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개짖는 소리에 잠을 설쳤다. 

복날도 지났는데 엄청 돌아다니며 시끄럽다. 이 동네는 개에 대해서 관대한가 보다... 아침 6시30분 비행기 대기라고 하여, 6시전에 일어나비행기 시간에 맞추어 나갔다. 물론 가렛과 람2와 같이 갔다. 동 트면서 보이는 루클라 공항이 새롭다.



< 경사진 루클라 공항 활주로과 우측의 조그만 관제탑>


6시50분 공항에 도착하니 그동안 만나왔던 인간들이 전부 보인다. Koica 단원들도 보이고, 트레팅 중 만났던 외국인들도 모두 다 와 있다. 한국단원들을 보니 새삼 반가왔다. 동포들과 만나서 한참을 얘기하는데도 비행기는 오지 않는다. 카트만두 날씨 때문에 비행기가 이륙을 못하고 있단다. 많은 트레커들이 텅빈 활주로를 보며, 마냥 기다리고 있다.



< 공항 안에서 오지 않는 비행기를 내내 기다리는 트레커들 >


한 2시간여 기다린 어느덧 9시가 넘었다. 공항에 드디어 첫 비행기가 도착하였다. 공항은 일시에 환호성으로 뒤덥혔다. 사진찍고 난리가 났다... 마치 첫 골 넣은 순간처럼... ㅎㅎ



< 모든 이의 환호 속에 처음 도착한 비행기 >


보무도 당당히 입성한 비행기 뒤로 하얀 설산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첫 비행기 도착 후 20여분을 지루하게 기다리니 타고갈 Yeti Airline이 도착하였다.



< 비행기를 타러 나가며... >


조그만 비행기를 탈 생각에 걱정이 앞선다. 비행기가 작다 보니 운항하면서 느껴지는 불안감과 소음이 장난이 아니다. 공항을 내리 달려 절벽을 글라이딩하면서 위로 올라가는 시끄러운 비행기를 상상해보라. 능선이 나타나면 기류때문에 몇 미터씩 뚝뚝 떨어지기도 한다.



< 조종석이 보이는 비행기 내부 - 좌측이 기장, 우측이 부기장으로 추정됨>


떨고 있는 사람은 나 뿐만이 아니었다. 트레킹을 무사히 마친 트레커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30여분쯤 드디어 카트만두 국내공항에 도착하였다. 떠날 때와 기분이 또 다르다. 금의환향한듯... 큰 시험를 마친 수험생처럼...



< 여기는 다시 카트만두 >


택시타고 200루피에 카트만두 게스트하우스(KGH)로 갔다. KGH는 시설이 훌륭하고 당연히 숙박료도 비싸다. 트레킹에 지친 몸을 좋은 시설에 묵으면서 쉴려고 했는데, 방이 없단다. 마침 가렛이 호텔을 추천해서 그리고 가서 여장을 풀었다.


우선 식사를 해결해야 해서, 한국음식점 소풍을 가서 라면+밥을 정말 맛있게 먹었다. 고락세프에서 헤어져 하루 먼저 내려온 한국인 R씨가 자신이 묵고있는 호텔 명함을 소풍에 놓고 가서, 나중에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밥먹고 다시 호텔로 돌아가서 밀린 목욕과 빨래를 하였다.

오후에 가렛과 함께, Northfield라는 음식점에 들러서 점심도 먹고 컴퓨터에 접속하여 몇몇 지인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하였다. 문명의 이기를 다시 사용하니 새롭기도 하고...


저녁에 에베레스트 트레킹에 만난 사람끼리 식사를 하기로 하였다. 나를 비롯하여 R씨, 가렛과 람2, 시멀과 람1 - 총 6명이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서 정신을 잃어서 급하게 하산한 시멀은 다행히 아무 이상이 없었다.

다들 다시 만나니 너무 반가워하였다. 그리고 서로의 노고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고급식당의 옥상에서 보름 만에 제대로 된 음식을 먹었다. 이런게 기쁨이 아니던가?

저녁 식사후 다들 흥에겨워 "톰과 제리"라는 빠(Bar)로 가서 광란의 밤을 함께 하였다.


< 좌측부터 람2, R씨, 시멀, 가렛 >


트레킹 후유증인지 9시가 넘으면서 정신없이 졸다가, 헤어져 호텔로 돌아왔다.

간만에 푹신한 침대에서 속세에서의 잠을 청하였다.



Posted by 들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