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2. 28. 03:27

 

 

섬은 점처럼 다가왔다.

육지가 희미한 선으로 남다 차츰 사라져 가듯이.

섬은 온갖 상상을 자극하다 홀연히 나타났다.

멀리 보이던 희미한 점이 제형체를 갖추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어느덧 섬은 점이 되었고, 점은 점차 뚜렷한 선이 되었다.

 

기다렸던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가슴 졸였던 순간들은 무엇이었던가.

그리고 지금 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저 점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삶의 애매한 점은 어느 순간 의미가 되었다.

거대하고도 모호하게 우리 곁을 맴돌던 의미없음은 차츰 의미가 되어갔다.

어찌할 줄 모르던, 다만 기다리고만 있던, 초조함에 숨죽였던,

그 들떠짐에 스스로 지쳐갔던, 타는 가슴을 쓸어내렸던,

그 순간은 점이 섬이 되는 순간처럼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뚜렷이 점이 현실로 되는 순간이 단지 환희만이 아니었다.

다만 마냥 기다렸던 비겁함에, 생각했던 대로만이 아닌 이질감에,

그리고 이런 앎조차 곧 별 의미 없이 지나쳐감이 두려워졌다.

오랜 시간이 흐른 것처럼 마음 또한 희미해졌다.

 

육지처럼닻을 내린 섬은점처럼 간단하지도 명료하지도 않았다.

또 다른 애매함이었다. 묘한 기류로 주변을 맴돌았다.

시간이 흘렀고 애매모호함이 더욱 두려워졌다.

 

오로지 좁은 길만 보이던 산길에능선줄기라도 쳐 올라서면 좀 더 확연히 보이던 그 기다림.

좀 더 명료하게 되어가는 그런 미학을잊었던 것 같았다.

 

단지 섬구경이나 하러 울릉도를 찾지 않았다는 것을 믿고 싶었다.

저 섬 이후에도 기다릴 그 모호함이 무엇인지도 포함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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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들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