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같이 보냈던 정호씨 부부등 5명은 아침에 출발한다고하여 전송하고 나니 다시혼자가 되었다. 네팔 카트만두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면서, 몇몇군데 음식점과 묵을 곳을 알려주었다.

여행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긴 하지만, 같은 한국사람들과 헤어지는 것은 더욱 섭섭하다.

날씨는 흐리고 비가 오지만, 먼산에는 눈이 와 하얗게 쌓여있다. 그리고공사중인 길은 추적추적하여 걷기도 힘들다.


< 라사 시내 뒤로 솟은 하얀산 >

어제 만난 홍콩여인인 크리스틴을 다시 만나러 갔다. 별 뾰족한 수가 없다. 두명이서 차 한대를 빌려서 가기에는 출혈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아침도 못 먹고, 이곳 저곳 호텔을 돌아다니면서 같이 갈 사람을 찾아보았지만 없다.

초조하다...

물론 EBC(에베레스트 티벳쪽 베이스캠프)를 안가면 몇 일 여유가 더 있긴 하지만, 티벳쪽 에베레스트를꼭 보고 싶었다. 따라서 오늘은 반드시 탈출할 차량을 구해야 한다.

굳이 탈출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티벳을 자유롭게 오가는게 어렵기 때문이다.또한 지금도 많은 티벳인들이 목숨을 걸고 5000미터 이상의 고개를 넘어 네팔이나 인도로탈출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야크호텔을 들렸더니, 중국쪽에서 넘어온 한국인들이 몇명 더 있었다. 저녁 때 식사를 같이 하기로 하고, 차편과 사람을 구하러 다니다 결국 호주인 1명(이름이 스코트)을 확보하였다.

스코트 역시 차량을 구하고 있었는데, EBC를 갔다가 다시 라사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나의 경우는 EBC를 거쳐서 국경도시 장무까지 가는 것이긴 하지만....

시간도 없고 해서, 크리스틴과 스코트와 상의하였다. 다들 인원을 더 확보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여 계약을 하였다.

차량 1대에 4500위안이니 1인당 1500위안(20만원 정도)를 내야 한다. 아주 큰 돈이다.

숙소와 식사도각자 부담이다.

게다가 EBC는 200위안(2만8천원)의 돈을 내야지만 들어갈 수 있다.

크리스틴 역시 스코트와 마찬가지로 EBC를 갔다가 다시 라사로 돌아오는 일정이라고 한다.

결국 라사 - 시가체 - EBC - 장무(국경) - 라사로 돌아오는 것으로 코스를 잡고, 나는 장무에서 헤어지기로 하였다. 3일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계약을 하고 나니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출발은 내일(27일) 아침에 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가벼운 마음으로 저녁을 먹으러 간다. 한국 친구들이 몇명 더 있고, 마침라사에서 선교활동을 하는 장선교사의 생일이라고 해서 파티를 하였다.



장선교사의 말에 의하면, 10월말이면 시즌이 끝나는 시기라 한국인들이 별로 없다고 한다. 평균 10-20명 정도의 한국 여행자들이 라사에 머문다고...

어제에 이어 이틀째 파티다.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하는데, 장선교사가 자꾸 술을 권한다.

취한 몸을 이끌고 먼길을 걸어 숙소로 돌아왔다.

결국 라사의 마지막 밤은 취한 김에 푹 잤다.

Posted by 들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