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에 준비를 마치고 나가니, 어제 운전기사와 새로온 기사가 와있다.
새로온 기사는 라사에서 밤새도록 달려 새벽 4시에 도착하였다고 한다. 기사가 불쌍하기도 하였지만, 반대로 우리가 불쌍하기도 하였다. 일정도 지체되었지만, 밤새달려온 기사가 잠이나 제대로 잤을까 하면서, 하루종일 기사가 졸까봐 가슴을 졸이게 되는 것이다.
물론 다른 이유로 가슴을 졸이게 되었지만 말이다.
새로온 차는 어제 타고다닌 차보다 딱 1% 좋은 차다. 새로온 기사는 어제 기사보다 나이가 조금 더 들었고 중절모를 쓰고 싱긋 웃는 모습이 근사해보였다.
늦은 일정상 아침을 나중에 먹기로 하고 라체까지 열심히 가는데, 도로 기념비가 보인다.
중국 상해인민광장으로부터 5000킬로미터가 떨어진 곳에 기념비를 세운 것이다. 말이 5000킬로지 정말로 엄청난 거리다. 다른 말로 멀리 떨어진 여기도 중국 지네땅이라는 얘기다.
주린 배를 아침 겸 점심으로 채우러 라체근처에 있는 티벳의 전통식당 같은 곳으로 들어간다.
식당은 아늑하고 아주 멋있었으나, 야채국수는 느끼해서 대충 먹다 남기었다.
< 라체근처의 티벳 전통 식당- 아주 편한 분위기>
식사를 마치고 기분좋게 운행하던 차가 갑자기 길가에 선다.
어제부터 시작하는 기막힌 차량스토리의 연속선상이다.
운전기사가 웃으면서, 내려서 열심히 고치는데... 알고보니 액설레이터 연결 joint가 끊어진 것이다. 임시 변통으로 고정하고 가다보니 비포장 도로에서 차가 심하게 흔들려 5분가다 서서고치고 가고 하였다. 1시간째 7번이 선다.
가까스로 해결한 방법이 스프링으로 고정하여 연결한 것. 생각보다 오래 갈수 있었다.
고치고 있는 차 옆으로 모래돌풍을 일으키며 차가 지나간다.
가쵸라 패스(5220M)를 넘어 시가로 향하는데, 멀리 에베레스트(초모랑마)가 보인다.
네팔쪽의 모습은 눕체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지만, 티벳쪽의 모습은 제왕의 모습처럼 당당하게 서있다.
점점 가까이 감에 따라더욱 기대에 부푼다.
< 시가 가는 길에보이는 에베레스트 >
시가(Shekar, 4050M)에 도착하였다. 아주 작은 마을이다. 시가에서 EBC 퍼밋을 받기위해 대기한다.
EBC 들어가는 퍼밋은 일인당 200위안을 내야했다.
시가에서 드디어 퍼밋을 받고 출발한다.
가는길에 또 검문소가 있다. 당연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차에서 기다리는데 기사가 왔다갔다한다. 한참을 기다려도 갈 생각을 안한다.
또 일이 터진 것이다. 운전기사의 면허가 없다는 것이다. 정확히 있기는 한데, 기간만료된 면허라는 것.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어제부터 차와 기사가 무슨 원수진 것도 아닌데...
또 기다림의 연속이다. 기사가 다른 차를 타고 시가쪽으로 간다. 아마도 벌금내고 면허갱신하러 간듯...
2시간 정도 기다리는데, 하루 먼저 떠난 한국팀이 갑자기 뒤에서 나타난다. 너무 반가웠다.
먼저 출발 하였지만, 얌드록초를 들러서 오느라고 어제 시가체에서 머물렀다고 한다. 그럼 시가체에서 만날 수도 있었을텐데 하면서 서로들 아쉬워하였다.
기다리는 우리를 뒤로하고 한국팀은 먼저 떠난다.
여행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기다리면서, 수첩 한구석에 써놓은 어귀를 열심히 되새기면서 올라오는 혈압을 내렸다. "Life is a multi-dimensional reality. Enjoy your trip always..."
오후 5시가 넘어서야 기사가 나타났다. 이제 갈 수 있다고 한다.
시가에서 잘 줄 알았는데,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 탈도 많은 우리차는 티벳의 전통마을을 지나쳐, 천천히 고도를 높힌다.
길은 구비구비 벼랑을 만들기도 하고, 복잡한 기호를 불모지의 땅에 그리면서 올라간다.
< 팡라(Pang la, 5150M) 올라가는 길 >
팡라 고개의 정상부에 도착하였다. 제일 먼저 에베레스트가 눈앞에 거대하게 서있다.
마칼루, 로체, 에베레스트, 초오유, 시샤팡마등 8천미터가 넘는 14개 봉우리중 5개가 한꺼번에 산맥으로 연결되어 서있는 것이다. 흰산의 밑쪽 부분은짙은 색으로 대비되며, 인간이 만든 도로가 구절양장처럼 아래로 펼쳐져 장관을 이룬다.
< 팡라(Pang la, 5150M) 에서 보는 대 파노라마 >
에베레스트의 모습에 압도당하면서 줌으로 댕겨서 찍어본다.
길은 끝없이 아래로 이어져 보이지도 않고, 과연 저렇게 우뚝솟은 에베레스트 북벽(North face)을 오르기 위한 베이스캠프가 어디에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였다.
오늘은 그 베이스캠프 바로 밑에서 자는거다. 그리고 베이스캠프까지 차로 갈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만 하였다.
내려가는 길은 정말 위험 천만하지만, 매우 exciting 하였다. 구릉에 맘대로 선을 그려서 그림을 완성하듯이 길이 그렇게 생겼다.
위험한 내리막 길을 조심조심 내려온 차는 다시 한번 고장이 난다. 조그만 언덕을 올라가다 스파크 시스템이 나갔다. 가뜩이나 늦었는데 30여분을 지체하고 있다. 그나저나 운전기사는 차량수리의 대가인가 보다. 티벳을 다니는 모든 차들은 먼지와 진동을 버텨내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운전기사들은 차량의 고장부위를 잘찝어내서익숙하게 고친다.
어느덧 7시가 넘었고, 다시 우리는 에베레스트 북벽(Northface) 베이스캠프에서 가장 가까운 롱북사원(Rongbuk Monastery, 5030M)으로 향한다. 9시가 넘어서야 롱북 게스트하우스에 여장을 풀었다. 늦은 저녁을 먹고, 3인실에 같이 머문다.
정말로 춥다. 아마도 영하10도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5000미터가 넘는 곳에서 자다보니, 고소증으로 인한 두통도 고생스럽지만, 코감기 증세 때문에 아주 괴롭다. 1시간에 2번씩 깨면서...
그러고보니아주 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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