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夢詞 세개의 꿈 이야기

 

主人說夢客 주인은 손님에게꿈 이야길 하고

客夢說主人 손님도 주인에게꿈 이야기 하네

今說二夢客 지금 꿈 얘기하는 두사람

亦是夢中人 역시 모두 꿈속의 사람들이지

- 청허 휴정 (서산대사)

 

나 역시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간밤의 꿈을 떨쳐버리며 일어나 트레킹 준비를 한다.

 


<마낭 가는 길 >

 

피상에서 마낭 가는 길은 두갈래이다. 계곡을 따라 가는 아랫길과 계곡 건너 7부능선 정도를올라걷는 윗길이다.

윗길은 아랫길에 비하여 고도가 500미터 정도 더 높아서 힘든 길이다. 가야할 거리도그만큼 더 멀다.

그러나윗길에서는안나푸르나 2봉의 엄청난 모습을 제대로 볼수 있고, 오래된 티벳 전통 마을인 갸루(Ghyaru)와 나왈(Ngawal :지명이 한글로 나왈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의 특이한 모습도 볼 수 있다.

피상이 3200미터 이므로 이제부터는 사람에 따라 고소증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고소증을 예방하는 방법은 높이 올라가고 보다 낮은 곳에서 쉬는 것이다. 그래서 윗길을 고소예방 차원에서 권하기도 한다.

좀 힘 들더라도 안나푸르나 2봉(7937m)을 제대로 보기 위하여 윗길로 가기로 하였다.

봉우리는 항상 거기 있지만, 내가 움직이므로 볼 곳에서는 봐주어야만 한다. 또한 항상 그렇듯이 큰 봉우리를 못보게 하는 것은 내 주변의 작은능선 따위들이기 때문이다.

윗길을 선택하여 조금 걸으니 어제 보았던 피상위의 거대한 절벽이 아주 선명하게 보인다. 주변에는 고도가 높아서인지, 큰나무보다는 작은 관목들이 눈에 많이 띈다.

 

 

지도에 "작고 푸른 호수"라고 나와 있는 곳을 지나가는데 너무나 예쁘다. 물이 어째 이리 투명하고 예쁘게 모여있을 수 있을까? 날이 더웠으면 수영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갸루가는 길 입구에는 티벳 불교의 상징인 마니차 벽이 있다.한쪽편은 마니차를 배치해 놓았고, 반대편은 경전이 새겨진 돌을벽을 따라 쭉 올려놓았다. 그 위로는 룽다와 타르쵸가 희미한 안나푸르나 2봉을 배경으로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안나푸르나 2봉은 아침햇살이 비추는 쪽에서 적당한 구름속에 높히 잠겨있다.

 


< 마니차 벽 >

 


< 마니차를 돌리는 트레커 뒤로 안나푸르나 2봉이솟아있다 >

 

힘든 오르막 길을1시간 정도 오르니 갸루에 도착한다. 갸루는 3670미터에 위치한 전통 티벳 마을이다.

몇몇 집들은 트레커들을 위하여 최신식으로 수리한 흔적이 보이긴 하지만, 돌을 이용하여 집을 쌓은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다.

 

 

동네안으로 들어가니 마을 안쪽은 집마다 돌벽을 3-5미터 정도의 높이로 쌓아서 길을 미로처럼 만들어 놓았다. 아마도 과거 외적의 침입을 막기위한 구조인 것 같다.



 

랄은 미로처럼 생긴 골목길을 이리저리 돌아서 마을 밖으로 안내한다.

고도가 3500미터를 지나 수목한계선을 넘어선지, 갸루를 지나 걷는 길은 황량하면서도 나름대로의 운치가 있다.

 


< 갸루를 지나면서길은 산을 가로로썰듯이 나있다 >

 

지나온 길과 앞으로 갈 길이 굽이굽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일단 피상에서 500미터 이상을 올려친 이유로 앞으로의 길은 더 이상 오르지 않는 평탄한 길이기에 좋았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진짜로 행복한 이유는 길도 길이지만, 내 앞에 꿈과 같이 펼쳐진 안나푸르나 2봉 때문이다.

눈이 부시게 높고, 숨이 막힐듯 거대한 안나푸르나 2봉의 북벽은 수직으로 47000미터가 솟아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가는 길 앞쪽에는 구름에 조금 가려진 안나푸르나 3봉(7555m)과 강가푸르나(Gangapurna Himal, 7454m)봉이 병풍처럼 사방을 둘러싸고 있다.

 


 

다시 뒤를 돌아본다. 방금 지나온 갸루가 저멀리 구름밑 산중턱에서 신기루에 쌓인 성채처럼 아련하다.

 



 

가는 길을 재촉하여 나왈(3657m)로 향한다. 나왈은 산중에 있는 분지 같은 곳에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집들의 형태는갸루와 비슷하지만 분위기는 많이 다르다. 마을로 들어서니 또 다시 구름이 몰려온다. 휴식을 취하면서 점심식사를 달밧으로 하였다. 

 


< 아름다운 마을 나왈 >

 

나왈에서 마낭 가는 길은 급한 내리막 길이다. 윗길은 당연히 아랫길과 강어귀에서 만나야만 하니까...

주변의 풍광은 서부영화의 한장면 처럼 바뀐다. 모래성 처럼 생긴 조그만 동산을내려오니덤불 투성이의길을 따라 걷는다.

 


 

길이 마침내 합쳐진다. 조금 더 가면 뭉지가 나오고 뭉지에서 1시간만 걸으면 오늘 쉬게 될 그 유명한 마낭(Manang)이다. 뭉지에서 마낭 가는 길 또한 아름답다. 세상에 아름답지 않은 길이 어디에 있으랴마는...

 


 

길은 무척 넓어지고 흙이 푸석거린다. 좌측은 안나푸르나 2봉, 3봉, 강가푸르나봉이 꽉 채워주고 있고, 멀리 앞에는 피라미드 같이 생긴 봉우리도 보인다.상당히 황량한 대지를하늘과 구름이 적당히 버무려 아름답게 보여준다.

 

들판에 소 몇십마리가 흩어져서 풀을 뜯어먹더니만,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줄 맞추어 다리를 건너 제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제 마낭이다.

아직 오후 4시전임에도 날이 어두워져온다. 높은 산으로 둘러쌓여서 해가 일찍 지기 때문이다.

강가푸르나 산 뒤로 해가 지고 있다. 산 봉우리너머에서비추는 햇빛은하늘에 봉우리별로푸른색을프리즘 처럼영사하고 있다.

 


 

내가보는 세상은 몽환인가... 아니면 내가 꾸는 꿈이 현실인가?

내가 느낀 황홀경은 내가 꾸는 몽환과 무엇이 다른가?

이렇듯 주인은 손님에게 다시 꿈 이야기를 한다.

Posted by 들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