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정은 고소적응 훈련차 초오유(8201M) 베이스캠프(5150M)까지 다녀오는 것이다.


초오유(Chou)는 지구상에 14곳 밖에 없는 8000M 이상의 봉우리중 하나다. 그 베이스캠프를 오늘 간다.

어떻게 생겼는지 정말 궁금했다. 여기는 초오유 베이스캠프라고 금방석을 깔아 놓았을지 모르니까...ㅎㅎ

그리고 버섯동자라는 별명의 후배가 2000년도에 초오유 원정대의 일원으로 참여하여서 더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물론 이곳이 아니라 중국 쪽에서 올라갔다고 하지만서도...

오늘 가는 길에는 3개의 호수가 더 있다고 한다.. 워낙 고쿄가 아을다운 곳이라서 고쿄에 있는 호수를 다 보고

싶기도 하였다. 아침에 일어나 누들스프를 먹고 간단하게 물과 초코볼등의 간식을 챙겨서 출발하였다.

날씨가 너무도 쾌청하고, 가는 길에 있는 개울에는 살얼음이 얼어있다.

그리고 멀리 초오유가 보인다.



< 앞에 보이는 초오유를 향하여 출발 >


가는 길은 약간 경사가 졌을뿐, 4번째호수(Tonak cho, 4870M)까지 순조롭게 진행한다.

뒤에 오던 캐나다인 4명은 엄청 빠른 속도로 우리를 지나쳐 올라간다. 그네들의 체력이 워낙 좋기도 하지만,

우리는 고쿄까지 직접 짐을 메고 왔기 때문에 그만큼 체력소모가 심했던 것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아무 것도 안하고 고소(4500미터 이상)에 머물고 있는 것 자체가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트레킹 가기전과 내려와서 몸무게를 비교하니 거의 8킬로 이상 빠져있고, 내려와서도

피곤하여 밤마다 잠이 저절로 들곤했다.


체중감량하고싶은 사람은 다이어트 하지말고 네팔로 가서 트레킹을 하라. 10킬로까지 보장한다!!! ㅎㅎ



< 4번째 호수 뒤로 군신들처럼 서있는 봉우리들 - 고쿄리의 뒷모습이기도 하다 >


호수가 있으려면 그 용기(그릇)에 해당하는 땅의 판모양이 비슷해야 하나 보다.

3번째 호수인 고쿄호수도 그렇고, 4번째 호수도 마찬가지다.

어느 호수나 호수 뒤쪽으로 군신이 호위하듯. 압도하는 봉우리들을 거느리고 있다.

고쿄호수는 마체르모 피크가 그렇고, 4번째 호수는고쿄리 피크(윗사진), 5번째 호수의 호위병은 여기에는

자세히 안보이긴 하지만 아래 사진에 중앙에 있는 Tonak Tse가 바로 그것이다.



<4번째 호수 -사진 우측 뒤로는 초오유가 보이고 호수 우측끝편(사진 중앙)위로 손가락 모양의 Tonak Tse(5800M)가 보인다>


4번째 호수를 지나면서 보이는 토낙체(Tonak Tse)는 정말 특이한 봉우리다. 옆으로 지나가면서도 올라가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끼게 한다. Tonak Tse의 또다른 이름은 Frostbitten Fingers - 이름하여 "동상에 걸린 손가락"이다.

정말로 자세히 보면 조그만 봉우리들이 생긴게 뭉뚝한게 마치 동상 걸려서 구부러진 손가락 같다.

아마도 초오유를 등반하는 전문산악인이 자신의 처지에 빗대어 붙인 이름이 아닐까 싶다...

가이드북에 의하면 5800미터의 높이지만, 트레커들은 길이 없어서 5600미터 밖에 못오른다고 한다.

아무튼 아주 인상 깊은 토낙체를 옆으로 지나간다.


토낙체 옆으로 지나는코스부터 어려워지기 시작한다. 우측으로 바로 그 유명한 고줌바(Ngozumpa) 빙하

옆으로 길이 나있다. 바로 우측의 깎아지른 듯한 절벽 아래가 빙하이다. 가는 길은 빙하의 바닥면으로부터

100미터 이상의 벼랑 끝위의 길로 이루어져있다. 그 능선을 오르라 내리락 하면서 가다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지쳐간다. 위험구간도 종종있다.


빙하의 모습은 황량하기 그지없다. 그리고 그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 아마도 상암월드컵 경기장의 몇 백배

이상의 빙하가 앞에 펼쳐져 있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빙하는 빙하가 아니다. 다만 흙더미로 보일 뿐이다.

지하까지 수백미터 깊이의 얼음으로 이루어진 빙하가 지나가면서 옆의 땅을 깎게 된다. 깎여진 땅의 흙이

침식이 되면서 빙하를 덮게 되는 것이다. 중력에 의하여 이루어진 얼음의 대이동은 이렇듯 결과적으로 화려하지

않고 회색빛 흙으로 치장되어 있을 뿐이다.




< 빙하의 진실 - 빙하는 흙더미이다. 그리고 Ngozumpa 빙하의 규모는 정말 놀랍다. 무저갱같이 땅끝이 펼쳐져있다>


빙하의 규모와 그 엽기성으로 놀란 마음이, 그러나 하도 보다 보니마비되어 진정되었을 쯤해서드디어

우측인 동쪽 편으로 에베레스트가 보이기시작한다.



< 빙하 뒤로 보이는 에베레스트와 로체 - 우측에 마치 사열하듯이 서있는 2개의 봉우리들은 캉충피크이다 >


내가 있는 여기서부터 지도상 직선거리로만 20Km를 가야지 에베레스트다. 에베레스트 뿐만 아니라 로체,

그리고 에베레스트와 로체 사이에 있는 사우스콜이 선명하게 보인다.

