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반에 문두드리는 모닝콜. 대충 씻고 나가니 패키지의 마지막 일정인 "아침 새 관찰"이다.
어제밤 늦게까지 치룬전투의 후유증으로 다들 못일어나고, 그나마 어제 전투시탈영한 독일인 1명과 일본인 1명이 기다리고 있다. 가이드 포함 총 4명이 출발하는데 뒤늦게 일어나 정호가 뛰어와서 합류한다.
어제 본 가짜악어가 있는 곳을 지나서 더 들어가니 강의 지류가 나온다.
강 근처라서 물안개가 어스름히 껴서 분위기가 환상적이긴 하지만, 정글 특유의 냄새가 묻어온다.
가이드는 눈이 아주 좋아서 이 나무 저 나무 가르키며 새를 설명하고 있다. 영어로 된 새도감을 보여주며, 연신 이새가 저새고, 저새는 이새라고 한다. 얼핏 책을 보니 미국인들이 쓴 "네팔의 조류"라는 책이다.
대단한 넘들. 네팔에 사는 새에 관하여 사전두께의 책을 저술하다니... 감탄할 수 밖에 없고 부럽다. 철두철미한 기록문화의 결과물이다.
앞에는 유유히 강물을 건너는 야생 코뿔소 몇마리와 뒤로는지나가는 코끼리가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증명해주고 있다. 흐릿한 아침햇살속으로 펼쳐지는 동물들의 등장이 고요한 정적과 어우러져 잠시의 여운을 준다.
돌아오면서 들른 코끼리 사육사에는 숫놈 코끼리 몇마리가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지 신경질을 내면서 울부짖고 있다. 코끼리 역시숫놈이 좀 더 포악하다고 한다.
포카라로 가는 차가 아침 8시30분에 출발한다고 해서 아침의 정글 산책을 서둘러 마친다.
잠은 이틀 잤지만, 제대로 구경한 것은 하루 반나절에 불과해서 좀 아쉽기도 하다.
어제 우리가 한 정글대탐험(?)은약식인 거고, 몇일 동안의 진짜 정글대탐험(!)이 있다고도 한다. 텐트를 가지고 가서 자는 형태라고...
약간의 아쉬움이 있지만, 정글로 들어가서 자기는 싫다. 오히려 카트만두에서 오거나 포카라로 갈때만나는몇몇 강에서 몇일짜리의 래프팅을 하고 싶었다. 실제로 많은 여행객들이 래프팅에 참여한다.
< 물빛이 옥색이며, 래프팅을 많이 하는 강 >
치트완을 뒤로 하고 포카라로 향한다.
1시간을 신나게 가던 버스는 또다시 검문으로 인하여 3시간 동안 지체된다. 또다시 길을 걷다가 지붕에도 올라가면서 무료함을 달래면서, 계란으로 점심을 대신하고... 검문소를 통과한다.
검문소를 통과하여 1시간여를 가던 버스는 내리막 길에서 아슬아슬하게 멈춘다. 차축 고장이란다.
부품이 없어서 3시간이상을 기다려야 된다고 해서, 우리 일행들은 잽싸게 지나가던 로컬버스를 잡아 탔다.
< 고장난 차 주위를 우왕좌왕하는 승객들 >
위기에강한(?) 한국인답게 신속하게 결정하더니 일괄 행동으로 갈아탄다. 몇몇 외국인 떨거지들을 설득해서...
내가 생각해도 정말 대단하다...
이렇게 어렵게 포카라로 향해 가는 중간에 다시 폭우가 쏟아진다. 지붕에 올려놓은 배낭이 젖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결국 포카라에는 어두워진 밤에 폭우속에 도착하였다.
시내 버스요금을 바가지 쓴 후, 비를 쫄딱 맞으며,숙소를 뒤지다 결국 예티(Yeti)게스트하우스에 여장을 푼다.
저녁을 포카라에서 유명한 한국식당중 하나인 김치하우스로 가서 맛있게 먹고, 맥주도 한잔하였다.
내일은 안나푸르나 연봉을 파노라마처럼 볼 수 있는 사랑곧(Sarangot, 1592M)에서 일출을 맞이하기로 하였다.
그를 위하여 택시 2대를 예약하였다.
여행 시작후 40여일이 지난 후에서야, 처음에 가장 먼저 가기로 계획했던 안나푸르나 트레킹의 전초기지인 포카라에 도착하였다. 정말 먼길을 돌아온 셈이다. 그리고 안나푸르나 라운드 트레킹 출발일을 모레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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