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늦게 비오는 중에 도착하여 포카라(Pokhara)의 참모습을 볼 수 없었다.

포카라의 명성은 워낙 대단하여,인도와 네팔 전체를 뒤흔든다. 여행자들에 회자되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곳...

그 명성에 걸맞게 가이드 북을 뒤져보면 최고로 좋은 표현들만 골라서 나온다.

 

- 온화한 기후(겨울 시즌에도...)

- 청정한 공기

- 눈 덮힌 산

- 아름다운 호수

- 조용함(인도에서 사람에 지친 영혼들을 위한 최고의 안식처)과 편안함(좋은 숙소와 맛난 음식)

- 안나푸르나 트레킹의 전초기지이자 트레킹 뒤의 휴식처

등등

 

단점도 있을법한 이 사람 사는 동네에 붙어있는 찬사들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런 포카라의 모습을 최대한 맛보도록 하자.

아침 새벽 4시반에 기상하여 어제 예약한 택시를 타고 사랑곧으로 향한다.

한국일행 5명과 치트완부터 같이 동행한 태국인 커플들과 택시 2대에 나누어 타고, 깜깜하고 안개낀도로를 20분여분간 달려 사랑곧 바로 밑에 도착하였다. (차 한대당 왕복에 700루피)

사랑곧은 1592미터 높이의 야산이다. 설악산 공룡릉 높이의 봉우리를 야산으로 칭하는 이유는 앞에 8천미터 급의 안나푸르나 연봉들이 떡하니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야산급도 안되지만...

사랑곧(Sarangkot) = Sarang + kot(요새) -> 즉 과거에 요새가 올라있었다는 의미.

사랑(Love)이라는 말이 워낙 좋은 말이다 보니, 특별히 한국인들에게 사랑곳(Love Place ?)은 그만큼 각별하다.

10분 가까이올라 전망대에 도착하니 이미 수십명이 올라와 있다. 왼쪽으로 더 올라가는 길이 있긴 하지만, 다들 전망대 위에 몰려있다.

아직 해는 떠오지 않았고 여명이 밝아 오기 시작하지만 산맥이 있는 쪽은 잔뜩 흐려 보이지 않는다. 일출시에 햇빛이 비추어 황금색으로 변하는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를 보고자 하는 것이 이곳에 온 목적이다.

해는 중천에 떴지만, 끝내 안나푸르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 북쪽의 안나푸르나 연봉은 잔뜩 흐려 보이지 않고, 동쪽에선 흐린 해가 떠오르고 있다 >

 

아쉬움에 커피 한잔을 시켜먹으면서한참을더 기다리다가 일행들과 내려간다.

그럼 사랑곧에서 볼 수 있는 와이드한 히말라야 연봉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인터넷을 뒤져서 찾은 사진을 허락없이 올려본다.

 


< 사랑곧에서 본안나푸르나 연봉들 - 중앙부 삼각형모양의 봉우리가 마차푸차레 >

(출처 : 뭉그니의 여행이야기 -http://www.welovetravel.net/travel/photo/asia/nepal/pho-web/pages/d2-sarangkot.htm)

 

숙소로 돌아와서 바로 아침 식사하러 나간다. 한국 음식점인 사랑산으로 간다.

가는 길 옆의풀밭 뒤편으로아름다운 호수가 곱게 모습을 드러낸다. 페와 호수(Phewa Tal)이다.

이 아름다운 호수는그 자체만으로도대단하지만, 안나푸르나 연봉들로 인하여 더욱 아름답다.

그러나 아쉽게도 내내 흐린 날씨 탓에 안나푸르나 산맥은 보이지 않는다.

 


 

호수옆에 가든식으로 되어있는 멋있는 곳이다. 식사도 맛이 있었지만, 식사 후 배를 공짜로 빌려준다고 한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한식을 푸짐하게 먹었다. 아침을 이리 많이 먹기는 태어나서 처음이 아닐까 싶다.

 


< 소희, 상연과 정호씨 부부 +푸짐한 아침 상 >

 

남 부러울 것 없게 식사를 마친 후에 배를 타고 호수로 나간다. 호수는 아주 맑지만, 물 밑이검은 것이 아주 깊어보인다. 게다가 배는 조금만 움직여도 요동을 쳐서 조금 호수로 나가다가 되돌아 온다.

