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불교에 대한 몇가지 Q&A가 있어 퍼옵니다.
①한국에서는 티베트불교를 라마교라 하여 대승불교와 다르게 보는 견해도 있으며 심지어는 불교가 아닌 것처럼 생각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그렇지 않습니다. 티베트불교도 한국?중국과 마찬가지로 보리심과 공성空性의 터득을 중심으로 하는 대승불교의 한 부파입니다.
티베트 스님들은 자신들의 불교를 금강승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들은 마음을 통한 수행뿐만 아니라 육체를 통한 수행도 함께 하여 수행의 최종단계에서는 부처님 몸과 똑같은 완전한 몸의 상태로 금강신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즉, ‘완전한 몸과 완전한 지혜’라고 하는 부처님의 법신法身과 색신色身이 모두 함께 이루어지는 완전한 깨달음의 길로 들어 설 수 있다고 합니다. 이 같은 금강승계열의 밀교는 우리 팔만대장경에도 '대일경' 또는 '금강정경' 등의 이름으로 수용되어 있으며 불교의 의례와 염불수행의 방법 등에 많이 녹아 있습니다.
라마교란 이름은 일본이나 중국에서 티베트불교의 한 단면인 소승불교적 특성만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부르는 이름입니다. 라마(Lama)란 티베트말로 가르침을 베풀고 수행을 이끌어 주는 스승이란 뜻입니다.
특히 금강승에 있어서 스승은 부처님의 모든 법을 제자의 근기에 따라서 가르쳐주고 제자가 수행도중 부딪치게 되는 어려움을 해결해 주며 수행상의 오류를 지적해 주므로 궁극적으로 부처님과 다르지 않는 존재로 여겨집니다. '깨달음에 이르는 길'에서는 스승에 대한 제자의 절대적인 믿음 및 헌신과 함께 올바른 스승으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 및 자세 등을 아주 많이 강조합니다. 그리고 제자가 올바른 스승을 선택하는 방법에 관하여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②티베트의 밀교에 대해서 은밀하고 주술적인 성격 등에 의하여 이단적인 종교로 오해하거나 사이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더구나 성행위를 통한 수행법 등이 많은 오해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티베트불교에도 일반적인 대승불교와 같이 깨달음의 길로 가는 방편과 중생을 돕기 위한 방편이 많이 있습니다. 수행 방법에 있어서도 근기에 따라 단계적으로 세분화된 여러 방편이 있습니다. 예비적인 수행으로서 오체투지를 하거나, 만트라(진언, 다라니)를 염송하거나, 부처님 본존의 모습을 관상하거나 하는 등의 방법을 모두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들은 전통적인 경전공부와 함께 행해집니다. 즉, ‘신구의身口意 세 가지 모두를 사용하여 신구의로 인한 삼업을 신속히 정화시키고 수행의 길을 효율적으로 가고자 하는 것입니다. 만트라(진언, 다라니)를 염송하는데 있어서도 스승이 제자의 근기와 적성에 맞는 만트라를 지정하여 전수하여 줍니다. 이 모든 것은 부처님 이후 발전되어온 1500년 인도불교의 전통에 모두 녹아있는 수행방법들입니다.
티베트불교에는 또한 남녀합일에 의한 수행법도 있습니다. 물론 이 방법은 아무나 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닙니다. 보살승의 경지를 거쳐 금강승에 입문한 후에는 일반승가의 계율과는 달리 꿈속에서조차도 정수를 방출해서는 안 됩니다. 금강승에 있어서는 꿈속에서도 자신의 의식을 제거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남녀합일에 의한 수행에 있어서도 남녀 모두 정수의 배출은 금지되며 만일 이에 반하게 되면 수행자 스스로 큰 해를 입게 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그러한 최상승의 경지에 이르기 전에는 그러한 최상승의 무상요가 수행방법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합일수행에 있어서 수행자의 의식은 깨달음을 향한 마음에 완전히 집중되어 있어야 하며 이를 통하여 욕망의 형태로 존재하던 번뇌와 망상을 공성을 깨닫기 위한 지혜로 전환시킬 수 있습니다. 즉 이는 우리 몸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성에너지를 배척의 대상이 아닌 오히려 수행의 방편으로 삼는 밀교적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티베트불교에서는 이 같이 분노심, 성에 대한 집착 등을 오히려 수행의 수단으로 되돌리는 많은 방편들이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이와 같은 것들을 우리나라의 선불교적인 시각에서 보자면 많은 오해가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따라서 티베트불교 고유의 불교예식에 대한 이해와 함께 다양한 수행방법의 중요성 그리고 육체적 수행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생겨나는 많은 신통력 등에 대하여 종합적인 관점에서 심층적인 이해가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③근래에 티베트불교가 전 세계적으로 널리 전파되는 이유는?
