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는 희미한 수평선 너머를 응시하고, 울프는 검은 하늘에 걸린 달을 응시한다.
그러나 이들이 원하는 것은 거기에만 있지 않다.이들의 공통점은 오히려 잠복해버린 것의 ‘포획’에 있다.
I. 포획
산꾼들은본능적으로 뭔가를 포획하기 위하여 산을 찾는 법이다. 그리고 그 산벗들의 목표는 매번 다를 것이다. 그것이 자연과의 합일일지, 속세와의 짧은결별일지, 아니면 지겨운 것들로 부터 벗어나 새로운일상과의 조우일지는 그 자신만이 알 일이다. 그리고 산 중에서 그들은 잠복된 포획물을 하나의 상징으로 표현한다.
도착 바로 직전까지도 그들은 자신이 목적한 바를 모르다가 어느 순간홀연히 알게된다. 그리고 그 깨달음을 자신만의 표현으로 구체화한다. 굳이 사진일이유도, 글일 필요도 없다. 남긴 것은 어딘가에 있으나 그 자신에겐 명확하지 않다. 남겨둔 것을 찾기 위해또다음번 포획을 결심한다.
몇몇 벗들은 금번 천화대 희야봉 꼭대기에서 획득한 자신의 포획물을 다음과 같이 내놓는다.
photo by如如同行 (http://blog.naver.com/profolio)
하늘의 꽃길.....
희야봉에서 내려다 본다.
해는 져도
바위는 있다.
다시 아침이 오면
용쓰는 산꾼들이 보이겠지.
나는 지친 육신을 누이고
정신은 허공을 헤메인다 ~~~
by如如同行
photo by yosanee (http://blog.naver.com/yosanee)
이들은 마치 울프처럼 긴 몸집 웅크려곧 사그라져갈 그믐달을 노려본다.잠 속도 아니고 깨어있지도 않은 경계가 주 활동시간이고, 허공과 땅의 경계가 그들의 잠자리다.바람 한 점 없는 꼭대기에 누워
선 잠 위로 쏟아지는 별을 헤려다
바람 한 줄기 설핏 꿈을 흔들고서야
어슴푸레 붉은 동해에 눈을 적시다
by yosanee
photo by如如同行
밤새 누웠더니
허리아래 돌맹이 하나
머리속에 하산 걱정
우측의 허전함
요사니의 이야기로 인한 다리의 허전함
온통 공중을 날라 다니는
잡념에 잠을 설친다.
침낭 속으로 들이치는
바람이 기분좋게 느껴지며
날리는 비닐 소리가 기상 나팔인양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니..
동해바다에 붉은 선이 보인다.
눈을 떠서 나와
사라져 가는 밤의 흔적을
찾는다.
희야봉 그믐의 밤은
해가 떠오르는 동해로
추락하고 있었다
by如如同行
잦은바위골 입구에서 30분 정도 들어간 곳에서 아침을 해결한다.
계곡은 아주 좁은 협곡이라 계곡을 따라 진행하다 폭포나 바위를 만나면 계곡 위쪽으로 우회하는 형태의 길이 이어진다. 약간 큰 폭포를 만나서 우측으로 30여미터를 올라서 우회한다. 우회길 마지막에는 바위길을 트래버스 해야하는 험로에 봉착했는데 오랜만에 경험하는 고도감에 가슴이 시려온다. 형식적이나마 보조자일을 설치하여 통과하였다.
계곡의 폭은 10-20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당연히 비가 오거나 비가 올것 같으면 들어갈 수가 없는 길이다.
물이 조금이라도 불어있으면 신발 젓을 각오도 해야할 만큼 좁은 계곡길이다.
3미터 정도 높이의 바위길인데 배낭 무게 때문에 몸이 우측 옆으로 쏠린다. 어쩔 수 없이 보조자일을 설치하여 통과하였다.