 

 

날이 조금 맑아지는 듯 하지만, 여전히 산맥쪽은 보이지 않는다.

내일 안나푸르나 라운딩 출발을 해야 하므로 숙소로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빨래를 해서 널고, 눅눅한 침낭을 말리고, 등산화 창을 빨았다.

정호씨 부부를 포함한 5명의 한국일행들은 시간 관계상 안나푸르나 주변을 도는 라운드 트레킹을 포기하고 ABC(Annapurna Base Camp)코스로 가는 것으로 하였다. 정호가 아주 아쉬워 한다. 그러나 라운드 하기에는 귀국일정에 맞추질 못한다.

원래 안나푸르나 라운딩을 천천히 즐기면서 할 생각이었기에, 같이 갈 한국일행이 있으면 아주 좋으련만 나 역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점심 무렵에 나와서 은행에서 현금써비스로 돈을 찾고, 자전거를 타고호수 주변의 도로를 지나가다 호숫가에서 호수를 내려다 본다. 아주 평화롭고 좋다. 내일의 트레킹으로 기분이 상기되어 있기도 하다.

 


 

정말로, 청정한 공기 속에서,11월임에도 불구하고온화한 기후에, 아름다운 호수를 보면서,편안하고 조용함 속에 아주 편히쉬고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눈 덮힌 산을 못보고 있다는 것.

설악이나 지리산을갔을 때맑은 날이 드물 듯이 히말라야의안나푸르나역시 쉽게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결국 마차푸차레의 당당한 위용은 날씨땜에도 그렇고,위치땜에도 트레킹 내내 한번도 못보다가 포카라를 떠나는 날 아침에야 볼 수 있었다.)

맑은 날 이 페와호수 건너편에서는 호수와 안나푸르나 연봉을 같이 볼 수 있다. 물론 날씨 때문에 직접 볼 기회가 없었지만, 포카라를지상낙원으로 보이게 하는 광경이다.

마찬가지로 인터넷을 뒤져서 허락없이 올려본다.

포카라와 카트만두에서는 "칼라파타르에서 본 에베레스트 파노라마"와 "페와호수에서 본 안나푸르나 파노라마"등의 파노라마 사진을 손쉽게 구할 수 있다.

 


< 페와 호수와 안나푸르나 연봉들: 좌측부터바라시카르 - 마차푸차레 - 안나푸르나 3봉 - 안나푸르나 4봉 - 안나푸르나 2봉 - 람중히말 >

( 출처 : http://www.molon.de/galleries/Nepal/Pokhara )

 

이런 대자연이 모습이야 말로여행객들이 포카라를 인도와 네팔 통틀어 최고의 휴양지 겸 오아시스로 생각하게 한다. 특히 이등변 삼각형 처럼 우뚝 솟은 마차푸차레(Machapuchare, 6997M)는 세상을 압도하듯이 서있다.

마차푸차레는 네팔말로서 Macha(Fish, 물고기)+ Puchare(Tail, 꼬리) -> 물고기꼬리라는 뜻이다.

포카라에서 보는 봉우리는 삼각형 모양이지만, 서쪽으로 이동하여 보면 물고기 꼬리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영어로는 Fishtail로 불리기도 한다.

네팔에서는 성스러운 봉우리라서 등반 자체가 금지되어 있다.

 

자전거를 타고 오후 4시경 돌아온다. 다시 저녁을 먹으러 사랑산으로 간다.

이번 라운드 트레킹의 가이드를 지난번 에베레스트 트레킹에서 만난 Ram2가 하기로 하고, 포카라에서 만나기로 약속하였었다.

이미 카트만두에서 부터 약속이 되어 있기 때문에 따로 확인을 안한 것이 실수였다. Ram2가 약속을 어기고 오지 않는다.

부랴부랴 가이드를 현지 여행사인 에코트렉에서 구하고, 내일 아침 7시에 만나기로 한다.

라운드 한후에 ABC까지 들르는 것으로 해서 대략 19일정도로 트레킹코스를 잡는다. 에베레스트 트레킹 때 보다 길다.

한국일행들과 아쉬운 이별주를 하고나서, 트레킹 짐을 꾸렸다.

아름다운 포카라를 세세히 둘러보기에는 너무나 짧은 하루였고, 트레킹 이후로 기약하였다.

 

Posted by 들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