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잠을 설쳤다. 자정 무렵부터 몸에 이상한 느낌이 있어 랜턴을 켜고 몸을 살펴보니 벌레 물린 자국이 보인다. 대략 10군데 정도인데 하나의 크기가 일반 모기 물린 것의 3배정도로부풀어져 있다.
이슬라마바드의 숙소인 '서울클럽'에서 만난 사람들의 말이 머리를 스친다. 이미 벌레 물렸던 유경험자들이 말하길되도록 현지인들이나 동물과의 접촉을 피하라고 했었는데, 텐트 치면서 풀밭에서 벌레(아마도 빈대계열?)가 올라온 모양이다. 온몸이 가려워 밤새 전전긍긍하였다. 첫날부터 이 정도로 물렸으니 앞으로는 어떨지 걱정이 태산같다.
그래도 아침은 밝아오고 떠날 준비를 해야하는 것이다.
잠시 근처의 마을을 둘러본다. 이 조그만 마을의 집들은 길을 따라난 허름한 돌담사이로 군데군데보인다.
돌벽을 쌓아 올린 집들은 말과 같은 평면에 놓여있다. 얼핏 마굿간처럼 보이는 집들이 사람이 사는 곳이다.
사람과 말과 양이 함께 공존하고 있는 공동체이다.
아침부터 아이들이 부산하게 움직인다. 이 아이들은 양들을 몰고 멀리 풀밭으로 가려는 모양이다.
마을 한편에 비닐하우스 비슷한 텐트가 몇 동 보인다. 이 비닐텐트가 바로 현지 가이드와 포터들이 자는 곳이다. 그나마 여기서는 온도가 높은 편이라 이렇게 쳐놓았지만 트레킹 도중의 빙하위에서는 돌을 쌓아놓고 그 위에 비닐을 덮어서 몸을 쪼그리고 자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짐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침낭이나 두꺼운 옷 대신 얇은 담요 한장만 달랑가지고 다닌다. 이들의 안쓰러움은 떠날 당시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니...
우리 텐트 주변으로 여러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텐트를 걷어서 꾸리고, 그 밖의 짐들을 묶어서 포터들이 나누어들 수 있도록 작업하는 것이다. 포터 한 명이 들 수 있는 짐을 25Kg 이하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작은 휴대저울로 짐의 무게를 일일이 잰 후 통과된 것은 바로바로 오늘의 목적지를 향해 출발시키고 있다.
가려운 몸을 연신 긁어대며 시작한 아스꼴리의 부산한 아침을 뒤로 하고, 우리 또한 세상 밖으로 한걸음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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