빙하를 걸어서 가면 쉽게 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걸어보니 불가능하다. 그리고 위험천만하다.

에베레스트 쪽으로 보이는 광활한 빙하는 Ngozumpa 빙하가 아니라 또 다른 빙하이다.

이름은 Gyubanare 빙하. 이렇듯 에베레스트 지역은 수십 개의 빙하가 서로 겹쳐져 있다.

여기서 보이는 에베레스트는 황량한 빙하 위에 서있는 꽃과도 같이 보인다. 오죽하면 이쪽에서 보는 광경을

영어권 애들이 Scoundrel's view 라고 했을까? 무도(무뢰)한 광경? 그 뜻은 아래 사전내용을 인용했으니 판단에

맡긴다...

scoundrel
 악당, 악한, 무뢰한, 깡패. ▷KNAVE
━ 악당의, 무도한; 불명예스러운, 부도덕한. ~·dom, ~·ism 

< 5번째 호수로 가는길 - 앞에 고줌바체(Ngozumpa Tse) 봉우리가 보인다 >


5번째 호수는 무지 멀다. 에베레스트가 보이고 앞에 Ngozumpa Tse 봉우리가 손에 잡힐 듯 보일 때 드디어

5번째 호수가 수줍게 나타났다. 규모는 작지만 그만큼 아름답고 반갑기도 하다.



< 5번째 호수와 이름모를 아름다운 봉우리>


5번째 호수의 이름은 고줌바초(Ngozumpa cho)이다. 해발 4990미터. 호수 앞에 무명봉이 있고 그 우측 옆에는 Ngozumpa

Tse 봉우리(5553M)다. 이 봉우리 뒤쪽에는 초오유 베이스캠프(5150M)가 있으며 바로 그 곳에 6번째 호수가 있다.


이곳에서 일행인 R씨를 기다리기로 하였다. 현재 시간은 12시...

4번째 호수에서 좀 지난 이후로 R씨가 보이지 않는다. 길의 특성상 30분정도의 거리에 있는 사람은 멀리서도 보인다. 

그런데도 보이지 않아서 걱정이다.

산에 다니는 사람은 특징이 있다. 별다른 얘기를 안하면 무조건 온다고 보는 것이다.

헤어질 당시 멀리서 걸어오고 있는 것을 본 이후, 당연히오고 있으리라고 생각하였지만, 아직도 안오는 것은

혹 오다가 험한 길에 사고를 당하지 않았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앞에는 에베레스트와 로체가 옆에는 초오유의 대자연이 펼쳐져 있는데, 나는 또 사람 걱정을 한다. 심호흡 하면서

대자연을 보자고 하면서도 계속 마음이 무겁다.


마침, 초오유 베이스캠프까지 가기에는 체력적으로도 식량 준비도 안 되있기도 하다. 아마도 1시간여를

더 가야지만 초오유 베이스캠프다. 다시 한번 시간 계산을 해보았다. 갔다가 랏지로 돌아갈 시간도 빠듯하지만,

뒤에 오고 있을 R씨 걱정이 되었다. 결국 초오유 베이스캠프까지 가는 것은 포기이며 언제 올지 모를 다음 기회다.

5번째 호수에서 12시부터 카운트다운해서 1시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길이 여러 갈래라서 이리갔다 저리갔다 하면서 R씨를 찾았지만, 결국 안온다. 오후 1시. 시간상 이제 무조건 돌아가야 한다.

물과 쵸코렛 몇개 먹은 속이 쓰리다. 그리고 춥다. 

또한 대자연을 앞에 두고 이런 저런 걱정하는 내 자신에 화가났다.

돌아오는 길은 험한 빙하의 옆길 대신에산 중턱에 나있는 옆길을 택하였다. 이길은 여기까지오면서 못 봤던 길이었는데, 그나마 편한 길을 찾아서 다행이었다.



< 5번째 호수에서 돌아오는 길 >


이런 멋진 길을 걸어 다시 4번째 호수로 돌아왔다. 몸이 지쳐간다.

여기서부터 5번째 호수까지 오고 간 몇 시간여 동안 천지간에 아무도 없다. 사람을 찾아서 그런지 왠지 모를

적막감만이 온산에 가득하였다.


4번째 호수 아래 쪽에서 드디어 2명의 외국인을 발견하였다. 그들도 하산중이다. 급히 가서 동양인 한명을

보았냐고 물어봤더니, 아리송한 말만 하고 앞서간다. 한 30분여를 걸어갔을까 저멀리 내가 묵고있는 랏지가 보인다.

누군가 멀리서 다가오고 있다. R씨다. 반가움이 앞섰다. 만나자 마자 준비해 온 더운물을 주면서 먼저 돌아와서

미안하다고 한다.걱정과 함께 있던 서운했던 마음이 씻은 듯 사라진다. 이런게 바로 산사나이의 맘인가보다.


4시 넘어 랏지로 돌아오니 시멀이 먼저 다음 코스로 출발한다고 해서 마중하였다.

늦은 점심으로 레몬티와 샌드위치를 먹고, 너무 피곤하고 몸이 얼어와서 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하였다.

한 2시간 지쳐 쓰러져 자다 다시 저녁 먹으러 갔다. 네팔의 빈대떡에 해당하는 짜파티와 레몬티를 마셨다.

추위에 떨며,아무도 없는 5000미터의 산에서사람을 찾아 헤매인 것이 반영되었을까...아니면 고소증의

일환이었을까... 밤새 악몽에 시달리며 잠을 설쳤다.

그래 여기 히말라야에서 다 묻어버리는거다... 그런거다.




Posted by 들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