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어 사가르마사(Sagarmatha : 하늘바다의 여신). 티벳어 초모랑마(Chomolangma : 대지의 여신).
우리에게 " 에베레스트 " 란 말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세계최고봉. 8848미터. 히말라야의 대빵. 불가능의 대명사며 반대로 정복하는 것의 대명사. 힐러리와 고상돈, 셀파와 포터... 케른과 피켈 - 산꾼들의 꿈과도 같은 곳.
그럼에도 왠지 가까이 가기 힘들고, 고난을 뜻하기도 하지 않을까?이러저런 상징적인 의미의 총칭 - 바로 에베레스트다.
< 칼라파타르(Kala Pattar, 5554M)에서 본 에베레스트 파노라마 1 - 에베레스트와 아이스폴, 눕체, 아마다블람, 타보체가 보인다 >
에베레스트를 보기 위하여오르는 기쁨도 있지만, 왠지 한편에서는 숙연한 마음도 피어오른다.산꾼들의 애송시 한 편을소개한다.
그 어느날 내가 산에서 죽으면
오랜 나의 산친구여 전하여 주게
어머니에겐 행복한 죽음이었다고
나는 어머니의 곁에 있으니 아무 고통도 없었다고
그리고 사내답게 죽어 갔다고
아버지에게는 전하여 주게 아우에게는 너에게 바톤을 넘기는 것이라고
그리고 다정한 아내에게 전하여 주게
내가 돌아가지 않더라도 꿋꿋하게 살아달라고
당신이 옆에 없을 때에도
내가 항상 살아 왔듯이
자식들에게는 내가 오르던 고향의 바위산에
나의 애탄 손톱자국이 남아있을 것이라고
마지막으로 나의 친구 그대에게
나의 피켈을 집어 주게
피켈이 치욕속에 죽어가길 나는 바라지 않나니
어느날 아름다운 페이스에 가지고 가서
그 피켈을 위한 조그만 케른을 쌓고
거기에 피켈을 꽂아주게
빙하 위에 빛나는 새벽의 빛을
능선위에 붉은 저녁 햇빛을
나의 귀여운 피켈이 되쏘아 비칠수 있도록
나의 친구 그대에게 전할 선물
나의 함마를 받아주게
그리고 화강암에 피톤을 박아 줄것을
그것은 몸서리 칠 만큼 나의 유체를 흔들었나니
암벽이나 능선에 한껏 그 소리가 울리게 하여주게
아아, 친구여 나는 그대와 함께 항상 있나니
- 로제 듀프라의 '그 어느날' -
< 에베레스트의어느 케른앞에선 트레커 >
칼라파타르(Kala Pattar)라는 말은 힌두어로서 "검은 바위(Black Rock)" 라고 한다.높이는 5554M이며 눈을 밟지않고 에베레스트와 그 산군들을 조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곳이다.
어제 혼자 남아서 오늘 날이 맑기를 고대하였는데, 다행히 날씨가 쾌청하기 그지 없다. 드디어 장대하며 광활한 에베레스트를 조망할 수 있게 된다. 10여일에 걸친 트레킹의 종착점이 바로 칼라파타르인 것이다.8시경 랏지에서 출발한다. 랏지를 나오자마자 바로 앞에푸모리(Pumori, 7165M)와 그 밑에 어제 온 눈에 살짝 덮힌 칼라파타르가 보인다. 푸모리는 종모양으로 우뚝 솟은 아름다운 봉우리다. 1921년 Mallory가 이름 붙였다고 하는데, 그 뜻은 (에베레스트의)자매봉(Sister Peak)라고 한다.
잠시 에베레스트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봉우리 푸모리를 조망해보자...오르는 길 내내 푸모리는 앞에 우뚝 서있다.
