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에 대해 얼핏 처음으로 알게된 때가 90년대 초 극장에서 개봉된 영화 "K2"를 통해서였다.
실제 이 영화를 찍은 곳은 파키스탄의 K2가 아니라 뉴질랜드의 낮은 산이었다고 한다.
영화는 이런 저런 흥미있는 스토리로 구성되었지만 사실 리얼리티는 떨어졌다. 특히 영화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헬리콥터 씬은 아주 유명한 현실성없는 '사기'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K2의 존재를 대중에게 알리는 데는
상당히 성공한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영화 때문에그 곳에 가고 싶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 곳은 영화속 가공의 세계 만큼이나 미지의 꿈의 세계일 뿐이었다.
오히려 K2를꿈꾸게 된 것은 몇년 후 어느 산악잡지에 실린 K2의 사진을 보고 나서였다.
사진 속, 눈에 띄는 건 카라코람 제일의 거대한 산 뿐만은 아니었다.
아주 커다란 네모진 배낭을 매고, 희미한 회색빛의 낡은 겨울 옷을 입은 수 백명의 파키스탄 포터들이 눈 쌓인 빙하위를
걷고 있는 그 위로 K2는 우뚝 솟아있었다. 고단한 사람들 뒤로 솟은 거대한 피라밋이었고, 그 피라밋은 형용하기엔 너무나도
엄청난 크기였다. 그이미지는 아주 깊히 오랫동안 마음 속에 남아있다 꿈으로 되었다.
사실 꿈은 작은 사진으로 인해 이루어진다.
그리고 꿈은 사진이되고 다시 사진은 꿈이 되면서, 꿈과 사진은 끊임없이 순환한다.
마치 등산과 하산의 순환과도 같다.
산을 오르기 위한 길이 정해지면, 산을 내려가기 위한 길이 정해진다. 오르는 길은 발토르 빙하지만 내려가는 길은
곤도고로 패스이다.
< 곤도고로 패스에서 본 세상... from internet >
인터넷에서 사진으로 본 곤도고로 패스 위에 펼쳐진 세상은 마치 황천과도 같다.
사진은 다시 꿈이되며, 흥분과 도전으로 느낌이 배가된다. 기대와 불안으로 가슴이 뛴다.
일년전 티베트 히말라야를 칭짱철도를 통해 같이 답사했던 '스트리킹의 사나이' 空山님은 고맙게도 또 다른 프로젝트로
K2 및 브로드피크 원정대를 직접 취재하기로 계획하였다. 뜨거운 8월 카라코람 히말라야에는 한국에서 출발하는 사나이들과
여인네들의 등정계획이 가열차게 준비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단한 그들'을 좇는 3인의 소규모 '발토르 빙하 탐사대'가 조촐하게 출범하였다.
드디어 거친 그 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준비물들과 고단한 일정이 종이 위에 쓰여져 집으로 돌아가는 각자에게 쥐어진다.
이제 돌아볼 이유가 없다. 그냥 가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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