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도(山道)로 본 산 사랑법
산신령교 교전 입산(入山)편을 보면 이렇게 쓰여 있느니라.
대저 인자요산(仁者樂山)이고 입산환희(入山歡喜)라 무릇 사람은 산에서 깨달음을 얻고
청청한 마음을 닦는 것. 예수도 팔레스타인 시내 산에서 산상수훈(山上垂訓)을 통해 그 도를
넓혔으며, 석가도 영축산 아래에서 수도를 통해 생사의 비밀을 알았느니라.
단군 왕검도 태백산 혹은 백두산으로 강림하였으며 동학을 일으킨 최재우도 천성산에서
적멸의 이치를 깨우쳤느니라.
근래의 선지식인 성철스님도 가야산에서 입적을 하며 <산은 산이요,물은 물이니라>하고
그 어려운 열반송을 남겼느니라. 또한 우리의 선대들도 죽으면 땅에 묻혀 봉분을 쌓느니,
그것이 바로 또 하나의 작은 산이 아니더뇨?
이렇듯 산은, 인류의 정신세계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영혼의 귀의처로서 기능을 훌륭하게
해왔느니라. 하여 속세를 벗어나 유유자적 거니는 신선의 거처이며 만물의 근원인 물을 흘려주는
산은, 우리 모두에게 유형무형의 크나큰 혜택을 주고 있음 또한 알겠느뇨?
그러나 산을 찾는 모습은 너무나 다양하여 산을 그리는 발심(發心)의 우열을 가리기 어려워
참 산 사랑법을 구별하기 어려웠느니라. 그러나 바둑에도 일종의 급수로 그 경지를 나타내는
도(道)가 있다고 주장한다면, 산도(山道)도 있는 법. 편의상 바둑의 급수로 산 사랑을
평가하노니 후학(後學)들은 자기의 위치를 깨닫고 애써 배울 일이라.
헐~
8급 - 타의입산(他意入山)
이 부류는 산보다 그림틀(TV)를 선호하여 휴일이면 리모콘이 유일한 장난감인 바, 회사에서
또는 모임에서 결정된 산행이 있으면 어쩔 수 없이 따라 나서는 인간이니라.
특징 / 멀쩡한 하늘에서 비가 억수로 쏟아지기를 바라는, 그래서 산행이 취소되기를 은근히
바라는 놀부 심보가 있느니라.
7급 - 증명입산(證明入山)
이 부류는 산을 좋아해 찾는 것이 아니라 사진 찍으러 가느니라. 애써 걷기는 커녕 물 좋고
경치 좋으면 아무 곳이나 가리지 않고 호치키스 찍듯이 찰칵찰칵 사진을 찍느니라.
특징 / 경관이 좋은 곳을 배경으로 증명사진을 찍는 버릇이 있으며 그 사진을 '한국의 산은 다
가보았다'는 증거 자료로 활용하느니라.
6급 - 섭생입산(攝生入山)
이 부류는 오로지 <묵으러(먹으러)>산에 가느니라. 한 배낭 가득히 먹거리를 챙겨들고 계곡을 찾아
퍼질러 앉아 식탐을 즐겨하느니라.
특징 / 엄청 먹는데도 음식이 절반 남아 다시 지고 내려오며 <아,나는 왜 이리 식성이 없는지 몰라> 하는
먹보형이니라.
5급 - 중도입산(中道入山)
이 부류는 산행을 하긴 하되 꼭 중도에서 하산하느니라. 그리고 제 다리가 튼튼하지 못함을 탓하지
아니하고 꼭 뫼만 높다고 하는 인간이니라.
특징 / 뭐… 꼭 정상을 가야 되나. 올라가면 누가 밀가루나 떡이라도 배급해준단 말이냐 하는
자기 합리화형이니라.
4급 - 화초입산(花草入山)
이 부류는 내내 집안에만 있다가 진달래 철쭉꽃 피는 춘삼월이나,만산홍엽으로 불타는 가을같이
경치 좋은 계절이면 갑자기 산에 미치는 인간형이니라.
특징 / 제 얼굴 못난 까닭에 예쁜 꽃이나 단풍을 꼭 끼고 사진을 찍느니라.
3급 - 음주입산(飮酒入山)
이 부류는 그래도 좀 산을 아는 인간이니라. 산행을 마치면 꼭 <하산주>를먹어야 산행이 끝났다고
주장하며, 산을 열심히 찾는 이유가 성취감 뒤에 따르는 이 맛난 하산주 때문일 경우가 허다하니라.
특징 / 이 부류는 술의 종류, 알코올 도수, 값의 고저를 막론하고 그저 양만 많으면 된다는
<무대뽀>형이니라.
2급 - 선수입산(選手入山)
이 부류는 산을 마라톤 코스로 생각하고, 산을 몇 개 넘었다느니 하루에 이렇게 많이 걸었다느니
하는 것을 자랑하러 산을 찾는 인간이니라. 그러나 달리기 시합에 나가면 언제나 꼴찌이니라.
특징 / 이 인간을 따라 산에 나서면 대개가 굶느니라. 먹을 때도 번갯불에 콩 구어 먹듯이 해치우고
오로지 마구, 함부로 걷느니라.