< 랏지 앞에 펼쳐진 푸모리와 칼라파타르 >
< 빛나는 봉우리 푸모리 >
< 피라미드 처럼 보이는 푸모리 - 칼라파타르의 정상은 어디에... >
<마침내 보이는 칼라파타르의 정상(정말 검은바위다!) >
< 칼라파타르의 정상을 향한 마지막 스퍼트 >
< 칼라파타르 정상에서 바라본 푸모리 - 하늘의 색깔은 푸르다 못해 검다 >
올라가면서 뒤쪽으로는 햇빛이 비쳐오는 눕체를 본다. 눕체의 모습은 올라가면서 시시각각 변하고, 아래에 쿰부빙하의 모습이 제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고도를 높힘에 따라 천천히 에베레스트가 보이기 시작한다.에베레스트나 눕체의 정상부분에는 바람이 많이 불고 있나보다. 정상부가 제트기의 흰꼬리처럼 눈이 날린다.칼라파타르에 올라서 에베레스트를 조망하며 세계에서 가장 웅장한 파노라마를 가슴에 담았다.
< 에베레스트 파노라마 2 - 에베레스트 위성봉들과 아이스폴, 그리고 에베레스트, 눕체>
<에베레스트 파노라마 3 - 쿰부빙하는 강처럼 흐른다 >
한 1시간 정도를 정신없이 바라보다하산하기 시작하였다.
< 쉬고 있는 트레커들뒤쪽으로 보이는 푸모리 뒤편 봉우리들- Changri 피크 >
< 내려오면서 펼쳐지는 또다른파노라마 - 쿰부빙하와 아마다블람, 참세르쿠, 타보체, 촐라체, 로부체 >
하산하면서 에베레스트의 남쪽으로 보이는 파노라마도 장대하다. 3시간 넘어서 힘들게 올라간 길은 내려오는데 50여분 밖에 안걸린다.
< 곧게 뻗은 아름다운 하산길 >
저멀리 출발한 랏지가 보인다.
< 출발한 랏지로 되돌아가며 >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답고 장엄한 광경을 가슴에 간작하며 랏지로 내려왔다.이제는 하산해야 한다. 체력도 바닥이 나서, 고소에 머무는 것 자체가 힘들다. 기진맥진 랏지로 돌아와서, 야채롤을 점심으로 먹고 짐을 꾸렸다. 오후 1시이다.내려가는 사람은 나밖에 없나보다. 목표는 텡보체. 그러나 너무 멀고 체력적으로 힘들다. 주인의 충고대로 페리체까지 가기로 하였다. 랏지에서 출발하여 거꾸로 내려오는 길은 약간 쓸쓸하다.
< 하산하면서 본 푸모리(왼쪽)와 눕체(우측) - 에베레스트는 역시 보이지 않는다 >
몇 일전 상행길에서점심먹은 로부체에서 차한잔 먹으면서 쉬어간다. 현지인이 1시간 걸린다면 체력이 바닥난 나한테는 무조건 1시간 반 정도가 소요되었다. 그래도 한국에서는 날라다녔는데...ㅎㅎ페리체 가는 길에는 아마다블람이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이쪽에서 보니까 얼음 깍두기 같다.
<짐을 나르고 있는 고단한 야크 뒤로 아마다블람이 그럼처럼 펼쳐져있다 >
날이 천천히 어두어지는데 사방에는 아무도 없다.가뜩이나 혼자인데 길을 잃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 날은 어두워지는데 아마다블람은 구름속에서 빛을 발하고... >
빛나는 아마다블람에 의지하여 길을 가고 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능선에 가려버린다.어두워서 길이 안보일 정도가 되는데, 저 멀리 불빛이 보인다. 한 30여분을 걸어 마침내 오늘의 종착지인 페리체에 도착하였다. 4시간 넘게 걸어 고도 1300미터를 내려왔다.몇몇 랏지를 돌아다니다, 파노라마 랏지에 여장을 풀었다. 3인실에 혼자 묵었다.이미 밖은 칠흑같이 깜깜해져있다.에베레스트에서 내려온 기념으로 환타를 시켜먹는다. 내일은 남체까지 6시간 이상 걸린다고 한다. 남체에서 에베레스트까지촐라패스로 돌아서 일주일 이상 걸린 길을 이틀만에 내려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