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에베레스트 코스중에서 가장 어렵고 악명높은 촐라패스를 넘어간다. 그래서 그런지 자면서도 부담이 된다.

9시경 잠자리에 들었음에도, 고소 때문인지 악몽이 반복되어 잠을 설치다 4시반 기상하였다.


어제 신청해 놓은 끓는 물로 한국에서 가져간 일회용 김치비빔밥(알파미)을 맹길어서, 억지로 다 먹었다. 새벽같이 뱃속에 우겨넣으니 소화가 잘 될리가 없다.

6시경에 가렛 일행과 함께 출발하였다. 밖은 동트기 전인데다 안개가 끼어 있어서 깜깜하기만 하다.

출발을 같이 하였지만, 30분도 못되어 같이 출발한 일행은 시야에서 사라진다.

한 1시간 즈음 올라가니, 안개가 밑으로 내려가면서 시야가 확보되었다.



<안개 속을 헤치고 걷다 - 지금까지 온 길 위로 우뚝 솟은 마체르모 >


랏지에서 촐라패스로 가는 길은 급경사가 아니라 완만한 길이긴 하지만, 무척 힘들다. 고소적응이 덜 된 캐나다여성(포터 한명 데리고 트레킹)이 고소증으로 고생하면서, 잘 걷지를 못한다. 그녀는 일정을 서둘렀기 때문에 고쿄에서 고소적응차 고쿄리도 가지 않고 바로 이리로 왔다고 한다.

그녀를 추월하여 그야말로 천근같은 발걸음을 한발짝씩 내 딛으며 거북이처럼 올라간다.



< 지나온 길 - 우측 아래 편으로 올라오는 사람이 개미처럼 작게 보인다 >


가쁜 호흡을 조절하면서, 서서 쉬기를 반복하다, 2시간 30분 걸려서 촐라패스가 보이는 구릉 위에 드디어 도착하였다. 두개의 우뚝 솟은 봉우리 사이에 움푹 들어간, 표고차 3-400여미터의 직벽처럼 보이는곳이 촐라패스이다.

멀리서 보니 아무리 봐도 올라갈 길이 마땅하지 않을 것 같은데도 길이 있나보다.



<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촐라패스 - 포터 한 명이 쉬고 있다 >


한 30여분 기다리니 일행인 R씨가 힘들게 올라왔다.

촐라패스 바로 밑까지 접근하려면 다시 내려가, 물줄기가 있는 계곡을 지나야 한다.

가까와 보이는 길인데도 촐라패스 하단부까지 접근하는데 1시간 이상이 걸렸다.


<촐라패스 하단부를 오르는 트레커들  - 위에 하늘이 보이는 곳이 촐라패스의 정점이다 >


올라가는 길은 경사가 아주 가파르고, 낙석 돌무더기로 쌓인 너덜 길이라서 발을 디디면 미끄러져서 걷기도 힘든 길이었다.

그렇다고, 북한산의 릿지길 처럼 위험한 것도 아니지만 낙석의 위험이 무척 많은 길이다.

작은 돌부터 집채만한 바위들이 조금만 잘못 밟으면 움직여서, 낙석사고가 날 것 같았다.

오르는 중에 핑~하고 총소리 비슷한 것이 나서 보니, 우측의 산 꼭데기에서 조그만 낙석이 날라오는 소리라서 모골이 송연하였다.

촐라패스를 오르면서 뒤를 보니 장관이다.그동안 보아왔던 6천미터급의 봉우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있다.

파노라마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워낙 급경사를 오르다보니 체력소모가 심해서 포기하였다.


< 촐라패스를 오르다 관찰한 북쪽에 우뚝서있는 6000미터급의 캉충피크 >


낙석 등의 위험구간은 하단부가 중단부 이후보다 더 심했다. 트레커들은 가다가 지쳐서 가쁜 숨을 쉬면서 한참동안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뒤쳐졌던 캐나다 여인이 무리하게 앞서가다가 갑자기 고소증으로 움직이질 못한다. 주변에 있던 여러 명이 달려들어 주무르고, 물과 초코렛을 먹여서 조금이나마 회복을 시켰다. 고소증이란게 이렇게 무섭다.



