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고단한 일정으로 인해 그나마 숙면을 취하고, 6시경 기상하였다.

토스트로 아침을 시켜먹고 8시경 출발하였다. 오늘의 목적지는 고락세프(Gorak Shep, 5170M).


고락세프에는 에베레스트 지역의 가장 높은 랏지가 있다.

가렛,람1, 캐나다 강사와 친구, 미국 남녀들의 뒤를 쫓아간다.

랏지 밖에는 수직고도 1700미터에 달하는 촐라체가 우뚝 서있다. 속초에서 보는 설악산 대청봉의 높이다.

당연히 압도당하는 듯한 느낌이지만, 멀리서 본 대청봉 만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게 신기하다.


눕체를 보면서도 느꼈고,에베레스트를 비롯하여 안나푸르나나 다울리기리를 보면서도 느낀거다. 이상하게도

거대한 피크(봉우리)의 고도감이 중독이 되서인지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튼 이건 숙제로 남겨두기로 하고...


< 랏지뒤로 우뚝 솟아있는 촐라체의 북면(North face) >


10여명의 프랑스인들이, 내가 하룻밤 보낸 랏지에서 300여미터 떨어진 풀밭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을한 후 막 출발하려고 한다.

그 야영 장소는 촐라체가 더 잘 보이는 곳이다.

어제(10월6일) 보았던 대한민국의 원정대가 촐라체 북면에 대한 attack을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캠프1을 설치하고, 캠프2를 향하여 가고 있는 것 같은데, 프랑스 트레커들은 망원경으로 보면서 감탄을

금치 못한다. 지나가면서 그걸 보면서 가슴이 뿌듯하였다.

( 이 원정대인 2003년 한국산악회 촐라체 원정대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아래를 참조하시라.

http://www.mountainkorea.com/contents_view.html?menuid=200&submenuid=20104&contentsid=6755)


촐라 패스를 넘는 길은 히말라야 길의 모든 것을 다 보여주는 것 같다.

고쿄에서 종라까지의 빙하길, 종라에서 촐라패스 보이는 곳까지의 완만한 계곡길, 촐라패스의 급경사길 - 이 길을

가기 전까지 아니 가면서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가슴을 조였던가 - 또한 급경사를 넘어서 새롭게 펼쳐지는 설경,

설경을 뒤로 하며 앞에 완만하게 펴지는 평원과 호수, 그 우측의 장군같은 촐라체와 멀리 구름 속의 선녀같은

아마다블람, 그 장엄한 광경을 하염없이 걷는 끝없는 평원길. 정말로 감동적인 길이었다.


그 길의 피날레를 걷는거다. 우측의 촐라체와 그 밑의 타보체와 정면의 아마다블람, 좌측의 로부체로 둘러쌓인

그 사이를 걷는거다. 그 사이에 산에 꼭 걸맞는 촐라체 호수(Cholatse Tso)도 있다.



< 아침 햇살에 빛나는 타보체와 그 아래 촐라체 호수 >


뒤를 보면 어제 정말 힘들게 넘어온 촐라패스와 완만한 트레킹 길이 보인다.



< 뒤를 보니 좌측 위로 촐라체와 촐라패스 그리고 트레커와 포터들이 줄지어 걸어 오고 있다 >


이 아름다운 광경도 현지 포터에게는 먹고 살기 위한 힘든 여정일 뿐이다. 그들은 단지 몇 푼을 위하여 30-50킬로를

매고 다닌다. 그나마 트레킹에 포터로 뽑히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 촐라체를 끼고 조그만 언덕 길을 힘들게 넘어가고 있는 포터 - 앞에 타보체가 보인다>


촐라체에서 로부체까지의 길은 계곡을 굽이굽이 끼고 있는 완만한 길이다.



< 로부체를 향하여 가고 있는 트레커와 포터들 >


가다보니 어느덧 촐라체호수의 위쪽이다. 촐라체호수의 규모는 생각보다 훨씬 크다. 지도를 보니 고쿄호수 보다 더 큰 규모다.



< 촐라체 호수(Cholatse Tso)와 그 뒤쪽(사진 왼쪽 위)으로 보이는 촐라빙하 >


촐라체 호수를 지나면서 촐라체는 뒷쪽으로 보이고 타보체가 우뚝 솟아있다. 그럼에도 촐라체의 위용은 대단하다.

아마도 북벽의 직벽이 보여주는 압도감 때문일 것이다.


< 촐라체 북벽 - 옆의 길에 서있는 트레커와 대비된다 >


촐라체를 지나면서 우측으로 타보체(Tawoche, 6542M)가 제모습을 보인다. 촐라체보다 100미터 정도 높지만

능선이 완만해서 그런지 촐라체보다 압도하는 느낌은 덜하다.