▶티베트불교에는 붓다 사후, 힌두교의 중심철학이라고 할 수 있는 상키야학파 등, 다른 외도와의 철학적, 사상적 논쟁을 통해 발전되어온 인도불교의 전통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또한 용수, 무착 등 위대한 조사들에 의하여 정립된 대승사상 및 공에 대한 정교한 이론(유식 및 중관사상 등)이 티베트불교의 핵심 사상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음뿐만이 아니라 몸과 물질도 방편으로써 중요시 하는 티베트불교의 특징에서 발달한 의학, 천문점성학, 미술 등에 관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티베트의 문화들이 현대 서구 사회의 논리적이고, 실용적이며, 물질 과학적인 서구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티베트불교의 고유한 문화에 대한 호기심뿐만이 아니라 특히 그 내면에 깔린 우주 보편적인 진리가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물질문명에 치우친 서구인들과 비불교문화권의 사람들 모두에게 공감을 불러 모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한 그것은 ‘사랑과 자비’의 다른 표현인 ‘다른 이의 행복을 위한 삶’과 인류의 평화를 위하여 나라를 잃은 슬픔을 딛고 일어서서 항상 실천적으로 노력하시는 달라이 라마의 역할도 아주 크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인도를 발판으로 하여 일찍이 서구의 여러 나라에 티베트불교의 탁월한 점을 널리 알려온 까규파 등 다른 종파의 큰 스님들의 역할도 크다고 하겠습니다. 한마디로 티베트불교의 탁월한 내용을 달라이 라마를 비롯한 훌륭한 스님들의 ‘보리심’이라는 큰 그릇에 담아 전세계의 모든 사람에게 전하려는 티베트인들의 끊임없는 노력에 의한 것이라고 봅니다.
④현재의 한국 불교와 청전 스님이 번역하신 '깨달음에 이르는 길' 및 티베트불교와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티베트불교는 마음과 몸, 언어 모두를 중요한 수행수단으로 삼고 있습니다. 즉, 티베트불교는 현재의 한국불교가 가진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돌아볼 수 있게 합니다. 교학이나 선의 어느 한쪽으로만 치중하여 발생되는 불균형, 가르침을 주실 스승의 부재 혹은 맹목적으로 화두만을 참구하는 데서 생기는 폐단 및 근기에 따라 구분되어야 하는 적절한 수행방법의 부재 등 한국 불교가 처한 이러한 문제를 아우르는 동시에 수행자들에게는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수행법을 제시함으로써 근기에 따른 적절한 수행법을 제시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깨달음에 이르는 길'은 이러한 티베트불교의 핵심을 담은 수양서로서, 교와 선에 관한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내용을 제시하는 지침서로써 한국 불교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행중인 스님들과 재가 불교신도들에게는 문聞,사思,수修의 세 가지 수행방편에서 균형을 가지고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⑤티베트불교의 핵심은 한마디로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티베트불교도 다른 대승불교와 마찬가지로 보리심, 즉 보살이 지녀야 할 마음가짐과 공성의 터득을 위한 수행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즉, 중생들을 위하여 깨달음의 길을 가는 것이고 항시 깨달은 마음을 중생들에게 회향하려 하는 것이 근본 핵심입니다. 티베트의 건조하고 한랭한 기후 탓에 오랜 옛날에 인도로부터 가져온 패엽경 사본들이 그대로 보존될 수 있었고, 오늘날 우리가 범어 원본으로 읽을 수 있는 용수나 무착, 세친, 법칭의 논서들이 그대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의 팔만대장경과 같은 훌륭한 경전들이 인도로부터 전파되어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초기 불교 경전부터 대승불교에 이르는 거의 모든 경전을 티베트어로 번역하여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런 조건하에서 전통 교학은 실제 수행에 의거 심오하게 전개되고 체계적으로 발전되었습니다. 이를 바탕에 두고 마음으로부터 육체와 물질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수행법과 스승을 통해서 엄격하고 완전하게 계승되는 밀교적(Tantra)성격이 티베트불교의 핵심적 특성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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