< 촐라패스 중단부를 힘겹게 올라가는 트레커들 >


중단부 이후부터는 급격하게 체력이 떨어진다. 나중에는 스틱 쥘 힘도 없어서 스틱을 배낭에 매달고 올라갔다.

드디어 상단부가 보인다.


< 촐라패스 상단부를 오르는 트레커 >


상단부는 낙석조각으로 이루어진 너덜지역이 아니라 바위가 드러나있다. 그렇기 때문에 눈이오거나, 얼어 있으면 위험한 구간이다.

겨울철에 촐라패스를 넘지 말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굳이 가려면 아이젠을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울러 다낙과 종라에 있는랏지가 open 되었는지 체크하여야 한다. 먹고 잘 곳이 없기 때문이다.

촐라패스는 악명이 높은데 비하여 생각보다 오르는게 쉬웠다. 길도 어려운 것은 없었지만, 고소적응을 한 후에 가야한다. 또한 10시간 정도 걸리는 트레킹 시간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위에 언급하였듯이 겨울철 눈이 많이 와서 얼어 있을때는 안전사고의 위험이 높다.


< 상단부를 통과하자 마자 모습을 드러낸 빙하와 만년설 >


상단부를 통과하니 갑자기 온천지가 눈세상이다. 만년설이다. 빙하와 그 밑에 고여있는 물도 보인다.

바로 앞에 눈의 대평원이 펼쳐져 있다. 드이어 촐라패스에 오른 것이다.

오르느라고 힘들어서 바닥났던 체력이, 그동안 보지 못했던 눈을 밟으며 한발자국씩 걸어가니 조금씩 회복이 된다.



< 촐라패스(Chola pass, 5420M) 정상부는 눈의 대평원이다 >


정말 묘한 기분이었다. 우측과 좌측의 봉우리는 안개에 쌓여서 신비하게 보이고, 앞쪽으로는 구름과 설산이 어우러진 모습이 말로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 촐라패스 넘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는 아마다블람과 촐라체 >


구름과 설산, 호수의 조화, 압도하는 듯한 촐라체의 모습. 멀리 구름인지 설산인지 구분이 안되는 아마다블람!

선계(仙界)에 있는 듯한 느낌, 세상 밖에 홀로 서서 세상을 바라보는 느낌이 이런게 아닐까?

아마도 트레킹 통틀어서 가장 가슴에 남는 아름다운 광경이 아닐까 싶다.


< 아마다블람(Ama Dablam, 6814M) 과 촐라체(Cholatse, 6440M) >


촐라체는 밑으로부터 1700미터가 위로 솟아있다. 설악산 크기의 봉우리 하나가 우뚝 솟아 있는 것이다.

아마다블람은 히말라야에서 가장 아름다운 봉우리다. 세계4대 미봉중에 하나이며, 그 의미는 "엄마의 보석상자"라고 한다.

어디서 보아도 아마다블람은 정말로 보석같이 빛난다.



< 아마다블람(Ama Dablam) >


구름이 움직이며 산봉우리도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저 밑에 호수가 있는 곳까지 가야 한다. 거기가 바로 오늘 묵을 종라(Dzonglha, 4850M)이다.



< 촐라패스를 내려와서 촐라패스를 본다 >


배고픈지도 모르고 경치를 감상하다가 짜파티와 쵸코바로 허기를 채우고 출발하였다.

종라에 도착하니 랏지에 묵을 방이 없다. 결국 여러명이 사용하는 도미토리에 짐을 풀고 있다보니 람2가와서 한국원정대가 저 밑의 계곡에 있다고 알려준다. 2003 한국산악회 촐라체 원정대이다.

그래도 동포가 있다는 말에 피곤을 무릅쓰고, 김과 라면등 먹을 것을 챙겨 계곡으로 내려갔다.

어제 도착했다는 원정대는 무척 바쁘다. 북벽에 새로운 루트인 Korea direct 루트를 뚫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소주 몇 잔을 얻어먹고, 15분걸려 내려갔던 길을 1시간 걸려 힘들게 올라왔다.



< 2003 한국산악회 촐라체 원정대원 >


저녁을 프라이드 라이스로 시켜먹고, 지친 몸을 가누었다.

랏지의 대청에 모인 트레커들은 그 험난하다는 촐라패스를 넘어선지 다들 기쁨에 겨워한다.

이제는 에베레스트다.


Posted by 들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