건대 아무 문제도 없어집니다.”
“일상에서의 호흡명상 숨”
책 "일상에서의 호흡명상 숨”은 일상생활 속에서 숨을 통하여 우리를 문제의 본질로 인도한다. 그리고 문제 자체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을 알려준다. 속세를떠난 수행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살아있는 경험을 통해 그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문제는 동전의 양면처럼 축복이자 감춰진 진실일 것이다. 이때'숨'이야 말로 바로그 비밀의 열쇠가 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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