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에 해당되는 글 24건

  1. 2010.03.19 무소유(無所有) 1
2010. 3. 19. 01:23

무(無)는 존재보다 더 많다.

- 베르그송

I.

그릇의 크기는 한이 없다.

일만리에 걸치는 붕새가 날아가도 끝이 없을 정도다.

그 속에 욕망을 채워 넣겠다. 채워 넣을 것이다.

채워지자마자 욕망의 그릇이서서히 더 늘어났다.

지난밤 한참을 울어대던 고양이 소리가 이제 들리지 않음에 감사한다.

없음의 의미는 있음보다 크다.

그래서무(無)는 존재보다 더 많다.

II.

법정스님께서 입적하신날 길상사에서 신발을 잃어버렸다.

그래서없음인 무(無)를돌아보게 되었다.

스님께서 자신이 키우시던 두 개의 난(蘭)에서 무소유의 의미를 깨달으셨다는 가르침에 힘 입어서...

III.

처음에 신발 없음은 신발 있음을 모른다.

그래서 신발 있음을 불편해하지만 수용한다.

차츰 신발 있음은 신발 있음만 알게 된다.

그리고 신발 있음은 신발 없음을 생각조차 못하게 된다.

그래서 신발 있음은 신발 있음을 집착한다.

신발 있음은 신발 없음을 두려워하면서 신발 있음을 더욱 집착한다.

신발이 없어졌다.

신발 없음은 신발 있음을 그리워한다.

그리고 신발 있음을 욕망한다.

신발 있음을 욕망하는 신발 없음은 최초의 신발 없음을 되돌아본다.

신발 없음의 의미를 곱씹어본다.

신발 없음을 불편해하는 신발 없음은 다시 신발 있음을 되돌아본다.

그리고 신발 있음의 의미를 곱씹어본다.

신발 없음은 신발 있음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게된다.

신발 없음은,

신발 없음과 신발 있음과 신발 없음을 거쳐 진정한 신발 없음의 의미를깨닫는다.

IV.

없음의 의미는 무엇인가.

있음의 반대만은 아닐 것이다.

적어도 경험하기 전에는 있음의 반대는 없음이고 없음의 반대는 있음이다.

그러나 경험한 이후 있음의 반대는 없음이지만 없음의 반대는 있음이 아니다.

경험한 이후의없음은 그냥 없는 것이 아니다. 한 수준 위인없음의없음이다.

소유할 수 없기에 무소유가 아니다.

소유의 반대는 무소유지만 무소유의 반대는 소유가 아니다.

무소유의 전제는 소유이며, 소유의 의미를 알기에 무소유가 된다.

무소유이기에 소유보다 더 넘쳐나 걸림이 없게된다.

무소유는 그래서 의미가 있다.

수백만 눈송이가 눈송이 없음에 자리를 내주고

수백만 충고가 충고 없음에 자리를 내주며

무한대의 그릇을 메꾸고도 남을 욕망 있음이 욕망 없음에 자리를 내주듯이,

그래서없음은 항상 있음보다 많다.


▶◀ 법정 큰스님의 왕생극락과 무주처열반(無住處涅槃)을 기원합니다.

'흔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리산 - 기억 그리고 경험  (8) 2010.08.17
남산천류(南山賤流) - 국가의 품격  (2) 2010.05.26
봄눈  (2) 2010.03.11
첫눈  (3) 2010.01.20
화려한 휴가  (1) 2007.08.18
Posted by 들 불