1급 - 무시입산(無時入山)
이 부류는 산의 정신을 조금 아는 까닭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제사가 있으나 아이가
아프나, 자기가 계획한 산행은 꼭 하는 스타일이니라.
특징 / 폭풍이 몰아쳐 <오늘 산행 취소하지요?>하고 물으면 < 넌 비 온다고 밥 안 먹냐?>하고 되묻는
무식함이 돋보이는 부류이니라.
초단 - 야간입산(夜間入山)
이 부류는 시간이 없음을 한탄하며 주말은 물론, 퇴근 후 밤에라도 산을 오르려는 인간형이니라.
산에 가자고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산병(山病) 초기 증세를 보이므로 초단이 되는 것이니라.
특징 / 산정에 오르면 지가 무슨 늑대라고 우~ 우~ 하면서 달을 보고 소리를 지르는 해괴한 모습을
보이느니라.
1단 - 면벽입산(面壁入山)
이 부류는 바위타기를 즐겨하느니라. 틈도 없는 바위에 매달려 온 몸을 비벼 넣으려는 듯, 바위가
무슨 애인이라도 되는 듯 안고 할퀴고 비비고, 바위를 상대로 온갖 퍼포먼스를 하느니라.
특징 / 이때쯤이면 산쟁이는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책 열 권도 못보았다는 말이 사실임을 알게
되느니라.
2단 - 면빙입산(面氷入山)
이 부류는 날씨가 추워지기를 학수고대하는 시기에 해당되느니라. 얼음 도끼와 쇠 발톱을
꺼내 놓고 폭포가 얼어 붙기를 축원하다가, 결빙되었다는 소식만 들리면 사 제쳐놓고 달려가
얼음에 몸을 던지는 때이니라.
특징 / 빙판 길에 가족이 넘어져 다치더라도 겨울은 추어야 된다는 주장을 하는 시기에
해당되느니라.
3단 - 합계입산(合計入山)
이 부류는 8급부터 시작하여 면벽과 면빙 수도를 끝낸 후, 조갈증이 나서 더 높고 어려운 산이
없나 모색하는 시기에 해당되느니라. 산에 대한 정보가 있는 외국원서를 번역한다고 평소 안하던
공부를 하는 시기가 되느니라.
특징 / 산병(山病) 중증환자로 저 스스로 격리되어 운수납자(雲水衲子) 흉내를 내어 고행(苦行)의
길로 들어서게 되느니라.
4단 - 설산입산(雪山入山)
이 부류는 드디어 설산인 히말라야로 떠나게 되느니라.
생즉필사(生卽必死)요 사즉필생(死卽必生)이라, 설산을 대상으로 알 듯 모를 듯 비장한 출사표를
내고 도전하는 시기라.
특징 / 설산으로 간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돌아왔다는 소식이 없는 경우가 종종 있느니라.
5단 - 자아입산(自我入山)
이 부류는 드디어 산심(山心)을 깨닫고 진정으로 넘어야 할 산은 마음속에 있음을 알게 되느니라.
따라서 에베레스트가 주는 흡인력에 취하여 잊고 있었던 <사람과 산>의 관계를 알게 되느니라.
특징 / 이때는 국가에서 주는 훈장이나 상장도 받을 때가 있었으므로, 집안식구들에게 인정받지
못했던 산에 대한 집념이 비로소 결실을 거두는 때이기도 하느니라.
6단 - 회귀입산(回歸入山)
이 부류는 산의 본질적인 의미는 자신을 발견하는데 있다는 머리 쥐나는 철학을 깨닫고, 다시
우리나라의 낮은 산으로 임하는 시기를 말 하느니라.
특징 / <걷는 자만이 오를 수 있다>는 지극히 쉬운 원리를 어렵게 깨우침으로써 평소 실실 웃는
하회탈 모습으로 표정이 바뀌니라.
7단 - 불문입산(不問入山)
이 부류는 <산 아래 산 없고, 산 위에 산 없다>라는 평등 산사상(山思想)의 경지에 다달음으로써,
비로소 입신의 경지를 맛보느니라.
특징 / <묻지마 관광> 같이 산에 오르는 것을 묻지마~ 라는 선문답으로 유유자적 산을 즐기는
시기를 말하느니라.
8단 - 소산입산(小山入山)
이 부류는 겸허하게 작은 산도 엄청 크고 높게 보는 안목이 있느니, 그런 작은 산을 즐겨 찾는
시기가 되었느니라. 그러나 죽어도 힘들어서 높은 산을 못 올라간다는 소리는 안 하느니라.
특징 /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에 비례하여 입에는 양기가 올라, 남산 같이 조그만 산을 오르고 난 뒤,
하산주 시간이 되면 과거를 회상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특성이 있느니라.
9단 - 입산금지(入山禁止)
이미 죽어 코딱지만한 산에, 아니 봉분에 깔려 있느니라.
헐~
* 그동안 이 비급(교전)은 설산의 어느동굴에묻혀있다가 말법시대가 도래함을 말해주듯 다시 강호에 등장했다.
* 자신이 산신령교의 어느 급에해당하는지 잘파악하고 바로 입교원서를 쓰시길... ㅋㅋ
* 예전 하이텔 시절에 피씨통신에 떠돌던 신영철작가의 글.
신영철님은 현재 초대 산신령교주를 맡고 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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