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후배의 영화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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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휴가를 내고 영화 "화려한 휴가"를 보았습니다.
며칠 전에와이프가 이 영화를 보자고 얘기할 때는 내 취향이 아니라고 구박했었습니다. 나는 사실 이런 류의 영화를
싫어합니다. 왜냐하면 나는 과거의 아픔을 영화속에서 다시 반추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영화를 통해 무엇을 느끼지는 알고 싶기도 하고 영화가 광주를 어떻게 표현하는 지 궁금하기도
해서 영화를 보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영화를 만든 사람들을 한명의 관객으로서 도와주고 싶기도 하였고요.
영화는 조금 신파라는 느낌을 강하게 주고, 의도적인 촌스러움과 비극적인 현실이 겉도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무난한
줄거리에 무난한 장면의 연속으로 관객의 눈물을 충분히 이끌어 낼만 하였습니다. 어디선가 영화평으로 "태극기 휘날리며"
스타일의 형제애에 기반하여 5월광주의 원인과 진실을 들어내는데 실패하였다고 얘기하지만, 그리고 마지막 도청사수
장면에서의 공수부대출신(안성기)의 영웅담은 조금 눈에 거슬리기도 하였지만, 영화는 광주의 아픔을 부족하지만 그대로
보여줍니다.
아마 광주에 관한 수많은 자료를 접한 우리들은 뭔가 부족함을 느낄겁니다. 하지만광주 다큐멘타리도 못본
어린 친구들이나 일반인들에게는 나름대로 큰 충격을 안겨줄거라 생각합니다. 우리동네 중학과정 대안학교는
방학기념으로 학생모두가 단체 관람을 하였다더군요. 영화관에서 초등학교 고학년 또는 중학생으로 생각드는
아이들도 많이 보이고요. 또 평범한 아줌마도, 그리고 초로의 신사도...
영화관에서 눈물을 팍팍 쏟고 나오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엉엉 울고 나오는와이프를 위로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나도 역시 여러 생각의 파편속에서 자유롭지 않아 따뜻하게 얘기할 여유도 없었습니다. 더더군다나 영화에
대해 아는 채 할 생각도 없었고요.
그저 우리는 80년대왜, 무엇을 위해서, 그리고 누구와 싸웠는지 하는생각이 들고요,지금 무엇을 잊고 살고 있는지도....
참 많은 생각이 드는 하루였습니다.
한번 쯤 영화를 보시기를 권합니다. 영화는 논리로만 보는 것이 아니고 감성으로도 충분히 볼 수 있으니까요. 혹시
중고등학교 다니는 조카나 아이들이 있다면 같이 한번 보시는 것도 권합니다.
7000원이 아깝지는 않습니다.
영화를 평하기는 쉽습니다. 나는 영화를 마치고 나오자 마자 엉엉울어 눈이 퉁퉁부은 와이프에게 해주고 싶은 일은
어깨를 감싸안아 주는 것이었든데 결국 입에서 나온 말은 "뒷부분이 도청사수작전이 좀 시시하다"였으며 이후
두고 두고 구박을 받고 있습니다. 영화본 소감과 평으로는 무지무지 할말이 많습니다. 하지만 광주에 대한 나의 빚은
입을 틀어막고 있습니다. 많이들 보세요, 가족과 함께, 힘들어도 우리가 영원히 부등켜 안고 갈 책임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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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에 걸쳐 파키스탄에서의 "화려한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긴 했지만, 이 여행의 후유증은 의외로 지대했다.
두문불출 1주일을 끙끙대며 무기력하게 만든다.
피곤에 찌들어 졸며 만난 친구와 후배들이 또 다른 '화려한 휴가'를 권유한다.
맞다후배 말 처럼 나도 이런 취향 아니다. 그런데 가슴 속이 진동한다.
빚이었다. 내내 삶의 한편에서 몰래 휘둘렀던..., 그래서 외면했던..., 삶의 단편이여!
그래서 항상 빚이었다는 이 느낌의 정체여!
'님을 위한 행진곡'이 흘러 나오는 마지막, 박신애(이요원)의 표정을 보면서...
살아남은 자의 슬픔
- 베르톨트 브레히트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 남았다.
그러나 지난 밤 꿈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강한 자는 살아 남는다."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님을 위한 행진곡 - 두대의 피아노에 의한 연주곡 by 민족음악연구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