< 타보체와 촐라체 파노라마 >


이제 길은 왼쪽으로 완만하게 포물선을 그리면서 원래 에베레스트를가는 길인 페리체로부터 오는 길과 합류하게

된다. 하늘은 옅은 구름이 비단이 깔려 있듯이 펼쳐져 있다.



< 에베레스트 가는 합류 길 뒤로 보이는 Mehra 피크(Kongma Tse, 5817M) >


위의 사진에 보이는 Mehra 피크(Kongma Tse, 5817M) 뒤 쪽에 눕체가 있고 바로 그 뒤에 에베레스트가 있다.

길은 완전히 우측으로 굽어 정북 방향으로 꺾여지면서 새로운 봉우리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여기서 로부체까지는1시간반 이상을 가야한다.



< 휴식을 취하는 트레커 뒤로 피라미드봉과 우측에 Mehra 피크가 보인다 >


종라에서부터 총 4시간 정도 걸려서 로부체에 도착하였다. 길은 어렵지 않고 편안하고 기분 좋은 길이었다.

이제 어느 정도 고소적응도 된 것 같기도 하다. 로부체에서 가장 화려한 랏지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었다. 밖에서

봐도 좋아 보이는 로부체 최고의 랏지이다. 보통 여기서 하루 묵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에베레스트가 보이는

칼라파타르까지 가서 에베레스트 구경하며 사진을 찍고 다시 내려오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그런지 랏지가

깨끗하고,좋아보였다. 고쿄에서 본 독일인 부부를 만났는데, 우리보다 하루 먼저 출발했는데 여기서 만난다.

이유를 물어보니 고소증세의 일환으로 감기가 와서 하루 쉬었다고 한다.


쵸콜렛 빵이 있어서 점심으로 먹었는데, 쵸코 냄새만 나고 맛이 없다. 휴우~ 이거 먹고 어떻게 걷나...
고락세프로 출발한다.길이 조금씩 편안해지면서 멀리 눕체가 보이기 시작한다. 빙하도 보인다.


에베레스트 앞을 흐르는 쿰부빙하(Khumbu Glacier)인 것이다.


< 로부체에서 고락세프를 향하여 가는 길 >


마치 서편제에 나오는 길처럼 운치있는 길이 한참 동안 이어진다. 50분가고 10분 쉬는 것을 반복하며 걷는다.

조그만 언덕을 넘으니, 오면서 구름 사이에 가려져서 안 보이던 눕체(Nuptse, 7864M)가 바로 앞에 보인다.

에베레스트보다 더 큰 것처럼 보이는 눕체이며, 최고봉답지 않게 에베레스트는 보통 눕체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다.


<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는 눕체와 쿰부빙하 >


달나라 같이 황량한 Changri 빙하를 건너니 고락세프이다. 로부체에서 4시간인 오후5시에 고락세프에 도착하였다.

드디어 이번 에베레스트 트레킹의 최종 숙소에 도착한 것이다.


먼저 출발한 가렛과 그 일행은 우리보다 4시간 먼저 도착했다고 한다.

가렛과 그 가이드인 람2가 미리 우리 방을 예약해두어서 그나마 방을 잡을 수 있었다.

저녁은 꼭데기 도착 기념으로 그동안 아껴두었던 김과 멸치, 고추장, 밥으로 성찬을 먹었다.

차 한잔 하면서 가렛하고 얘기하는데, 가렛의 전공은 광섬유(Fiber optic)라고 한다. 이런 저런 얘기하고 있는데,

고쿄에서 하루먼저 출발한 시멀과 그 가이드인 람1과 몇일만에 상봉을 하였다. 

칼라파타르에서 일몰을 보고 왔다고... 오랜만에 만나서 다들 너무 좋아한다.


바로 그때 눕체뒤로 달이 뜬다고 밖이 왁자직껄하다.



< 달은 눕체에서 뜨고... >


석양 빛을 받아서 눕체는 붉게 빛나고 있고, 달은 그 옆구리에서 화려하게 올라오고 있다.

한참을 보면서 고향 생각도 하고, 게다가 에베레스트가 바로 코 앞이라서 감격스러웠다.

내일은 고대하던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를 가고, 모레는 전망대에 해당하는 칼라파타르를 가기로 작전을 세웠다.


고도가 5000미터 넘는 랏지의 저녁은 달이 떠서 훤하게 밖이 내다보이며 더욱 화기애애하게 난롯가에 정겹게 흐르고 있다.

다들 에베레스트 얘기뿐이다. 고쿄를 떠난 후 아직도 에베레스트는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었다.




Posted by 들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