10분정도 오르니 선계(仙界)가 열린다. 계곡이 좌우 협곡으로 나뉘는데 사방 어디에도 갈길이 보이지 않는 깎아지른 절벽이다.
우측 계곡으로 오르는데, 이런 경치는 어디에도 없다고 할만큼 압권이다.
물길 옆의 절벽으로 길이 열린다.
급사면을 오르니 약 4-5미터 정도의 절벽을 내려와야 하는데 바로 우측은 밑이 보이지 않는다. 고도감이 대단하다.
험로를 벗어나니 7형제봉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다.
50미터 폭포에 도착하였다. 이 좁은 계곡에 이런 넓이와 이런 높이의 폭포가 있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앞으로 보게 될 100미터 폭포는 이것의 2배라고 하는데 궁금하기만 하다.
50미터 폭포 옆을 우회하여 산길을 오른다. 경사면이 점점 눈앞까지 올라온다.
고도를 높이면서 7형제봉이 더욱 더 다가온다. 그럴수록 길은 더욱 험해지고 네발로 기어오른다. 무거운 배낭은 밑으로 몸을 잡아 끌어 숨이 더욱 턱에 찬다.
100미터 폭포에 도착하였다. 50미터 폭포보다 배는 높아 보인다. 물이 흘러내릴 곳은 이렇게 앞 산의 능선을 깎아서 밖에 나올 곳이 없을 정도로 사방이 막혀있다. 저 너머가 궁금하다.
마침 원주민인 살모사를 만났다. 살모사치고 통통한게 최근 먹이를 섭취한 듯하다. 재빠르게 사라져간다.
이제 희야봉 안부까지는 길을 조심해서 찾아야 한다. 그래야 희야봉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사태난 계곡길을 조심스레 오른다. 낙석이 아주 심하다.
100미터 폭포의 옆으로 오르는 길 역시 대단한 고행이다. 경사의 정도가 남다르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고도 역시 쭉쭉 높아진다. 7형제봉의 전모가 조금씩 보인다.
마지막 물을 만나서 식수를 길었다. 길인지 아닌지 애매한 상류 계곡 너덜 길을 1시간 정도 올라 마침내 천화대 능선과 만났다. 바로 눈앞이 희야봉이다.
바다 쪽을 내려다 보니 천화대의 장관이 그대로 보인다. 세존봉도 울산바위도 적벽도 장군봉도 반갑게 세상에 펼쳐져 있다. 남쪽으로는 화채봉과 만경대도 생생하다.
20여분 더 오르니 희야봉과 석주길이 만나는 석주길의 종점에 도착하였는데 고도감이 장난이 아니다.
마침내 비박장소에 도착하였는데포획을 하기에는 술이 부족한게 흠이었다.
밤새도록 산의 실루엣,속초의 불빛,그믐달, 뭇 별들이 스쳐지나가고 스쳐지나왔다.
산에서는 꿈꾸지 않았다. 그 전체가 그냥 꿈일 뿐...
희야봉의 아침은 바람과 함께 시작된다. 바람소리가 비박용 비닐에 스치울 때 우리는 깨어난다.
눈 앞의 범봉에는 이미 몇몇 팀이 등반 중이다.
이제 하산이다. 잠시나마 천화대 릿지를 감상하면서 왕관바위까지 내려가는 길로 접어든다.
1시간 정도 걸려서 왕관바위 바로 밑에 도착하였다.
여기서 부터는 계곡길로 하산해야 한다.
이 계곡은 사태골로 불리운다. 그래서 그런지 계곡의 경사가 급하다. 설악골 합수지점 거의 다와서 벼랑이 나타난다.
보조자일을 설치해서 하강하였다.
마침내 설악골이다. 예전에는 설악골이 이렇게 넓은 계곡인지 몰랐다. 잦은바위골에 비해서 수량도 몇배는 많은 것 같다.
약 1시간 정도를 내려오니 천불동과 만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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